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바람만 스쳐도 아픕니다 — 복합부위통…
통증

바람만 스쳐도 아픕니다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손목 골절로 깁스를 하셨다가 풀고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뼈는 잘 붙었다고 했는데, 손이 이상했어요. 부어 있고, 반대쪽 손과 색이 달랐고, 무엇보다 제가 진찰하려고 손을 대려 하자 몸을 확 피하시며 "제발 만지지 마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그 병 이야기입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흔하지는 않지만, 제때 알아보지 못하면 손 하나를 통째로 잃을 수 있는 병이고, 무엇보다 재활의학과가 앞장서서 다뤄야 하는 병입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파요."

"옷깃이 닿는 것도 못 견디겠어요."

"검사는 다 정상이라는데, 다들 엄살이래요."

PART 1

다친 곳은 나았는데 통증만 남은 상태

CRPS는 골절, 염좌, 수술, 깁스 같은 일이 있고 난 뒤에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다친 정도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통증이 계속되고, 게다가 점점 심해집니다.

충격적인 건 대단히 큰 부상이 아니어도 생긴다는 겁니다. 발목을 접질린 뒤에, 손목 골절 후 깁스를 풀고 나서, 심지어 가벼운 시술 뒤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다친 부위가 아니라 통증을 처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고장 난 상태예요. 경보기로 치면 불은 이미 꺼졌는데 경보기가 계속, 그것도 점점 크게 울리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솜털이 스치는 것도 칼로 베이는 느낌으로 전달됩니다. 이걸 이질통이라고 부릅니다.

PART 2

진단은 검사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이 병에는 "이 검사에서 양성이면 CRPS"라고 할 만한 검사가 없습니다. 피검사도 MRI도 대개 정상이에요. 그래서 진단은 보고, 만지고, 비교하는 것으로 합니다. 제가 확인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제가 양쪽을 비교하며 보는 네 가지

① 감각 — 통증의 강도가 이상합니다

살짝 닿기만 해도 아프고(이질통), 가볍게 눌러도 지나치게 아픕니다. 다친 부위를 넘어 손 전체·발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 흔합니다.

② 색과 온도 — 좌우가 다릅니다

한쪽이 유난히 붉거나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하고, 만져보면 온도가 반대쪽과 다릅니다. 저는 두 손을 나란히 놓고 꼭 비교해 봅니다.

③ 부기와 땀

이유 없이 붓고, 그쪽만 땀이 유난히 많거나 반대로 건조합니다.

④ 움직임과 피부·털·손톱

관절이 잘 안 움직이고 힘이 빠지며 떨리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얇아지고 털이나 손톱이 자라는 모양이 달라집니다.

이 네 가지를 반대쪽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진료 오실 때는 양쪽을 다 보여주실 수 있게 준비해 주시면 좋습니다. 사진으로 증상이 심할 때의 색과 부기를 찍어 오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 오면 그날따라 괜찮아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PART 3

가장 깊은 상처는 "엄살"이라는 말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검사가 다 정상으로 나오다 보니, 이 병을 앓는 분들은 거의 예외 없이 "꾀병 아니냐"는 말을 듣습니다. 그것도 대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

"남편이 그래요. 뼈는 붙었다는데 왜 아직도 그러냐고."

"회사에서는 제가 일하기 싫어서 저러는 줄 알아요."

"저도 제가 이상한 건가 싶어요. 정말 이렇게 아픈 게 맞나…"

그래서 저는 이 병이 의심되면 보호자분을 같이 앉혀 놓고 설명합니다. "이건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입니다"라고요. 이 설명 한 번으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통증은 원래 본인만 아는 것이고, 그래서 믿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두 배로 힘듭니다. 의학적으로도 통증에 대한 공포와 회피가 병을 더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주변의 이해는 그냥 위로가 아니라 치료의 일부입니다.

PART 4

이 병은 재활이 1차 치료입니다

여기가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많은 분이 놀라시는데, CRPS에서 통증 조절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진짜 목표는 그 부위를 다시 쓰게 만드는 것이고, 약과 주사는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통증을 낮추기 위해 씁니다.

그래서 이 병에서 가장 위험한 조언이 있습니다. "아프니까 쓰지 말고 쉬세요." 다른 통증에서는 맞는 말일 때가 있지만, 여기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아파서 손을 안 씁니다

안 쓰니 관절이 굳고 근육이 빠집니다

뇌에서 그 부위의 감각 지도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안 쓰게 됩니다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재활입니다. 다만 순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갑자기 세게 움직이면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에, 아주 낮은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① 만지는 것부터 다시 배웁니다(탈감작)

부드러운 천, 솜, 수건처럼 견딜 수 있는 자극부터 하루에 여러 번 짧게 대어 봅니다. 점점 거친 감촉으로 넘어가면서 "이 자극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신경계에 다시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② 거울을 씁니다(거울치료)

신기하지만 근거가 쌓인 방법입니다. 거울에 성한 쪽 손을 비춰 마치 아픈 손이 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운동합니다. 뇌가 "그 부위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인식하도록 돕는 훈련이에요.

③ 아주 조금씩 부하를 올립니다

움직임 → 가벼운 사용 → 무게. 통증이 조금 늘어도 다음 날 원래대로 돌아오는 수준까지가 적정선입니다. 그날 무리해서 다음 날 못 쓰면 후퇴입니다.

④ 실제 생활 동작으로 옮깁니다

운동실에서의 동작이 아니라 수저 들기, 단추 잠그기, 문 열기처럼 매일 하는 일로 넘어가야 진짜 회복입니다.

⑤ 필요하면 약과 시술을 함께

신경병증성 통증에 쓰는 약, 부기 조절, 경우에 따라 신경 차단술 등이 쓰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것들은 재활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입니다.

PART 5그래서 빨리 알아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병은 초기에 붙잡으면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반대로 몇 달을 "곧 낫겠지" 하며 안 쓰고 보내면, 그사이 관절이 굳어버려 통증이 좋아져도 손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골절이나 수술 뒤에 오시는 분들께 이 신호들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다친 정도에 비해 통증이 지나치게 심하고,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고 오히려 심해질 때

2. 가볍게 스치는 것도 못 견딜 때(옷, 이불, 바람)

3. 양쪽 손발의 색이나 온도가 눈에 띄게 다를 때

4. 이유 없이 붓고, 그쪽만 땀이 유난히 많거나 건조할 때

5. 깁스를 풀었는데 손가락·발가락을 거의 못 움직일 때

예방에 대해서도 한마디 드리면, 골절이나 수술 후 허락된 범위에서 일찍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깁스 중에도 손가락과 어깨를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참고로 손목 골절 후 비타민C 복용이 도움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아직 논쟁이 있는 영역이라, 복용 여부는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서둘러 진료받으세요

깁스나 수술 후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부기와 색 변화가 함께 올 때

스치기만 해도 아파서 손발을 전혀 못 쓰고 있을 때 — 몇 주를 넘기지 마세요

손발이 차갑게 식고 색이 창백하거나 검푸르게 변할 때 — 혈류 문제일 수도 있어 감별이 필요합니다

붉고 뜨겁게 부으면서 열이 날 때 — 감염 가능성을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우울감이 심해질 때 — 함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병에서 '아프니까 쉬세요'는

가장 위험한 조언입니다."

정직하게

다섯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이 병은 드뭅니다. 골절 후 아프다고 다 CRPS가 아니고, 대부분은 정상적인 회복 과정입니다. 이 글로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둘째,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확진 검사가 없어 여러 소견을 종합해 판단하고, 초기에는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셋째, 완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조기에 시작하면 상당수가 좋아지지만, 오래된 경우 통증과 뻣뻣함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활은 기능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늦었다고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넷째, 이건 심리적인 병이 아닙니다. 통증에 대한 공포가 병을 키우는 건 사실이지만, 원인이 마음에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마음을 편히 먹으라"는 말이 이 병을 앓는 분들께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섯째,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 재활의 단계와 강도는 상태에 따라 다르고, 잘못된 강도의 운동은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CRPS는 골절·염좌·수술·깁스 뒤에 다친 정도로 설명되지 않는 통증이 계속되는 병입니다. 불은 꺼졌는데 경보기가 계속 울리는 상태로, 나중에는 바람이나 옷깃이 스치는 것도 못 견디게(이질통) 됩니다.

확진 검사가 없어 양쪽을 비교하며 관찰해 진단합니다 — ①과도한 통증 ②좌우 색·온도 차이 ③부기와 땀의 변화 ④움직임 제한과 피부·털·손톱 변화. 검사가 정상이라 "엄살"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이 이 병의 또 다른 고통입니다.

재활이 1차 치료이고 약과 시술은 재활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아프니까 쉬세요"가 가장 위험한 조언이며, 탈감작 → 거울치료 → 점진적 부하 → 실제 생활 동작 순서로 아주 조금씩 다시 씁니다. 초기에 붙잡을수록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정리하자면, CRPS는 빨리 알아보는 것이 치료의 절반인 병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아픈데도 조금씩 다시 쓰는 용기예요. 그 용기는 혼자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저는 이 병을 볼 때 단계를 아주 잘게 쪼개서 드립니다. 오늘은 수건으로 손등 한 번 문지르기, 이번 주는 컵 들어보기. 그렇게 작은 성공을 쌓아야 신경계가 "괜찮다"는 것을 다시 배웁니다.

혹시 지금 주변에 깁스를 풀고도 손을 못 쓰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왜 아직도 그래?"라고 묻지 말아 주세요. 대신 병원에 함께 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한 번의 동행이 몇 달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골절이나 수술·깁스 이후 통증이 오히려 심해지거나, 부기·색 변화와 함께 손발을 쓰기 어려우시다면 되도록 빨리 상담 오세요. 양쪽을 비교해 확인하고, 지금 단계에 맞는 탈감작·관절 운동·기능 훈련부터 아주 낮은 강도로 시작해 드리겠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진료과와 연계합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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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질환은 확진을 위한 단일 검사가 없어 임상 소견을 종합해 진단하며, 유사한 증상이 감염·혈류 장애·신경 손상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치료 방법과 회복 정도에는 개인차가 크고 완치를 보장할 수 없으며, 재활의 단계와 강도는 상태에 따라 달라 임의로 시행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예방 관련 내용은 연구에 따라 견해가 다르므로 복용·시행 여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부기와 함께 발열이 있거나 피부색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