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로 해 주세요" — 그 안에 무엇이 있고, 순서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허리 이야기 세 번째입니다. 디스크가 시간과 함께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사진이 곧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수술은 하기 싫어요. 비수술로 해 주세요."
그런데 비수술은 하나의 치료가 아닙니다. 약도 비수술이고 주사도 비수술이고 도수치료도 운동치료도 전부 비수술입니다. 목적이 완전히 다른 것들이 한 단어에 묶여 있어서, 정작 무엇을 받고 계신지 모르는 채 몇 달을 다니시는 경우가 생깁니다.
오늘은 그 안을 열어 보겠습니다. 무엇이 무엇이고, 왜 순서가 있으며, 언제까지 해 보고 판단하는가입니다.
"주사 맞을 때만 좋고 또 아픕니다."
"도수치료를 넉 달째 받는데 제자리예요."
"이게 안 되면 결국 수술이라는 뜻인가요?"
PART 1
비수술은 하나가 아니라 묶음입니다
먼저 목적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같은 "비수술"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하는 일이 전혀 다릅니다.
무엇이 무엇을 하는가
① 약 — 염증과 통증을 낮춥니다
가장 기본이고 가장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신경 주변의 염증을 줄여 다리 증상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며, 급성기에는 이것만으로 넘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약은 근본이 아니다"라며 거부하시는 분이 계신데, 잘 자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자체가 회복의 조건입니다.
② 주사 — 염증이 있는 자리에 직접
먹는 약으로 조절이 안 될 때, 신경이 자극받는 자리 주변에 직접 약을 넣는 방법입니다. 목적은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통증을 낮춰 놓아야 움직이고 운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사가 디스크를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
③ 물리치료 — 근육의 긴장을 낮춥니다
온열, 전기, 견인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주변 근육이 방어적으로 굳어 있는 상태를 풀어 주는 역할이며, 디스크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편해지는 만큼의 값은 분명히 있습니다.
④ 도수치료 — 굳은 움직임을 되찾습니다
치료사가 환자분의 몸을 움직여 관절의 범위를 늘리고 뭉친 조직을 풀어 줍니다.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주는 단계입니다. 전에 운동치료와 도수치료의 차이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⑤ 운동치료 — 버티는 힘을 만듭니다
가장 뒤에 오지만 가장 오래 남습니다. 몸통 깊은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허리를 대신 버텨 주면, 디스크가 그대로여도 생활이 달라집니다. 여기까지 와야 재발이 줄어듭니다.
⑥ 생활 조정 — 매일 저절로 작동합니다
앉는 시간, 의자, 물건 드는 방법, 잠자리. 한 번 바꿔 두면 하루 종일 일하기 때문에 효율이 가장 좋습니다. 전에 잘 때 자세 글에서 부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PART 2
순서를 건너뛰면 어느 쪽도 안 됩니다
여기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위의 여섯 가지는 선택지가 아니라 단계입니다.
가장 흔한 실패가 ①②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약과 주사로 통증이 가라앉으면 대개 발길을 끊으십니다. 아프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 상태는 "염증이 가라앉은 상태"이지 "버틸 힘이 생긴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몇 달 뒤 같은 자리가 다시 아파서 오십니다. 반대로 ③④에서 멈추는 것도 흔합니다. 받을 때는 편한데 며칠 지나면 돌아옵니다. 전에 말씀드린 "치료받을 때만 좋다"는 말의 정체가 이것입니다.
반대로 순서를 앞당기는 실패도 있습니다. 아직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잠도 못 주무시는 급성기에 근력 운동을 시작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아파서 제대로 못 하시고, 무리하면 더 나빠집니다. 운동은 좋은 것이지만 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첫 진료에서 드리는 설명은 대개 이렇습니다. "지금은 통증을 낮추는 단계입니다. 2~3주쯤 지나 다리 증상이 줄면 그때 움직임을 늘리고, 그다음에 힘을 만들 겁니다." 단계를 미리 말씀드리면 중간에 그만두시는 일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통증이 사라진 상태와
버틸 힘이 생긴 상태는
다릅니다."
PART 3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비수술에 대한 흔한 오해들
✕ "주사 맞으면 뼈가 삭는다던데요"
가장 많이 듣는 걱정입니다. 종류와 횟수를 고려해서 쓰는 것이 원칙이며, 그래서 무제한으로 반복하지 않습니다. 다만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쓰는 것까지 피하시면,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근육이 빠지는 손해가 더 큰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 스테로이드의 역사와 부작용 글에서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걱정되시면 무엇을 쓰는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 "도수치료로 디스크를 밀어 넣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다. 손으로 눌러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자리로 넣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도수치료가 하는 일은 굳은 관절의 움직임을 늘리고 뭉친 근육을 푸는 것이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디스크를 되돌린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 "비수술 치료는 시술을 말하는 거죠"
요즘 "비수술"이라는 단어가 특정 시술을 가리키는 것처럼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비수술은 수술이 아닌 모든 방법을 뜻하는 넓은 말이고, 그 안에서도 약과 운동이 먼저입니다. 이름이 주는 인상 때문에 순서가 뒤집히지 않도록 보시는 게 좋습니다.
✕ "많이 받을수록 빨리 낫겠죠"
횟수와 결과가 비례하지 않습니다. 같은 단계의 치료를 오래 반복하는 것보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넉 달째 제자리라면 치료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계가 멈춰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 "비수술로 안 되면 실패한 거죠"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보존적 치료는 수술을 피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해 보고 넘어가는 수술과, 해 보지 않고 하는 수술은 같은 수술이 아닙니다.
PART 4
얼마나 해 보고 판단하는가
가장 많이 물으시는 부분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불안해서 병원을 옮겨 다니게 됩니다.
1. 2~3주 — 방향이 맞는지 봅니다
이 시점의 질문은 "다 나았는가"가 아닙니다. "나아지는 방향인가"입니다. 다리 저림의 범위가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왔거나, 잠을 좀 더 잘 주무시게 됐다면 방향은 맞는 것입니다.
2. 6주 — 단계를 넘어갔는지 봅니다
이 무렵에는 통증 조절 단계에서 움직임과 근력 단계로 넘어가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약과 주사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 자체가 점검 신호입니다. 넘어가지 못한 이유를 찾습니다.
3. 3개월 — 다음 단계를 상의합니다
제대로 된 보존적 치료를 몇 달 했는데도 다리 증상이 그대로라면 그때는 시술이나 수술을 포함한 다음 단계를 정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시점을 미루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4. 판단은 "오늘 덜 아픈가"로 하지 않습니다
치료받은 날은 대개 편합니다. 그건 당연해서 기준이 못 됩니다. ㉠ 저림이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시간 ㉢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힘. 이 세 가지가 정직한 지표입니다.
5. 주 1회만 기록하세요
매일 재면 오르내림에 흔들립니다. 휴대폰 메모에 주 1회, 위의 세 가지만 적어 두세요. 다음 진료 때 이 기록이 어떤 검사보다 유용합니다. 그리고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시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PART 5
수술이 더 나은 경우
세 편에 걸쳐 비수술 이야기를 했으니, 마지막은 반대쪽을 정직하게 적겠습니다. 수술이 더 나은 상황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때는 미루지 않습니다
①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을 때
즉시입니다. 소변이 안 나오거나 새거나,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하거나,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질 때. 이 경우는 시간이 결과를 좌우하므로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② 근력이 떨어지고 있을 때
발이 끌리거나 발목·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통증만 있는 것과 힘이 빠지는 것은 완전히 다르며, 진행하는 근력 저하는 지켜보지 않습니다.
③ 통증으로 일상이 불가능할 때
약을 써도 잠을 못 자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라면 버티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을 버는 것과 삶의 질을 잃는 것은 다릅니다.
④ 충분히 해 봤는데 그대로일 때
몇 달간 단계를 밟아 제대로 해 보았는데도 다리 증상이 유지된다면 그때는 다음 단계가 합리적입니다. "충분히 해 보았는가"를 정직하게 따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⑤ 기대치를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수술은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과 저림에서 도움이 큰 편입니다. 반면 오래된 허리 자체의 뻐근함은 수술로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 뒤에도 근력 운동과 생활 조정은 그대로 필요합니다. 이걸 모르고 하시면 실망하십니다.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거나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할 때 — 즉시 응급 진료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걷기 어려워질 때
발이 끌리거나 발목·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을 때
약을 써도 조절되지 않아 잠을 못 자고 일상이 불가능할 때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서 허리가 아플 때
다친 뒤 시작된 통증일 때, 골다공증이 있으시거나 넘어지신 뒤라면 더욱
가만히 있어도 심해지고 밤에 통증으로 깰 때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모든 분께 같은 순서가 맞는 것은 아닙니다. 급성기의 심한 통증에는 주사를 먼저 쓰기도 하고, 상태에 따라 단계를 건너뛰기도 합니다. 본문의 순서는 일반적인 틀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비수술이 늘 더 낫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수술이 더 나은 상황이 있고, 특히 근력 저하나 대소변 변화에서는 미루는 것이 손해입니다. 그런 판단이 필요하면 붙들고 있지 않고 연계해 드립니다. 셋째, 기간을 약속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어느 시점에 무엇이 달라져 있어야 하는지를 첫 진료에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넷째, 필요하지 않은 치료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도수치료가 모든 분께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렇게 판단되면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전에 이 치료 꼭 필요한가 확인하는 법에서 길게 다뤘습니다.
3줄 요약
비수술은 하나의 치료가 아니라 목적이 다른 것들의 묶음입니다. 약과 주사는 통증을 낮춰 시간을 버는 것, 물리·도수치료는 움직임을 되찾는 것, 운동치료는 버티는 힘을 만드는 것, 생활 조정은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순서를 건너뛰면 어느 쪽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약과 주사에서 멈추면 몇 달 뒤 재발하고, 도수치료에서 멈추면 "받을 때만 좋은" 상태가 되며, 급성기에 운동부터 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판단 기준은 2~3주에 방향, 6주에 단계 이동, 3개월에 다음 단계입니다. "오늘 덜 아픈가"가 아니라 저림이 내려오는 범위·걷는 시간·발목 힘으로 봅니다. 다만 대소변 변화와 진행하는 근력 저하는 이 시간표와 무관하게 즉시입니다.
정리하자면 "비수술로 해 주세요"라는 말은 사실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문장입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언제까지 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계획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계획이 있어야 "이만큼 해 봤다"는 말에 근거가 생깁니다. 근거 없이 몇 달을 보낸 뒤에 하는 수술은, 정말 필요했는지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세 편에 걸쳐 허리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디스크는 시간이 지나며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사진은 곧 원인이 아니며, 비수술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제가 허리에서 비수술을 먼저 권해 드리는 이유의 전부입니다. 수술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순서 안에도 미루면 안 되는 선이 있고,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허리 치료를 몇 달째 받고 계신데 제자리이시거나, 비수술로 어디까지 해 볼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오세요. 지금 어느 단계에 계신지,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인지 확인해 드리고, 남은 기간에 무엇을 언제까지 해 볼지 기준을 정해 드리겠습니다. 수술이나 시술이 더 나은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붙들고 있지 않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다른 병원에서 받으신 치료 내역과 영상 자료를 가져오시면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요추 질환의 보존적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제시한 치료의 단계와 기간은 일반적인 틀에 대한 설명으로, 실제 적용 순서와 기간은 증상의 시기와 정도, 신경학적 소견, 나이와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지며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개별적으로 결정됩니다. 약물과 주사 치료의 종류, 적응증, 시행 횟수는 개인의 상태와 관련 기준에 따라 다르며,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본문은 특정 치료 방법의 우열을 주장하거나 수술적 치료를 배제할 목적이 없습니다. 배뇨·배변 장애나 안장 부위 감각 저하,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 진행하는 족하수,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 발열이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를 동반한 요통, 외상 후 발생한 통증, 안정 시 악화되는 야간통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치료 효과와 회복 기간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특정 치료의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