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아스피린의 역사와 부작용 — 진통제에…
통증

아스피린의 역사와 부작용 — 진통제에서 '심장약'이 된 120년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지난 타이레놀 글에 이어,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원장님, 그럼 아스피린은요? 저희 아버지는 '피 맑아진다'고 매일 한 알씩 드시는데, 저도 미리 먹으면 좋을까요?" 오늘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답을 먼저 드리면 이렇습니다. 아스피린은 '먹어두면 좋은 영양제'가 아니라, 이득과 출혈 위험을 계산해서 쓰는 처방약입니다. 최근 10년 사이 이 약에 대한 의학계의 권고가 상당히 달라졌는데, 그 변화를 모르고 예전 상식대로 드시는 분이 많아요. 오늘은 이 약의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그 부분을 정리해 드릴게요.

"피가 맑아진다니 미리 먹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아이 열날 때 아스피린 먹여도 되죠?"

"수술·발치 전에는 끊으라는데, 그냥 끊으면 되나요?"

PART 1

버드나무 껍질에서 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까지

아스피린의 뿌리는 놀랍게도 수천 년 전 버드나무입니다. 약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계보예요.

고대 — 버드나무 껍질의 시대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에도 버드나무 껍질과 잎을 열과 통증, 산통에 썼다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유는 몰라도 효과는 알고 있었어요.

1763년 — 처음으로 '검증'한 목사

영국의 성직자 에드워드 스톤이 버드나무 껍질 가루를 환자 50여 명에게 써 보고 해열 효과를 학회에 보고합니다. 민간요법이 기록된 임상 관찰로 넘어온 순간이었습니다.

1828~1838년 — 성분을 뽑아내다

독일에서 버드나무의 유효 성분 '살리신'이 분리되고, 이어서 살리실산으로 전환됩니다. 드디어 풀이 아니라 물질을 손에 쥔 거죠.

1853~1874년 — 좋은데 못 먹는 약

살리실산은 효과가 확실했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몹시 쓰고, 위를 심하게 자극해 많은 환자가 구역질과 속쓰림으로 복용을 포기했습니다. 대량 합성법이 개발돼 값은 싸졌지만 '못 견디는 약'이라는 벽은 그대로였습니다.

1897년 — 결정적 한 걸음

독일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살리실산에 아세틸기를 붙여 안정적인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들어냅니다. 위 자극이 줄고 먹을 수 있는 약이 된 거예요. 류마티스로 고통받던 아버지를 위해 연구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상사였던 아르투어 아이헨그륀이 착안·지시했다는 주장이 뒤에 제기돼 역사적 논쟁이 남아 있습니다.

1899년 — '아스피린'이라는 이름

이름은 A(아세틸) + Spir(살리실산을 얻던 식물 스피라이아) + in의 조합입니다. 처음엔 가루약으로 나왔고 곧 정제가 되어, 인류 최초로 전 세계에서 팔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됩니다.

1918년 — 독감과 함께 퍼지다

스페인 독감 대유행에서 아스피린은 거의 유일한 무기처럼 대량으로 쓰였습니다. 이 시기 지나치게 높은 용량이 쓰였다는 후대의 지적도 있어요. 또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바이엘은 여러 나라에서 상표권을 잃어, 그 나라들에서 '아스피린'은 상품명이 아닌 일반 성분명이 되었습니다.

1971년 — 왜 듣는지 밝혀지다 (노벨상)

영국의 존 베인이 아스피린의 작용 기전, 즉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막는다(COX 억제)는 것을 규명합니다. 이 공로로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아요. 먹기 시작한 지 70여 년, 쓰기 시작한 지 수천 년이 지나서야 이유를 알게 된 셈입니다.

1980년대 — 두 번째 인생, '심장약'

아스피린이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심근경색·뇌졸중을 겪은 환자의 재발 방지약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진통제로 태어난 약이 심혈관 약으로 재취업한 것이죠. 같은 시기 소아에서의 라이 증후군 문제가 알려져, 아이에게는 쓰지 않는 약이 됩니다.

2018년 이후 — 권고의 후퇴

대규모 연구들이 잇따라 "심혈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매일 먹는 것은, 얻는 이득보다 출혈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 지침에서 '건강한 사람의 예방적 복용' 권고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이게 지금의 결론이에요.

PART 2

같은 약, 다른 용량 — '저용량'과 '고용량'은 다른 약입니다

많은 분이 여기서 헷갈리십니다. 아스피린은 용량에 따라 사실상 다른 목적의 약이 됩니다.

저용량 (심혈관 목적)

목적: 혈소판이 뭉치는 것 억제

쓰임: 심근경색·뇌졸중·스텐트 후 재발 방지

매일 꾸준히, 장기 복용

반드시 의사 판단 하에

고용량 (해열·진통·항염)

목적: 열·통증·염증 완화

쓰임: 과거의 대표 진통제

필요할 때 짧게

요즘은 다른 약에 자리를 넘김

중요한 건 이겁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을 '되돌릴 수 없게' 억제합니다. 다른 소염진통제는 약효가 빠지면 혈소판 기능이 돌아오지만, 아스피린이 붙은 혈소판은 수명이 끝날 때까지(대략 일주일 남짓) 기능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용량으로도 효과가 오래 유지되고 — 같은 이유로 출혈 위험도 오래 남습니다.

"피가 맑아진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지 않아요. 피가 묽어지거나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혈전)를 만드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혈전이 위험한 사람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약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출혈 위험만 남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PART 3

부작용 — 위와 출혈, 그리고 아이

1. 위장 — 속쓰림에서 위궤양·출혈까지

아스피린은 위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까지 함께 막습니다. 그래서 속쓰림·위염·위궤양, 심하면 위장 출혈이 생길 수 있어요. 저용량이라도 위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위궤양 병력이 있는 분은 반드시 미리 알리셔야 합니다.

2. 출혈 경향 — 멍·코피·잇몸 출혈

작은 상처에도 피가 잘 멎지 않고, 멍이 쉽게 들고, 코피·잇몸 출혈이 잦아질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뇌출혈 위험도 고려해야 하고, 특히 낙상 위험이 큰 어르신에게는 이 점을 더 무겁게 봅니다.

3. 아이에게는 쓰지 않습니다 — 라이 증후군

가장 확실한 금기입니다. 소아·청소년이 수두나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 감염 중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드물지만 뇌와 간을 급격히 손상시키는 라이 증후군이 생길 수 있어요. 아이 해열제로 아스피린은 쓰지 않습니다. 어른 상비약을 아이에게 나눠 주시면 안 됩니다.

4. 천식·비염이 있는 분의 과민반응

천식 + 코 폴립 + 아스피린 과민이 함께 오는 유형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아스피린이나 같은 계열 소염진통제 복용 후 심한 호흡곤란이 올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5. 고용량에서의 이명·귀울림

과거 진통 목적의 고용량에서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청력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는 과다 복용의 신호일 수 있어 즉시 상의가 필요합니다.

6. 임신 — 자의 복용도, 자의 중단도 금지

임신 후반기의 일반적인(진통 목적) 복용은 태아에게 위험해 피해야 합니다. 반대로 전자간증 예방 등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저용량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어요. 즉 스스로 시작하거나 끊을 약이 아니라, 처방에 따를 약입니다.

이것만은 꼭 — 진료실에서 정말 중요한 4가지

처방받아 드시는 아스피린을 임의로 끊지 마세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입니다. 심근경색·뇌졸중·스텐트 시술을 받으신 분이 부작용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중단하면, 혈전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중단은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수술·시술·발치 전에는 미리 알리세요. 끊어야 할 때도 있고, 끊는 것이 더 위험해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단이 갈리는 문제라 스스로 정하지 말고 시술 의사와 처방 의사에게 반드시 알리셔야 합니다. 도수치료·주사치료를 받으실 때도 미리 말씀해 주세요.

다른 소염진통제와 겹쳐 드시지 마세요. 아스피린에 이부프로펜 계열을 더하면 위장 출혈 위험이 크게 올라가고, 일부는 아스피린의 심혈관 효과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항응고제·스테로이드·일부 항우울제와 함께라면 위험이 더 커집니다. 진료 때 드시는 약을 전부 말씀해 주세요.

이런 증상은 즉시 병원으로. 검은색 짜장 같은 변, 피를 토함, 커피색 구토물,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 멈추지 않는 코피, 이유 없는 어지럼·식은땀, 심한 두통이나 한쪽 마비 — 위장 출혈이나 뇌출혈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마세요.

PART 4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한 가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근육·관절 통증에 아스피린을 진통 목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같은 계열 안에서 위장 부담이 덜하고 통증 조절이 더 편한 약들이 있으니까요. 아스피린은 이제 진통제 칸이 아니라 심혈관 약 칸에 있는 약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대신 진료실에서 아스피린은 다른 이유로 매번 확인하는 약입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드시는 분에게 소염진통제를 더할지, 주사치료를 할지, 도수치료의 강도를 어떻게 할지가 출혈 위험 때문에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초진 때 "드시는 약 있으세요?"를 꼭 여쭙습니다. 그때 "아, 그냥 아스피린 한 알이요"라고 넘기지 말고 꼭 말씀해 주세요. 저희에게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아스피린은 '피를 맑게 하는 영양제'가 아니라,

이득과 출혈을 저울에 올려 쓰는 약입니다."

정직하게 — 나쁜 약이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아스피린은 의학사에서 가장 성공한 약 중 하나이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재발과 사망을 막고 있는 약입니다. 심근경색·뇌졸중을 겪으신 분이나 스텐트를 넣으신 분께는 대체하기 어려운 치료예요. 이 글의 요지는 딱 하나입니다 — "심혈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예방 삼아 스스로 매일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학계의 판단이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는 것. 나이·혈압·당뇨·흡연·출혈 위험·위궤양 병력 등을 함께 계산해야 하는 문제라, "몸에 좋다더라"로 시작할 약이 아닙니다. 반대로 이미 처방받아 드시는 분은 이 글을 읽고 절대 스스로 끊지 마시고, 궁금한 점은 처방 의사와 상의하세요. 시작도 중단도 진료실에서 결정할 일입니다.

3줄 요약

아스피린은 고대의 버드나무 껍질에서 출발해, 1897년 위 자극을 줄인 아세틸살리실산으로 완성되고 1899년 이름을 얻은 약입니다. 1971년에야 작용 기전(COX 억제)이 규명되어 노벨상으로 이어졌고, 1980년대에는 혈소판 억제 효과가 확인되며 진통제에서 심혈관 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용량에 따라 목적이 다릅니다 — 저용량은 혈전 예방(재발 방지), 고용량은 해열·진통. 혈소판을 되돌릴 수 없게 억제하기 때문에 효과도, 출혈 위험도 일주일 가까이 남습니다. "피가 맑아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주요 부작용은 위염·위궤양·위장 출혈, 출혈 경향, 소아의 라이 증후군(아이 해열제로 금지), 천식 과민반응입니다. 처방받은 아스피린은 절대 임의로 끊지 마시고, 수술·발치·시술 전에는 반드시 알리시고, 다른 소염진통제와 겹쳐 드시지 마세요. 건강한 사람의 예방적 자가 복용은 최근 권고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스피린의 120년은 '만능 진통제'에서 시작해 '표적이 분명한 심혈관 약'으로 좁혀진 역사입니다. 그리고 최근의 변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에게 쓸 것인가"를 훨씬 까다롭게 따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좋은 약일수록 아무나 먹어도 되는 약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버님이 드시는 한 알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가 제 몸에도 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래된 약에는 늘 오래된 상식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학은 그동안 조용히 생각을 바꿔 왔더라고요. 알약 하나에 담긴 이 긴 이야기가, 여러분이 드시는 약을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드시는 약이 겹치는지 궁금하시거나, 아스피린·항응고제를 복용하시면서 통증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편하게 상담 오세요. 출혈 위험을 고려해 안전한 범위의 물리·도수치료와 운동 계획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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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의 역사와 일반적인 안전 정보에 대한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처방·복약 지도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스피린의 복용 여부·용량·기간, 그리고 수술·시술 전 중단 여부는 나이·심혈관 위험도·출혈 위험·위장질환 병력·임신 여부·병용 약물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고, 현재 처방받아 복용 중인 아스피린을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정 제품·제조사에 대한 광고나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언급된 연구·지침·역사적 논쟁은 일반적 경향과 알려진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검은 변·혈액 구토·심한 복통·멈추지 않는 출혈·갑작스러운 두통이나 마비 등이 나타나면 즉시 119 또는 응급실로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