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허리 아픈데 왜 피를 뽑아요?" —…
허리

"허리 아픈데 왜 피를 뽑아요?" — 제가 피검사를 하는 이유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원장님, 저는 허리가 아파서 왔는데 왜 피를 뽑아요?" 표정에는 '이거 꼭 필요한 검사 맞나?' 하는 마음이 살짝 비칩니다. 당연한 의문이라고 생각해요. 아픈 곳은 허리인데 팔에서 피를 뽑으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통증 환자분께 피검사를 권할 때 머릿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허리 아픈데 왜 피를 뽑아요?"

"피검사는 다 정상이라는데 왜 계속 아플까요?"

"통을 왜 이렇게 여러 개 뽑아요?"

PART 1.

제가 피를 뽑는 이유는 셋 중 하나입니다

목적 없이 뽑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는 늘 이 셋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어요.

찾기

이 통증이 근육·관절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확인

지키기

약과 치료를 안전하게 쓰기 위한 확인

따라가기

치료가 듣고 있는지 시간에 따라 비교

이 중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모르시는 게 두 번째입니다. 뒤에서 따로 말씀드릴게요.

PART 2

찾기 — "근육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봅니다

통증의 대부분은 근육과 관절에서 옵니다. 그런데 근골격 통증인 척하고 오는 다른 병들이 있습니다. 그걸 걸러내려고 피를 봅니다. 제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의심하는지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 아침에 유독 뻣뻣하고 오래 갈 때 — 염증 수치

단순 근육통은 움직이면 풀리는데, 아침 강직이 30분~1시간 넘게 이어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염증 수치(ESR·CRP)를 봅니다. 여기서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추염 같은 염증성 질환의 실마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2. 젊은 남성의 오래된 허리 통증 — 강직성 척추염

20~30대 남성이 몇 달째 허리가 아프고, 쉬면 더 아프고 움직이면 낫다고 하시면 저는 반드시 의심합니다. 일반적인 디스크와 반대 양상이거든요. 관련 표지자를 함께 확인합니다.

3. 한 관절만 갑자기 빨갛게 부었을 때 — 요산

엄지발가락이나 무릎이 밤사이 갑자기 부어오르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아프면 통풍을 생각합니다. 다만 발작 중에는 요산이 오히려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수치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4. 손발이 저릴 때 — 혈당과 갑상선

저림의 원인이 목·허리 신경일 수도 있지만, 당뇨로 인한 말초신경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 근육통·피로·손목터널증후군과 함께 오기도 하고요. 어깨가 잘 굳는 분(오십견)에게 당뇨가 숨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5. 온몸이 아프고 기운이 없을 때 — 빈혈·전해질

"여기저기 다 아프다"고 오셨는데 빈혈이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근육 경련이 잦으면 칼슘·마그네슘 같은 전해질도 봅니다.

6. 무리한 뒤 근육이 심하게 아플 때 — 근육 효소

과한 운동이나 더위 속 작업 후 근육통이 심하고 소변 색이 진해지면 근육이 손상됐을 수 있습니다. 이건 신장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 빨리 확인해야 합니다.

덧붙이면, 제가 가장 긴장하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밤에 더 심해지는 통증, 체중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 열이 함께 나는 것, 암 병력이 있는 분의 새로운 뼈 통증. 이럴 때는 단순 근골격 통증으로 넘기지 않고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함께 챙기고, 필요하면 상급 병원으로 연결합니다.

PART 3

지키기 —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분들이 거의 모르시는 부분입니다. 저는 진단을 위해서만 피를 뽑는 게 아니라, 약을 안전하게 쓰기 위해 뽑습니다.

1. 소염진통제를 쓰기 전에 신장과 간을 봅니다

통증 진료에서 자주 쓰는 소염진통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신 분, 이뇨제를 드시는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같은 약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안전이 달라집니다.

2. 주사나 시술 전에는 출혈·감염 위험을 확인합니다

피가 잘 멎는지, 감염 신호가 없는지를 봅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더 신중해야 하고요.

3. 약을 오래 드셔야 할 때는 중간에 다시 봅니다

처음 괜찮았다고 계속 괜찮은 게 아닙니다. 오래 복용하시는 분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피검사는 병을 찾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제가 환자분께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앞선 글에서 소염진통제가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확인도 여기서 이뤄집니다.

PART 4

그런데 "다 정상"이라고 나올 때

가장 자주 겪는 상황이자, 환자분들이 가장 허탈해하시는 순간입니다. "피검사도 정상, 엑스레이도 괜찮다는데 저는 왜 이렇게 아파요?"

그때 제가 드리는 말

"정상으로 나온 게 허탕이 아닙니다. 오늘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이 통증이 더 위험한 병 때문일 가능성'이었고, 그게 아니라는 답을 얻은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허리디스크도 오십견도 근막통증도 피에서는 안 나옵니다. 대부분의 근골격 통증은 원래 피검사가 정상이에요."

"그러니 이제 제 손과 눈으로 찾을 차례입니다. 어떻게 앉으시는지, 어느 동작에서 아픈지, 어디가 굳었는지요."

이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표정이 풀리십니다. "이상 없다"는 말이 "당신은 안 아프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되니까요. 통증은 실재하고, 다만 그 원인이 피에 나타나는 종류가 아닐 뿐입니다.

PART 5

자주 받는 실무 질문

Q. 왜 통을 여러 개 뽑나요?

검사마다 필요한 처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검사는 피가 굳으면 안 되고, 어떤 검사는 굳힌 뒤 위에 뜬 맑은 액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통의 색이 다르고 안에 든 것도 다릅니다. 많이 뽑아서가 아니라 용도가 달라서입니다.

Q. 꼭 굶고 가야 하나요?

항목에 따라 다릅니다. 혈당·중성지방 등은 공복이 필요하지만, 염증 수치나 신장 기능처럼 식사와 무관한 검사도 많습니다. 미리 알려드리니 확인하고 오시면 됩니다. 물은 대개 드셔도 괜찮습니다.

Q. 먹던 약은 어떻게 하나요?

임의로 거르지 마세요. 특히 혈압약·심장약은 그대로 드시는 게 맞습니다. 다만 무엇을 드시는지 반드시 알려주셔야 결과 해석이 정확해집니다. 영양제와 한약도 포함해서요.

Q. 멍이 잘 드는데 괜찮나요?

채혈 후에는 5분 정도 문지르지 말고 꾹 눌러 주세요. 문지르면 오히려 멍이 잘 듭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드신다면 조금 더 오래 눌러 주세요.

"'이상 없다'는 말은

'당신은 안 아프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한 원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피검사는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유 없이 항목만 늘리면 실제로는 병이 아닌데 경계에 걸치는 결과가 나오고, 그때부터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걱정이 시작됩니다. 저는 의심하는 이유가 있을 때 그 이유에 맞는 항목만 고르려고 합니다. 둘째, 정상이라고 병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이상하다고 다 병인 것도 아닙니다. 수치는 증상·진찰·영상과 함께 읽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셋째, 결과지는 혼자 읽지 마세요. 화살표 하나에 밤잠을 설치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궁금하시면 들고 오세요. 넷째, 제가 모든 것을 피로 알 수는 없습니다. 통증의 원인을 찾는 데 피검사가 하는 역할은 일부이고, 나머지는 이야기를 듣고 몸을 직접 살피는 일입니다. 그 시간을 줄이면서 검사만 늘리는 진료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3줄 요약

통증 진료에서 피를 뽑는 이유는 셋입니다 — ①찾기(근육·관절 문제가 아닐 가능성 확인) ②지키기(약과 시술을 안전하게 쓰기 위한 확인) ③따라가기(치료 경과 비교). 이 중 ②를 위해 뽑는다는 걸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제가 의심하는 상황들 — 아침 강직이 오래갈 때(염증 수치), 젊은 남성의 오래된 허리 통증(강직성 척추염), 한 관절이 갑자기 붓고 아플 때(통풍), 손발 저림(혈당·갑상선), 온몸 통증과 무기력(빈혈), 무리 후 심한 근육통과 진한 소변(근육 손상). 특히 밤에 심해지는 통증·체중 감소·발열·암 병력은 더 챙겨 봅니다.

허리디스크도 오십견도 근막통증도 피에서는 안 나옵니다. 그러니 "다 정상"은 허탕이 아니라 위험한 원인이 아니라는 답이며, 그다음은 진찰로 찾습니다. 다만 검사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고, 결과지는 증상·진찰과 함께 읽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통증 환자분께 피를 뽑는 것은 허리를 피로 보려는 게 아닙니다. 이 통증이 제가 다룰 수 있는 종류인지 확인하고, 제가 쓸 약이 그분께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진단을 위한 검사이기 이전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검사인 셈이에요. 그래서 저는 검사를 권할 때 왜 하는지를 꼭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유를 모르고 받는 검사만큼 찜찜한 것도 없으니까요.

혹시 이전에 어디선가 검사를 받으시고 "왜 하는지 설명을 못 들었다"는 기억이 있으시다면, 다음엔 꼭 물어봐 주세요. "이건 뭘 보려고 하는 검사예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통증이 오래가는데 원인을 아직 못 찾으셨거나, 다른 곳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의 의미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들고 오세요. 결과를 함께 보며 지금 확인이 필요한 것과 지켜봐도 되는 것을 정리해 드리고, 필요한 검사만 골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별내재활의학과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원장 #통증과대화하는의사 #피검사 #혈액검사 #염증수치 #CRP #류마티스 #강직성척추염 #통풍 #요산 #당뇨신경병증 #갑상선 #빈혈 #근육효소 #신장기능 #소염진통제 #검사결과지 #아침강직 #허리통증 #오십견 #건강칼럼 #별내통증클리닉 #남양주재활의학과 #다산신도시병원 #별내야간진료 #주말진료병원

※ 본 글은 통증 진료에서 시행하는 혈액검사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어떤 검사를 시행할지는 증상·병력·진찰 소견에 따라 달라지므로 본문의 항목이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검사 결과의 해석은 수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반드시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복 여부와 복용 중인 약의 조정은 검사 항목과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안내에 따르시고,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마십시오. 밤에 심해지는 통증,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발열, 진행하는 근력 저하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