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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수험생 뒷바라지 — 정작 부모님 몸은 어떠십니까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3 아이를 데리고 오신 어머님이나 아버님이 아이 진료를 다 마치고 일어서시면서, 문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도 사실 어깨가 좀 그런데… 뭐, 애 먼저죠."

그러고는 다음 예약을 잡지 않고 가십니다. 그리고 몇 달 뒤 훨씬 나빠진 상태로 오십니다. 대개 수능이 끝난 다음입니다.

오늘 글은 아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모님 몸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 진료실에서 제가 가장 자주 보면서도 가장 말씀드리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본인을 챙기시라"는 말이 이 시기 부모님께는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유는 마지막에 적겠습니다.

"새벽에 데리러 갔다가 그 뒤로 잠을 설칩니다."

"1년만 참으면 되니까요."

"애 앞에서 아프다고 하기가 좀 그래서요."

PART 1

수험생 부모의 몸에 벌어지는 일

이 시기 부모님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통증이 생길 조건이 거의 다 모여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진료실에서 확인되는 것들

① 밤 운전과 픽업

가장 흔합니다. 늦은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가는 짧은 운전이 매일 반복됩니다. 어두운 데서 긴장한 채 운전하면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앞으로 나옵니다. 거리가 짧아도 매일이면 누적됩니다. 그리고 차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문제입니다. 좁은 좌석에서 고개 숙이고 휴대폰을 보며 30분을 보내시지요.

② 토막 난 잠

아이가 들어올 때까지 못 주무시고, 들어오면 챙겨 주시고, 아침에는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싸십니다. 총 수면 시간도 짧지만 더 문제는 잠이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깊은 잠이 부족하면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실제로 올라갑니다. 같은 어깨 결림도 훨씬 아프게 느껴집니다.

③ 주방에서 쓰는 손목과 어깨

도시락, 야식, 간식. 손목을 비틀며 힘주는 동작이 늘어납니다. 전에 손목건초염 글에서 말씀드린 그 힘줄이 여기서도 문제가 됩니다. 싱크대 앞에서 고개 숙이고 서 있는 시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④ 긴장이 만드는 것들

부모님도 시험을 함께 치르고 계십니다. 긴장하면 이를 악물게 되고, 어깨가 올라가고, 숨이 얕아집니다. 아침에 턱이 뻐근하시거나 관자놀이가 아프시다면 밤사이 이를 갈고 계셨을 수 있습니다. 전에 턱관절 글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⑤ 본인 운동이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시간이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자기 운동입니다. 그런데 운동은 통증을 견디는 힘 자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이게 빠지면 나머지가 전부 더 크게 다가옵니다.

PART 2

하필 그럴 나이입니다

이 부분은 조심스럽지만 꼭 말씀드려야 합니다.

고3 자녀를 두신 부모님은 대개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이십니다. 그리고 이 나이대는 그 자체로 몸에 여러 변화가 겹치는 시기입니다. 하필 가장 무리하게 되는 해에, 가장 무리하면 안 되는 몸이 되는 셈입니다.

1. 어깨

오십견과 회전근개 문제, 석회화건염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연령대입니다. "좀 쉬면 낫겠지" 하고 두시는 동안 어깨가 굳어 버리는 것이 이 시기 가장 아까운 경우입니다. 특히 밤에 아파서 잠을 설치는 어깨 통증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2. 뼈

특히 어머님들께 말씀드립니다. 폐경 전후로 골밀도가 빠르게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전에 골다공증 글에서 "조용한 도둑"이라고 표현했던 이유가, 아무 증상 없이 진행하다가 넘어졌을 때 결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검진을 미루기 가장 쉬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검사입니다.

3. 근육

사십 대 이후로는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줄어듭니다. 전에 근감소증 글에서 "근육이라는 통장"에 비유했는데, 이 1년 동안 운동을 완전히 놓으시면 그 통장에서 꽤 큰 금액이 빠져나갑니다. 다시 채우는 데는 더 오래 걸립니다.

4. 허리와 무릎

앉아 있는 시간이 늘고 운동은 줄어드는 조합이 가장 나쁩니다. 여기에 체중이 조금 늘면 무릎이 먼저 반응합니다.

PART 3

"1년만 참자"의 함정

이 시기 부모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걱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왜 미루면 손해인가

① 초기에 잡으면 훨씬 짧게 끝납니다

어깨든 허리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통증은 대개 간단히 정리됩니다. 그런데 몇 달을 참으면 근육이 굳고, 움직임이 줄고, 그 상태에 몸이 적응해 버립니다. 그때부터는 치료 기간이 몇 배가 됩니다. 결국 아이 수능이 끝난 뒤에 더 긴 시간을 쓰시게 됩니다.

② 참는 동안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통증이 있으면 잠이 나빠지고, 예민해지고, 집중이 안 됩니다. 그 상태로 아이를 대하게 됩니다. 이건 부모님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③ 치료가 시간을 많이 뺏지 않습니다

미루시는 큰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근골격계 통증은 초기에 짧게 확인하고 방향만 잡아도 크게 달라집니다. 매일 병원에 오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PART 4

시간이 없으실 때 이것만이라도

현실적으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 정리했습니다.

하루 5분, 나눠서

① 차에서 기다리실 때

휴대폰을 보시더라도 눈높이로 들어 올려 보세요. 그리고 양쪽 어깨를 뒤로, 아래로 내리면서 날개뼈를 모아 5초씩 10번. 기다리는 시간이 회복 시간이 됩니다.

② 운전대를 잡으실 때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어깨를 내리고, 핸들을 너무 멀리 잡지 마세요. 팔을 뻗어 잡으면 어깨가 계속 긴장합니다. 신호 대기 중에 턱을 살짝 당겨 목을 제자리로 돌려 주세요.

③ 주방에서

싱크대가 낮아 고개를 숙이게 되면 한쪽 발을 낮은 발판에 올려 보세요. 허리가 훨씬 편해집니다. 무거운 냄비는 두 손으로, 몸에 붙여서 드시고요.

④ 걷기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 어려우시면 걷기부터입니다. 별내에는 왕숙천 산책로가 있지요. 매일 20분이라도 좋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에 차 안에 계시는 대신 근처를 한 바퀴 걸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⑤ 잠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들어올 때까지 깨어 계셔야 한다면, 그 시간을 앉아서 긴장한 채 보내지 마세요. 누워서 쉬시다가 일어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전에 잘 때 자세 글에서 부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모가 무너지면

아이가 가장 먼저

불안해집니다."

PART 5

제가 이 글을 쓴 이유

서두에 이유를 마지막에 적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 "본인을 챙기세요"라고 말씀드리면 대개 웃으며 넘기십니다. 자기 몸은 늘 뒤로 미루는 것이 익숙하시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른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상태를 놀랄 만큼 정확히 읽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고3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가 저 때문에 힘든 것 같아서 미안해요." "아빠가 요즘 잠을 못 자세요." 부모님은 티를 안 내신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는 다 압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아이에게 부담이 됩니다. "나 때문에 부모님이 저렇게 됐다"는 생각은 이 시기 아이가 감당하기에 무거운 짐입니다. 전에 학업 스트레스 글에서 다뤘듯, 그런 부담은 결국 몸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본인 몸을 챙기시는 것은 아이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덜 아픈 부모가 덜 예민하고, 덜 예민한 집이 아이에게는 훨씬 나은 공부 환경입니다. 좋은 책상보다 그쪽이 큽니다.

한 가지 더. 부모님이 병원에 다녀오시는 모습을 아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프면 참지 않고 확인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셈이니까요. 전에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에 관한 글에서, 아이가 아픔을 숨기게 되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반대의 본보기가 됩니다.

이런 경우는 미루지 마세요

밤에 통증으로 잠에서 깰 때, 어깨가 아파 옆으로 눕지 못할 때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림이 손끝·발끝까지 이어질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느낌, 식은땀, 숨참이 동반될 때 — 즉시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시작된 심한 두통, 어지럼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 — 즉시 진료

넘어진 뒤 생긴 통증 — 특히 골다공증이 있으시거나 폐경 이후라면 가볍게 보지 마세요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열이 날 때,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만 할 때

불면과 불안이 몇 주째 이어질 때 — 전문적인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이 시기 부모님께 "운동하세요, 푹 주무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 적었습니다. 완벽하게 하실 필요 없고 몇 가지만 골라 하셔도 충분합니다. 둘째, 치료로 이 시기의 피로 자체를 없애 드릴 수는 없습니다. 생활 조건이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증이 더 나빠지지 않게, 잠을 방해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셋째, 모든 통증이 뒷바라지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이 연령대에는 다른 원인으로 시작된 문제가 겹쳐 있는 경우가 있어, 필요한 검사는 미루지 않고 권해 드립니다. 넷째, 불면과 불안이 앞서 있다면 몸 치료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적절한 진료를 함께 권해 드립니다.

3줄 요약

수험생 부모님의 생활에는 통증이 생길 조건이 거의 다 모여 있습니다. 밤 픽업 운전과 차 안에서의 대기, 토막 난 잠, 늘어난 주방 일, 긴장으로 인한 이악물기, 그리고 가장 먼저 사라지는 본인 운동. 게다가 어깨·뼈·근육의 변화가 겹치는 연령대이기도 합니다.

"1년만 참자"가 가장 손해입니다. 초기에 잡으면 짧게 끝날 통증이, 몇 달 참는 동안 굳어 버려 치료 기간이 몇 배가 됩니다. 결국 수능이 끝난 뒤 더 긴 시간을 쓰시게 됩니다.

시간이 없으시면 차에서 기다리실 때 날개뼈 모으기, 운전 시 어깨 내리기, 주방에서 한쪽 발 올리기, 하루 20분 걷기만이라도 하세요. 덜 아픈 부모가 덜 예민하고, 그게 아이에게는 좋은 책상보다 나은 공부 환경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시기 부모님의 몸은 가장 많이 쓰이면서 가장 나중에 챙겨지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수능이 끝난 다음 주부터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참아 왔던 것들이 전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매년 보는 풍경입니다.

그러니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아이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시면서 "저도 어깨가 좀…"이라고 하실 때, 그 문장을 끝까지 말씀해 주세요. 아이 먼저인 것은 맞지만, 부모님 다음이 아니라 함께여도 됩니다. 남은 몇 달, 온 가족이 무너지지 않고 도착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아이 뒷바라지하시느라 어깨나 목, 허리가 계속 불편하셨다면 편하게 오세요. 지금 통증이 어느 단계인지, 확인이 필요한 원인이 있는지 짚어 드리고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이어 갈 수 있는 치료와 관리 방법으로 잡아 드리겠습니다. 폐경 이후 골밀도 확인이나 다른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아이 픽업 시간 전후나 주말에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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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중년기 근골격계 통증과 생활 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제시한 자세와 운동 방법은 일반적인 권장 사항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존 질환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실 때에는 전문의의 진찰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통증의 원인과 경과, 필요한 검사는 연령과 병력에 따라 다르며 골밀도 검사 등의 시행 여부는 진료를 통해 결정됩니다. 야간통이나 사지 근력 저하, 흉부 불편감과 식은땀,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언어 장애·편측 마비, 외상 후 통증,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와 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불면과 불안, 우울이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