별내 아킬레스건염 —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여기가 아픕니다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 진료실 풍경이 조금 바뀝니다. 여름 내내 미뤄 뒀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신 분들이 오시거든요. 가을 마라톤을 신청해 두고 왕숙천을 달리기 시작하신 분, 아이와 함께 등산을 다시 다니시는 분. 반가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중 꽤 여러 분이 뒤꿈치 위쪽을 짚으며 들어오십니다.
"여기가 아침에 일어나면 뻣뻣해요."
"만져 보니 한쪽만 굵어진 것 같습니다."
"뛸 때는 몸이 풀리면 괜찮은데, 끝나고 나면 더 아파요."
아킬레스건입니다. 트로이 전쟁의 그 영웅에게서 온 이름이지요. 몸에서 가장 굵고 강한 힘줄에 하필 "약점"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늘 얄궂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가장 강한 힘줄인데, 회복은 가장 느립니다.
"운동 시작한 지 2주쯤 됐는데 뒤꿈치 위가 아픕니다."
"아침 첫 몇 걸음이 제일 뻣뻣하고 아파요."
"쉬면 괜찮아졌다가 다시 뛰면 또 아픕니다."
PART 1
염증이 아니라 낡아 가는 문제
이름은 "아킬레스건염"이지만, 오래 끄는 경우에는 염증보다 힘줄 자체가 변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건병증이라는 말을 함께 씁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염증이 아니면 소염제만으로 낫지 않기 때문입니다.
튼튼한 밧줄을 떠올려 보세요. 새 밧줄은 가닥들이 나란히 정렬돼 있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씩 더 쓰이면 가닥들이 흐트러지고 그 자리에 엉성한 조직이 채워집니다. 겉보기엔 굵어졌는데 실제로는 약해진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한쪽이 도톰해졌다는 말씀은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낡아 가는 문제라면 답도 달라집니다. 쉬기만 해서는 밧줄이 다시 정렬되지 않습니다. 힘줄은 적절한 자극을 받아야 다시 강해집니다. 아킬레스건염 치료의 중심이 약이 아니라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PART 2
어디가 아픈지가 치료를 바꿉니다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입니다. 아킬레스건 문제는 아픈 위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고, 둘의 치료가 다릅니다. 하나에 좋은 운동이 다른 하나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손가락으로 아픈 자리를 짚어 보세요
① 뒤꿈치뼈에서 손가락 두세 마디 위 — 중간부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그 부분이 도톰하고 누르면 아픈 지점이 뚜렷합니다.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여도 아픈 자리가 힘줄을 따라 같이 움직이는지도 함께 봅니다.
② 뒤꿈치뼈에 붙는 바로 그 자리 — 부착부
힘줄이 뼈에 붙는 지점이 아픈 경우입니다. 신발 뒤축이 닿으면 더 아프고, 발목을 발등 쪽으로 많이 꺾을 때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뒤꿈치 뼈가 튀어나와 신발에 눌리기도 합니다.
③ 왜 구분하느냐면
중간부에는 발뒤꿈치를 계단 아래로 깊이 내리는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부착부에서는 그 동작이 오히려 힘줄을 뼈에 부딪히게 만들어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부착부는 바닥을 딛고 하는 범위에서만 운동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하다 더 나빠져 오시는 이유가 대개 이것입니다.
④ 뒤꿈치 안쪽·바깥쪽이 아프다면
그건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발목 인대나 뼈, 신경 문제일 수 있어 따로 확인합니다. 지난번 발목 염좌 글에서 말씀드린 부분과도 이어집니다.
PART 3
이런 오해가 회복을 늦춥니다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 "그냥 쉬면 낫습니다"
쉬는 동안은 덜 아픕니다. 문제는 쉬는 것만으로는 힘줄이 다시 강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쉬었다가 다시 뛰면 똑같이 아픈 것이 이 병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반드시 힘줄에 부하를 다시 주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 "아프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 되죠"
여기에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아킬레스건 안이나 바로 주변에 스테로이드를 반복해 주사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통증은 줄지만 힘줄이 약해져 파열의 위험이 커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줄어 더 뛰게 되는 것도 위험을 키웁니다. 어깨나 다른 부위에서 도움이 되는 주사가 여기서는 다르게 판단됩니다.
✕ "스트레칭을 세게 오래 하면 좋습니다"
종아리 유연성은 중요하지만 세게 당기는 것과 좋아지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부착부 통증에서는 깊게 꺾는 스트레칭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통증이 심해지는 각도까지 밀어붙이지 마세요.
✕ "몸이 풀리면 안 아프니까 괜찮은 겁니다"
이것이 이 병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준비운동 후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아킬레스건 문제의 전형적인 특징이지 나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짜로 봐야 할 것은 운동 다음 날 아침의 뻣뻣함입니다.
✕ "쿠션 좋은 신발만 사면 해결됩니다"
신발은 도움이 되는 요소이지 치료가 아닙니다. 오히려 갑자기 바닥이 얇은 신발로 바꾸거나, 뒤축이 딱딱하게 감싸는 신발을 신는 것이 증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바꾸실 때는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가 원칙입니다.
PART 4
실제로 낫게 만드는 것
1. 먼저 부하를 줄입니다 — 다만 멈추지는 않습니다
달리기 거리와 언덕, 계단을 당분간 줄입니다. 대신 자전거나 수영처럼 아킬레스건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운동으로 바꿔 활동은 유지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완전히 멈추면 종아리 근육이 빠지고, 그 상태로 복귀하면 더 잘 재발합니다.
2. 핵심은 뒤꿈치 들기 운동입니다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가, 더 천천히 내리는 동작이 치료의 중심입니다. 내리는 구간을 느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발로 시작해 한 발로 넘어가고, 익숙해지면 가방을 메고 부하를 올립니다. 어느 정도의 통증까지 허용할지, 계단에서 내릴지 바닥에서 할지는 앞서 말씀드린 부위에 따라 다르므로 확인하고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3. 종아리와 엉덩이도 함께 봅니다
아킬레스건에 부담이 몰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아리가 뻣뻣하거나, 엉덩이 근력이 약해 착지가 무너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뛰는 습관이 있으면 같은 거리를 뛰어도 이쪽에만 힘이 쌓입니다. 아픈 자리만 치료하면 재발합니다.
4. 보조 치료는 거들 뿐입니다
체외충격파나 도수 치료, 뒤꿈치 패드 같은 방법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운동 없이 이것만으로 힘줄이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항상 운동을 시작하고 이어 갈 수 있게 만드는 수단으로 설명드립니다.
복귀 기준을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것입니다. 운동 중 통증이 견딜 만하고, 다음 날 아침의 뻣뻣함이 어제보다 더하지 않다면 그 강도는 유지해도 됩니다. 반대로 다음 날 아침이 눈에 띄게 더 뻣뻣하면 지난번이 과했다는 뜻입니다. 몸이 알려 주는 가장 정직한 신호입니다.
PART 5
왜 하필 지금 아프신가
1. 갑자기 늘린 운동량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거리, 속도, 언덕, 빈도를 한꺼번에 올리면 힘줄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늘리실 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조금씩이 원칙입니다.
2. 여름 동안 쉬었던 몸
더위에 두 달 쉬셨다면 몸은 두 달 전 그대로가 아닙니다. 그런데 마음은 쉬기 직전의 기록을 기억합니다. 이 간극에서 부상이 생깁니다. 별내에서 가을 대회를 준비하신다면 첫 2주는 예전의 절반에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3. 나이와 조건
삼사십 대 이후에는 힘줄의 회복 속도가 느려집니다. 당뇨, 비만,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더 잘 생깁니다. 또 특정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일 때 힘줄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이 있으시면 꼭 말씀해 주세요.
4. 평소 종아리를 안 쓰는 생활
온종일 앉아 계시다가 주말에만 몰아서 뛰는 패턴이 힘줄에는 가장 가혹합니다. 주중에 짧게라도 뒤꿈치 들기를 해 두시면 주말이 훨씬 안전해집니다.
"몸이 풀리면 안 아픈 것은
나은 것이 아닙니다.
다음 날 아침이 말해 줍니다."
이런 경우는 바로 오셔야 합니다
뒤에서 누가 발뒤꿈치를 찬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뚝" 하는 소리가 났을 때 — 아킬레스건 파열을 의심합니다
발끝으로 서거나 계단을 오를 때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 — 걸을 수는 있어도 파열일 수 있습니다
힘줄을 따라 만졌을 때 쏙 들어간 부분이 만져질 때
붓고 열감이 있으며 빨갛게 변할 때, 열이 동반될 때
다친 적 없이 갑자기 심해졌고 최근 항생제를 복용하셨을 때
양쪽 아킬레스건이 함께 두꺼워져 있을 때 — 다른 원인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아킬레스건은 느리게 낫습니다.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단위로 보셔야 하고, 그 사이에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합니다. 이 사실을 미리 아셔야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둘째, 운동을 대신해 주는 치료는 없습니다. 충격파도 도수 치료도 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보조 수단이며, 저는 그 이상으로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셋째, 힘줄에 놓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중히 봅니다. 당장 편해지는 대신 파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어, 통증 조절이 필요할 때에도 다른 방법을 먼저 찾습니다. 넷째, 파열이 의심되면 재활의 영역이 아닙니다. 확인 후 수술적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곳으로 연계해 드립니다.
3줄 요약
아킬레스건 통증은 염증이라기보다 힘줄이 낡고 약해진 상태인 경우가 많아 약과 휴식만으로는 낫지 않습니다. 아침 첫 몇 걸음의 뻣뻣함과 한쪽만 도톰해진 느낌이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아픈 자리가 뒤꿈치뼈에서 두세 마디 위(중간부)인지 뼈에 붙는 자리(부착부)인지에 따라 해야 할 운동이 달라집니다. 부착부에 계단에서 뒤꿈치를 깊이 내리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으니 확인하고 시작하세요.
치료의 중심은 천천히 내리는 뒤꿈치 들기 운동이며, 몸이 풀리면 안 아픈 것은 회복의 근거가 아닙니다. 다음 날 아침의 뻣뻣함으로 강도를 조절하세요. "뚝" 소리와 함께 발끝으로 설 수 없다면 파열일 수 있으니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아킬레스건은 가장 강한 힘줄이면서 가장 성격이 급한 환자를 가장 싫어하는 힘줄입니다. 빨리 낫게 하려고 무리하면 더 길어지고, 무섭다고 완전히 멈추면 약해져서 또 아픕니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부하를 주는 것 하나가 이 병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을이 오면 왕숙천에 사람이 부쩍 늘어납니다. 좋은 일입니다. 다만 지난봄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몸에 맞춰 시작해 주세요. 그리고 아침 첫 걸음이 계속 뻣뻣하다면, 더 굵어지기 전에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뒤꿈치 위가 아프고 아침 첫 걸음이 뻣뻣하시거나, 운동을 다시 시작한 뒤 통증이 생기셨다면 편하게 오세요. 중간부인지 부착부인지, 힘줄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드리고 그 부위에 맞는 운동과 복귀 일정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파열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수술적 판단이 가능한 진료로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운동하시는 분들이 시간 내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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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아킬레스건의 통증과 건병증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자가 확인 방법은 병원 진료의 필요성을 가늠하기 위한 일반적 설명으로 진단 기준이 아니며, 실제 진단은 진찰과 필요한 경우의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통증의 위치와 힘줄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운동과 금기가 달라지므로 자가 운동은 전문의의 진찰 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치료 방법과 회복 기간은 개인의 상태, 활동량, 동반 질환에 따라 크게 다르며 본문에 언급된 보조 치료의 효과 또한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파열음이나 갑작스러운 통증 후 발끝으로 서기 어려운 경우, 힘줄의 함몰이 만져지는 경우, 발적과 발열이 동반된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