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가 아니었습니다 — 엉덩이 깊은 통증, 이상근증후군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허리디스크인 것 같아요. 다리가 저려요." 이렇게 오시는 분들 중에 제가 늘 확인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허리는 아프세요?" 그러면 잠깐 생각하시다가 이렇게 답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어… 허리는 사실 별로 안 아파요. 엉덩이 쪽이 아파요."
그 순간부터 제 머릿속 후보가 바뀝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 — 이상근증후군입니다. 허리 사진은 깨끗한데 다리가 저린 분들이 한 번쯤 확인해 보셔야 할 문제예요.
"허리는 안 아픈데 엉덩이가 아파요."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요."
"MRI 찍었는데 디스크는 괜찮대요."
PART 1
엉덩이 깊은 곳의 작은 근육 하나
이상근은 엉치뼈에서 시작해 허벅지뼈 바깥쪽으로 붙는 근육입니다. 엉덩이 근육들 아래층에 숨어 있는 작은 근육이라 겉에서는 잘 안 만져집니다. 하는 일은 다리를 바깥으로 돌리고, 걸을 때 골반을 안정시키는 것이에요.
문제는 바로 그 근육 옆으로 좌골신경이 지나간다는 겁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신경이 하필 이 근육 아래를 통과해 다리로 내려갑니다.
그러니 상상이 되실 겁니다. 이 근육이 뭉치고 두꺼워지면 그 아래를 지나는 신경이 눌리거나 자극받습니다. 결과는 엉덩이 깊은 통증 +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에요. 허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데 디스크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PART 2
제가 구분하는 방법
둘 다 "다리가 저리다"로 오시기 때문에, 저는 몇 가지를 나눠서 여쭙습니다.
허리디스크 쪽에 가까운 이야기
허리 통증이 함께 있다
기침·재채기·힘줄 때 다리까지 찌릿
허리를 굽히거나 젖힐 때 심해짐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면 심해짐
발가락 힘이 빠지기도 함
이상근 쪽에 가까운 이야기
허리는 괜찮고 엉덩이 깊은 곳이 아프다
기침·재채기로는 별로 안 심해짐
오래 앉아 있을 때 가장 괴롭다
딱딱한 의자·운전이 특히 힘들다
다리를 꼬거나 양반다리에서 악화
특히 기침 항목은 유용합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척추 안쪽 압력이 올라가는데, 디스크에서는 이때 다리까지 찌릿한 경우가 많고 이상근에서는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자주 여쭙는 이유예요.
제가 진료실에서 물어보는 것들
"허리가 아프세요, 엉덩이가 아프세요?"
아픈 곳의 중심이 어디인지가 가장 큰 단서입니다.
"언제 제일 힘드세요? 앉아 있을 때? 걸을 때?"
이상근은 오래 앉아 있을 때, 협착증은 걸을 때, 디스크는 앉았다 일어설 때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 앉아 계세요? 운전은요?"
사무직·운전 직군에서 확연히 많습니다.
"지갑이나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앉으시나요?"
의외로 흔한 원인입니다. 두꺼운 지갑 위에 몇 시간씩 앉으면 그 근육이 계속 눌립니다.
그리고 진찰에서는 엉치뼈와 허벅지뼈 바깥 돌출부 사이 중간쯤을 깊게 눌러 봅니다. 여기서 "어! 거기예요" 하는 반응이 나오고, 다리를 특정 방향으로 꺾어 근육을 늘렸을 때 통증이 재현되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PART 3
왜 하필 이 근육이 뭉칠까
여기가 중요합니다. 이상근이 뭉치는 데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1. 너무 오래 앉아 있습니다
가장 흔합니다. 앉아 있는 동안 이 근육은 체중에 눌린 채 계속 긴장합니다. 특히 딱딱한 의자, 장시간 운전이 나쁩니다.
2. 진짜 원인은 옆 근육의 게으름입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걸을 때 골반을 잡아주는 중둔근(엉덩이 옆 근육)이 약하면, 그 일을 작은 이상근이 대신 떠맡습니다. 작은 근육이 큰 근육 일을 하니 뭉칠 수밖에요. 그래서 이상근만 풀어서는 재발합니다.
3. 갑자기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신 분, 등산 코스를 갑자기 늘리신 분에게 잘 생깁니다. 언덕과 계단이 특히 이 근육을 씁니다.
4. 엉덩방아나 골반 쪽 외상
넘어져 엉덩이를 부딪친 뒤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5. 한쪽으로 치우친 습관
늘 같은 쪽으로 다리를 꼬거나, 한쪽 엉덩이에 체중을 실어 앉는 습관이요. 대개 아픈 쪽이 그 쪽입니다.
앞서 근막통증증후군 글에서 "엉덩이 깊은 근육이 다리 뒤로 뻗치는 통증을 만든다"고 적었는데, 그게 바로 이 근육입니다. 신경이 눌려서든 근육 자체의 연관통이든, 결과적으로 "엉덩이에서 시작해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이 만들어집니다.
PART 4
치료 — 풀고, 늘리고, 옆 근육을 깨웁니다
1. 앉는 시간과 습관부터 손봅니다
이것부터 안 바꾸면 나머지가 헛일이 됩니다. 30~40분마다 일어서기, 뒷주머니 비우기, 다리 꼬지 않기,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푹 꺼지는 의자 피하기.
2. 뭉친 근육을 풉니다
도수치료·물리치료로 깊은 층을 풀어줍니다. 통증이 심하면 초음파로 보면서 정확한 위치에 주사를 하기도 합니다. 즉효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끝내면 돌아옵니다.
3. 스트레칭으로 길이를 되찾습니다
짧아진 근육을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천천히 늘립니다. 세게 당기면 오히려 신경을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4. 중둔근을 깨웁니다 — 재발을 막는 열쇠
게을렀던 옆 근육이 제 일을 시작하면 이상근이 쉴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운동을 반드시 처방합니다. 여기까지 해야 치료가 끝난 것입니다.
PART 5
집에서 하실 것 — 스트레칭 2, 운동 2
늘리기 · 하루 2~3회
① 누워서 숫자 4 만들기
바로 누워 아픈 쪽 발목을 반대쪽 무릎 위에 올려 숫자 4 모양을 만듭니다. 반대쪽 허벅지 뒤를 두 손으로 잡고 가슴 쪽으로 천천히 당깁니다. 엉덩이 깊은 곳이 당기는 느낌이 나면 20~30초 유지, 3회. 저릿함이 심해지면 즉시 멈추세요.
② 무릎을 대각선으로 당기기
누운 상태에서 아픈 쪽 무릎을 반대편 어깨 쪽으로 사선으로 당깁니다. 역시 20~30초, 3회. 허리가 뜨지 않게 눌러 붙인 채로 하세요.
깨우기 · 하루 1회, 주 4~5일
③ 조개 운동
옆으로 누워 무릎을 살짝 굽히고 발뒤꿈치는 붙인 채, 위쪽 무릎만 조개껍데기 열듯 벌립니다. 골반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고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15회 × 3세트, 양쪽 다.
④ 엉덩이 들기(브릿지)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 3초 버팁니다.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하세요. 12회 × 3세트.
통증이 심해지면 멈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스트레칭 중에 다리 저림이 강해진다면 근육이 아니라 신경이 자극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마시고 진료 때 말씀해 주세요.
이상근 문제가 아닐 수 있는 신호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빠질 때, 걸을 때 발이 끌릴 때 — 신경 압박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타구니·회음부 감각이 둔해질 때 — 즉시 진료
양쪽 다리가 함께 저리고 힘이 빠질 때
밤에 더 심해지고 쉬어도 안 줄어들 때, 원인 없는 체중 감소나 발열이 함께일 때
넘어진 뒤 체중을 실을 수 없을 때 — 골절 확인이 먼저입니다
엉덩이가 붉게 부으며 열이 날 때 — 감염 가능성
"이상근만 풀면 그때뿐입니다.
옆 근육이 일을 시작해야
이 근육이 쉴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이 진단은 의학계에서도 논쟁이 있는 편입니다. 확진할 수 있는 검사가 마땅치 않아 진찰 소견으로 판단하고, 요즘은 이상근 하나만이 아니라 엉덩이 깊은 곳의 여러 구조가 신경을 자극하는 문제로 넓게 보는 흐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름을 붙이기 전에 디스크·협착증·천장관절·고관절 문제부터 배제하려 합니다. 둘째, 디스크와 함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이 지금 더 크게 작용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셋째, 스트레칭은 만능이 아닙니다. 신경이 이미 예민해진 상태에서 과하게 늘리면 더 아플 수 있어, 저릿함이 늘면 멈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넷째,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좋아집니다. 다만 위 경고 신호가 있다면 그때는 다른 문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3줄 요약
이상근은 엉덩이 깊은 곳의 작은 근육이고, 그 옆으로 좌골신경이 지나갑니다. 이 근육이 뭉치면 엉덩이 깊은 통증 + 다리 저림이 생겨 허리디스크처럼 보입니다.
구분 포인트 — 허리보다 엉덩이가 아프고, 기침·재채기로는 별로 심해지지 않으며, 오래 앉아 있을 때(운전·사무) 가장 괴롭고, 다리 꼬기·양반다리에서 악화됩니다. 뒷주머니의 두꺼운 지갑도 흔한 원인입니다.
진짜 원인은 대개 중둔근(엉덩이 옆 근육)의 약화입니다. 큰 근육이 일을 안 하니 작은 이상근이 대신 떠맡아 뭉치는 것이라, 풀고 늘리는 것만으로는 재발합니다. 앉는 습관 교정 + 중둔근 강화(조개 운동·브릿지)까지 해야 끝납니다.
정리하자면, 다리가 저리다고 다 허리 문제는 아닙니다. 허리는 멀쩡한데 엉덩이가 아프고, 앉아 있을 때 유독 괴롭다면 이 근육을 한 번 확인해 보실 만합니다. 그리고 이 병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진짜 메시지는 마지막 단계에 있습니다. 뭉친 근육을 푸는 것은 시작일 뿐이고, 그 근육이 왜 혼자 고생했는지를 해결해야 끝난다는 것이요. 이 블로그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과 같습니다 — 아픈 곳과 원인인 곳은 자주 다릅니다.
하루 종일 앉아 일하시는 분들께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뒷주머니를 비우고, 40분에 한 번은 일어서 주세요. 이 두 가지가 어떤 치료보다 확실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허리 검사는 정상인데 엉덩이와 다리가 계속 저리시거나, 오래 앉아 있을 때 유독 괴로우시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디스크·협착증과 감별해 확인하고, 도수·물리치료와 함께 중둔근 강화 운동, 앉는 자세 교정까지 묶어 계획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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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이상근증후군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질환은 확진을 위한 단일 검사가 없어 진찰 소견을 종합해 판단하며, 진단 기준과 개념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견해차가 있습니다. 엉덩이·다리 통증은 요추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천장관절 및 고관절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감별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스트레칭과 운동은 일반적인 예시로 통증이나 저림이 심해지면 즉시 중단하시고, 다리 근력 저하, 대소변 장애, 야간에 심해지는 통증, 발열이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