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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진통제로 버티고 계신가요 — 재활의학과가 '원인'을 치료하는 방식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문장이 있어요. "약 먹으면 좀 괜찮은데, 끊으면 또 아파요." 몇 달, 심하면 몇 년을 그렇게 버텨 오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 환자분이 게으르거나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통증을 '느끼는 신호'만 계속 줄여 왔고, 그 신호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재활의학과가 이 지점을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는지, 그러니까 왜 재활의학이 '근본치료'를 지향하는 과인지 정리해 드릴게요.

"약 먹을 때만 괜찮고 끊으면 다시 아파요."

"주사도 맞아 봤는데 몇 달 뒤에 또 그래요."

"MRI는 깨끗하다는데 왜 계속 아플까요?"

PART 1

진통제는 '경보기'를 끄는 일입니다

먼저 오해를 막고 싶어요. 진통제는 나쁜 약이 아닙니다. 아플 때 통증을 줄이는 건 치료의 정당한 한 부분이고, 저도 필요할 때 분명히 처방합니다. 다만 진통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아셔야 해요.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보 신호입니다. 진통제는 그 경보기의 볼륨을 줄여 주는 약이에요. 불이 난 원인을 찾아 끄는 약이 아니라, 사이렌을 잠시 조용하게 만드는 약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원인이 남아 있으면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 사이렌은 다시 울립니다.

더 아쉬운 건, 그동안 몸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악순환이 있다는 점이에요.

아프다 → 안 움직인다

통증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덜 쓰고 피하게 됩니다. 당연한 반응이에요.

2. 안 움직인다 → 약해지고 굳는다

안 쓰는 근육은 빠르게 힘이 빠지고(약화), 관절과 연부조직은 뻣뻣하게 굳습니다(단축·구축).

3. 약해지고 굳는다 → 더 아프다

버텨 줄 근육이 없으니 관절과 힘줄에 부담이 몰려, 같은 일을 해도 더 쉽게 아파집니다.

4. 그래서 → 통증이 '만성'이 된다

이 고리가 몇 달 돌면 몸은 아픈 상태에 익숙해지고 예민해집니다. 처음보다 작은 자극에도 아프게 되는 것이죠.

즉 신호만 줄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은 통증에 더 취약한 상태로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약으로 버틴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급해져요. 버틴 만큼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길어지니까요.

PART 2

재활의학과는 '아픈 곳'보다 '원인'을 찾습니다

재활의학과가 진료실에서 가장 오래 쓰는 시간은 사실 치료가 아니라 평가입니다. 통증이 있는 지점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하필 그 부위에 부담이 몰렸는지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핵심 원칙이 하나 있어요. 아픈 곳과 원인인 곳은 자주 다릅니다.

무릎이 아픈데 원인은 엉덩이·발목

엉덩이 근육(고관절 안정화)이 약하거나 발목이 굳으면, 그 부담이 중간에 있는 무릎으로 몰립니다. 무릎만 치료하면 곧 재발하죠.

목·어깨가 아픈데 원인은 자세와 등

등이 굽고 어깨가 앞으로 말리면, 목뒤 근육이 온종일 머리 무게를 붙잡고 있게 됩니다. 목을 주무르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아요.

허리가 아픈데 원인은 '움직이는 방식'

허리를 굽혀 물건을 드는 습관, 오래 앉는 방식, 복부·엉덩이 근육의 부재. 디스크는 결과이고 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은 깨끗한데 아플 때

MRI에 이상이 없어도 통증은 실재합니다. 근육·힘줄의 기능 문제, 자세 불균형, 신경 예민화는 사진에 잘 안 찍혀요. 그래서 직접 움직여 보고 만져 보는 진찰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재활의학과 진료는 질문이 많습니다. 어떤 자세에서 아픈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통증의 이력을 들어야 원인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캐묻는다고 느껴지신다면, 그건 답을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PART 3

근본치료의 도구들 — 무엇을 어떻게

원인을 찾았다면, 이제 그 원인을 되돌리는 치료를 조합합니다. 재활의학과의 무기는 하나가 아니에요.

1. 운동치료 — 가장 근본적인 치료

약해진 근육에 힘을 다시 붙이고, 굳은 관절의 움직임 범위를 되찾고, 무너진 균형을 다시 세우는 것. 재활의학의 본체입니다. 유일하게 몸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치료이기도 하고요.

2. 도수·물리치료 — 길을 열어 주는 치료

굳은 조직과 뻣뻣한 관절을 풀어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운동치료가 가능해지도록 문을 여는 단계로 씁니다.

3. 비수술적 중재(주사·시술) — 통증을 낮춰 주는 다리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때는, 필요한 경우 주사 등으로 통증과 염증을 낮춥니다. 이때의 목적은 '통증을 지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재활을 시작할 수 있는 창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주사 뒤에 반드시 운동을 붙입니다.

4. 자세·생활습관·작업환경 교정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병원 밖에 있습니다. 앉는 자세, 드는 방법, 베개 높이, 모니터 높이, 걷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치료의 절반이에요. 이걸 놔두면 치료실에서 만든 회복을 집과 직장에서 되돌려 놓게 됩니다.

5. 재발 예방 — 스스로 관리하는 힘

재활의 목표는 병원에 오래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병원 없이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집에서 할 운동과 조심할 동작을 손에 쥐어 드립니다.

신호만 다루는 접근

아픈 부위에 집중

통증이 줄면 종료

몸은 그대로 → 재발

약·주사에 점점 의존

원인을 다루는 재활 접근

원인 부위·습관까지 평가

기능이 돌아오면 종료

몸이 바뀜 → 재발 감소

스스로 관리하는 힘이 남음

PART 4

그래서 재활의학과의 장점 다섯

① 칼을 대지 않는 방법을 먼저 끝까지 봅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회복할 여지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재활의학과의 출발점입니다.

② '통증 점수'가 아니라 '기능'을 봅니다

목표가 다릅니다. 아픈 정도만 묻지 않고 다시 계단을 오를 수 있는지, 다시 일할 수 있는지, 다시 잘 수 있는지를 봅니다.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치료 종점이에요.

③ 약과 주사에 대한 의존을 줄여 줍니다

원인이 교정되면 버티기 위해 쓰던 약의 필요가 자연히 줄어듭니다. 약을 끊게 해 드리는 게 아니라, 약이 덜 필요한 몸을 만드는 것입니다.

④ 재발률을 낮춥니다

같은 부위를 반복해서 다치는 분들의 공통점은 원인이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것이에요. 근력·유연성·습관이 바뀌면 재발 고리가 끊어집니다.

⑤ 통증만이 아니라 '움직임 전체'를 다룹니다

허리·목·무릎 통증은 물론, 뇌졸중 후 마비, 수술 후 회복, 파킨슨병의 보행, 노년기 근력 저하와 낙상까지 — 재활의학과는 '사람이 움직여 사는 일' 전부를 다루는 과입니다.

"통증을 지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통증이 생기던 이유를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직하게 — 재활도 만능은 아닙니다

세 가지는 꼭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째, 진통제와 주사가 '틀린 치료'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급성기의 심한 통증을 낮추는 일은 그 자체로 필요하고, 오히려 그 덕분에 재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끝내는 것이에요. 둘째, 재활은 즉효약이 아닙니다. 근력과 유연성, 습관이 바뀌는 데는 주 단위·달 단위의 시간과 환자분의 노력이 듭니다. 한 번에 낫게 해 드린다는 말은 저는 하지 않습니다. 셋째, 재활보다 수술이나 응급처치가 먼저인 상태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사라질 때, 대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길 때, 외상 직후·심한 골절, 갑작스러운 마비나 발음 이상, 원인 모를 발열·체중감소가 함께 있을 때는 재활을 논하기 전에 즉시 진료와 검사가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를 가려 드리는 것도 진료의 일이에요.

3줄 요약

진통제는 통증이라는 경보기의 볼륨을 줄이는 약이며, 원인이 남아 있으면 약효가 끝날 때 통증은 돌아옵니다. 그사이 아프다→안 움직인다→약해지고 굳는다→더 아프다는 악순환으로 통증이 만성화됩니다.

재활의학과는 아픈 곳과 원인인 곳이 다르다는 전제로 자세·근력·움직임을 평가해 원인을 찾고, 운동치료를 중심으로 도수·물리치료, 필요 시 비수술적 중재, 자세·생활습관 교정을 조합합니다. 주사는 '끝'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할 창을 만드는 다리입니다.

장점은 ①비수술적 방법 우선 ②통증 점수가 아닌 기능·일상 복귀가 목표 ③약·주사 의존 감소 ④재발 예방 ⑤통증부터 뇌질환·수술 후·노년기 기능까지 폭넓게. 단 급효를 기대할 수는 없고, 마비·대소변 장애 등은 즉시 진료가 우선입니다.

정리하자면, 진통제는 통증을 견디게 해 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아픔이 생기던 조건이 그대로 남습니다. 재활의학과는 그 조건 자체를 바꾸는 과예요. 원인을 찾고, 굳은 것을 풀고, 약해진 것을 다시 키우고, 아프게 만들던 습관을 교정해서 — 결국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몸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길이지만, 가장 멀리 가는 길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오래 아팠던 분들이 "이건 나이 때문이라 어쩔 수 없대요"라며 체념하실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통증에는 손댈 수 있는 이유가 남아 있습니다. 통증에 익숙해지지 마시고, 한 번은 원인을 제대로 물어봐 주세요.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진통제로 오래 버티고 계시거나, 치료받아도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아프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통증이 생긴 원인을 함께 찾고, 상태에 맞는 운동·도수·물리치료와 재활 계획을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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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재활의학과의 치료 접근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의 원인과 적절한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병력·검사 결과에 따라 크게 다르고, 모든 통증이 재활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시술·수술이 우선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은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 마비·감각 저하, 대소변 조절 장애, 갑작스러운 마비·언어장애, 외상 직후 심한 통증, 발열·원인 불명의 체중감소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 진료 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