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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

저혈압 —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일어설 때'입니다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지난번 고혈압 이야기를 드렸더니 이런 질문이 왔습니다. "저는 반대로 저혈압인데요. 저혈압도 위험한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대답이 조금 복잡해요. 평소 혈압이 낮은 것 자체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어설 때 떨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활의학과에서 저혈압이 진짜 문제가 되는 순간이 바로 그 두 번째입니다. 오늘 그 구분을 정리해 드릴게요.

"저는 원래 저혈압이라 아침에 늘 힘들어요."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핑 돌아요."

"어머니가 화장실 다녀오시다 쓰러지셨어요."

PART 1

평소 혈압이 낮은 것 — 대개는 병이 아닙니다

먼저 오해를 풀고 가겠습니다. 흔히 90/60 아래면 저혈압이라고들 하지만, 이 숫자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수치가 낮아도 아무 증상이 없다면 대체로 치료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 혈압이 낮은 편인 것은 심혈관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기도 해요.

"저혈압이라 늘 피곤하다"는 말씀도 자주 듣는데, 피로의 원인은 혈압보다 다른 데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수면, 빈혈, 갑상선 기능,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요. 저혈압을 탓하다가 정작 찾아야 할 원인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러니 기준을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숫자가 아니라 증상입니다. 낮아도 멀쩡하면 지켜보고, 어지럽고 아찔하고 쓰러질 것 같으면 그때부터 다뤄야 할 문제가 됩니다.

PART 2

진짜 문제는 일어설 때 떨어지는 것

이것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부릅니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에요.

기립성 저혈압이란

일어선 뒤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 눈앞이 캄캄해지고, 핑 돌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심하면 실신합니다.

원래 우리 몸은 일어서는 순간 다리로 몰리는 피를 붙잡아 두려고 혈관을 조이고 심박을 올립니다. 그 반응이 0.5초 안에 자동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이 조절이 느려지거나 무뎌지면 뇌로 가는 피가 잠깐 부족해지는 겁니다.

누가 그럴까요. 제 진료실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1. 오래 누워 계셨던 분

입원이나 병치레로 며칠만 누워 있어도 이 조절 반응이 무뎌집니다. 그래서 회복 후 처음 일어설 때 아찔합니다. 재활을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겁니다.

2. 뇌졸중·척수손상 후

자율신경 조절이 손상되면 일어설 때 혈압을 붙잡아 주는 기능이 약해집니다. 재활 초기에 앉기·서기 훈련을 방해하는 가장 흔한 장애물이에요.

3. 파킨슨병·당뇨병

둘 다 자율신경에 영향을 줍니다. 파킨슨병은 병 자체로도, 약으로도 혈압이 떨어질 수 있고, 오래된 당뇨는 신경 조절 기능을 무디게 합니다.

4. 고령

나이가 들면 혈압 조절 반응이 느려지고 갈증 감각도 둔해져 탈수가 겹치기 쉽습니다. 여름에 특히 위험합니다.

5. 약 때문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혈압약(특히 이뇨제), 전립선 약, 파킨슨 약, 일부 항우울제 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어지럼의 원인이 약인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다만 절대 스스로 끊지 마시고 처방하신 선생님께 "일어설 때 어지럽다"고 꼭 말씀하세요. 용량이나 복용 시간 조정만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PART 3

재활의학과가 이것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활의 진도를 막습니다. 일어서기만 하면 어지러우니 서기 훈련도 걷기 훈련도 진행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재활 초기에 일어설 때의 혈압 변화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침대를 조금씩 세우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둘째,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낙상의 흔한 원인입니다. 어르신이 화장실 가시다가, 새벽에 일어나시다가 쓰러지는 사고의 상당수가 여기서 옵니다. 그리고 그 낙상이 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면 그 뒤의 삶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지럼을 호소하시는 어르신께 "언제 어지러우세요?"를 꼭 여쭙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 도는 어지럼과 일어설 때 아찔한 어지럼은 원인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전자는 귀나 뇌 쪽 문제일 수 있고, 후자는 혈압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분만 정확히 말씀해 주셔도 진료가 훨씬 빨라집니다.

PART 4

실전 — 일어나는 순서부터 바꾸세요

약보다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일어나는 방식만 바꿔도 상당히 좋아집니다.

① 눈을 뜨고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누운 채로 발목을 위아래로 열 번 움직이고,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폅니다. 다리의 피를 위로 올려보내는 준비 운동입니다.

② 먼저 '앉기'까지만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로 최소 1분은 머무릅니다. 이때 어지러우면 다시 누우세요. 여기서 무리하다 쓰러집니다.

③ 앉은 채로 다리를 움직입니다

발끝을 들었다 내리고, 무릎을 폈다 굽힙니다. 종아리 근육이 펌프 역할을 해서 피를 심장으로 올려줍니다.

④ 잡을 것을 확보하고 일어섭니다

침대 난간이나 벽을 반드시 손으로 짚고 일어서세요. 일어선 뒤에도 몇 초는 그 자리에 서서 괜찮은지 확인한 다음 걸으세요.

⑤ 아찔하면 즉시 앉거나 눕습니다

참고 걸어가려다 넘어집니다. "어? 하는 순간 앉는다"를 미리 정해두세요. 다리를 꼬아 힘을 주거나 주먹을 꽉 쥐는 것도 순간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생활에서 함께 챙기면 좋은 것들입니다.

수분을 충분히

탈수는 기립성 저혈압을 크게 악화시킵니다. 특히 여름과 설사·발열이 있을 때 주의하세요. 단, 심부전이나 신장질환으로 수분 제한 중이신 분은 담당의 지시를 따르셔야 합니다.

압박 스타킹·복대

다리와 배에 피가 고이는 것을 줄여줍니다. 증상이 뚜렷한 분께는 꽤 효과적입니다. 사용 여부와 압박 강도는 상의해서 정하세요.

침대 머리를 조금 올리고 주무세요

머리 쪽을 10~20도 정도 높여 자면 아침 증상이 줄어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식과 음주를 피하세요

둘 다 혈압을 떨어뜨립니다. 특히 뜨거운 목욕과 사우나는 혈관을 확장시켜 위험합니다. 어르신은 목욕 후 어지럼을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이세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움직이지 않을수록 조절 기능은 더 무뎌집니다. 앉아 있는 시간, 서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훈련입니다.

PART 5

덜 알려진 것 — 식후에 어지러운 경우

어르신들 중에 식사 후 30분에서 한 시간쯤 지나 유독 어지럽고 힘이 빠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식사 후에는 소화를 위해 내장 쪽으로 피가 몰리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는데, 조절 기능이 약한 분에서는 이것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대처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 번에 많이 드시지 말고 조금씩 자주, 탄수화물을 몰아서 드시지 않기, 식후 30분에서 한 시간은 갑자기 일어서지 않기. 식후에 산책을 하신다면 바로 나서지 마시고 조금 쉬었다가 나가세요.

이럴 때는 그냥 넘기지 마세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이 있다면 — 원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심장 문제일 수도 있어 반드시 진료받으세요.

갑자기 없던 저혈압이 생겼을 때 — 출혈, 감염, 심장 문제, 부신 기능 이상 등 원인 질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검은 변이나 혈변, 심한 복통이 함께 있을 때 — 소화기 출혈 가능성. 즉시 진료.

가슴 통증, 심한 두근거림, 호흡곤란이 동반될 때 — 즉시 119.

열이 나면서 축 처지고 혈압이 낮을 때 — 감염이 전신으로 퍼진 상황일 수 있어 응급입니다.

척수손상이 있는 분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혈압이 치솟을 때 — 이건 저혈압과 반대 방향의 응급 상황(자율신경 반사부전)이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낮은 혈압이 문제가 아니라,

일어설 때 붙잡아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만 짚겠습니다. 첫째, 증상 없는 저혈압에 약을 쓰지는 않습니다. 수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치료하지 않아요. 다루는 것은 증상입니다. 둘째, "저혈압이니 소금을 더 드세요"는 모두에게 맞는 말이 아닙니다. 심부전·신장질환·고혈압이 함께 있는 분께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 염분과 수분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상의 후에 하셔야 합니다. 셋째, 어지럼의 원인이 약인 경우가 흔하지만 스스로 끊지 마세요. "일어설 때 어지럽다"고 말씀만 하셔도 용량이나 복용 시간 조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갑자기 생긴 저혈압은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늘 낮았던 것과 갑자기 낮아진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니, 후자라면 원인을 찾으셔야 합니다.

3줄 요약

평소 혈압이 낮은 것 자체는 대개 병이 아닙니다.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증상이며, "저혈압이라 피곤하다"기보다 수면·빈혈·갑상선 등 다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문제는 기립성 저혈압 — 일어선 뒤 3분 이내 수축기 20 또는 이완기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오래 누워 계셨던 분, 뇌졸중·척수손상, 파킨슨병·당뇨, 고령에서 흔하고, 혈압약·전립선약·파킨슨약 등 약이 원인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이 낙상과 고관절 골절의 흔한 원인입니다.

일어나는 순서만 바꿔도 좋아집니다 — ①누워서 발목 운동 ②걸터앉아 1분 ③앉은 채 다리 움직이기 ④잡고 일어서서 몇 초 확인 ⑤아찔하면 즉시 앉기. 수분·압박스타킹·침대 머리 올리기도 도움이 되며, 과식·음주·뜨거운 목욕은 피하세요. 단 염분·수분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상의 후에.

정리하자면, 저혈압에서 중요한 것은 평소의 수치가 아니라 자세를 바꿀 때 몸이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대응 능력은 누워 있을수록 떨어지고 움직일수록 회복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결국 재활의 문제이기도 해요. 일어설 때 아찔한 것을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기지 마세요. 그 아찔함 한 번이 골절로 이어지면 회복에 몇 달이 걸립니다.

특히 어르신을 모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새벽 화장실 길에 불을 켜 두시고, 침대 옆에 잡을 것을 두세요. 그리고 "일어날 때 어지럽다"고 하시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꼭 진료 때 말씀해 주세요.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일어설 때 어지럽거나, 최근 넘어진 적이 있으시거나, 오래 누워 계시다 재활을 시작하려는데 어지럼 때문에 진행이 어려우시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자세를 바꿀 때의 혈압 변화와 복용 중인 약을 함께 확인하고, 안전하게 일어서고 걷는 훈련부터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진료과로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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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저혈압과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개인의 상태와 진료 지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수분·염분 섭취를 늘리는 것은 심부전·신장질환·고혈압이 있는 분에게 해로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고, 복용 중인 약은 임의로 중단·조정하지 마십시오. 실신, 갑자기 발생한 저혈압, 흑색변·혈변, 흉통·호흡곤란, 발열을 동반한 저혈압 등은 응급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지럼은 귀·뇌·심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원인 감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