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운동 — 먼저 어느 쪽인지부터 아셔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전에 목 운동 글을 쓰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이 이것이었습니다.
"허리도 알려 주세요. 허리에 좋은 운동이요."
그런데 허리는 목보다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어떤 분께는 도움이 되는 동작이 다른 분께는 증상을 키웁니다. 그것도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방향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작을 나열하기 전에 "나는 어느 쪽인가"를 먼저 가려 보는 방법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걸 모르고 인터넷에서 운동을 골라 하시다 더 아파져 오시는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허리에 좋다는 스트레칭을 했는데 더 아파졌어요."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낫는다던데 맞나요?"
"코어 운동이 좋다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ART 1
집에서 어느 쪽인지 가려 보기
정확한 진단은 진찰로 하는 것이지만, 방향을 가늠하는 것은 집에서도 가능합니다. 아래를 천천히 해 보세요.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각각 몇 번씩만 하시면 됩니다.
두 가지만 해 보시면 됩니다
① 서서 허리를 천천히 앞으로 숙여 봅니다
손이 어디까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숙일 때 허리나 다리 증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보세요. 숙이면 편해지는가, 아니면 심해지는가.
② 허리에 손을 대고 뒤로 살짝 젖혀 봅니다
많이 젖히지 마시고 조금만 해 보세요. 젖히면 편해지는가, 심해지는가. 특히 다리로 내려가는 증상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그리고 앉아 있을 때와 걸을 때를 비교해 보세요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한지, 오래 서서 걸으면 심한지. 이 셋의 답이 대체로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대개 이렇게 갈립니다. 숙이면 편하고, 젖히면 아프고, 오래 걸으면 힘든 쪽. 그리고 젖히면 편하고, 숙이면 아프고,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든 쪽. 전자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진 경우에 흔하고, 후자는 디스크가 밀려 나온 경우에 흔합니다. 전에 척추관협착증 글과 허리디스크 글에서 각각 다룬 내용입니다. 물론 둘이 섞여 있는 분도 계시고, 근육에서 오는 통증은 또 다릅니다.
PART 2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
어느 쪽이냐에 따라
① 숙이면 편한 쪽이라면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누워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는 동작, 앉아서 몸을 앞으로 둥글게 마는 동작이 대개 편하게 느껴지십니다. 걸을 때는 카트를 밀거나 배낭을 앞으로 안는 것처럼 살짝 숙인 자세가 도움이 됩니다.
② 젖히면 편한 쪽이라면
허리를 깊이 숙이는 동작을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엎드려서 팔꿈치로 상체를 살짝 세우는 자세가 편하게 느껴지는 분이 많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앉으실 때는 허리 뒤에 쿠션을 대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잘 모르겠다면
그것도 흔합니다. 이 경우에는 아래 PART 3의 공통 운동만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방향이 있는 동작은 확인한 뒤에 시작하세요.
④ 기준은 하나입니다
다리로 내려가는 증상이 어떻게 되는가. 어떤 동작을 했을 때 저림이나 통증이 다리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면 그 동작은 지금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다리 증상이 엉덩이 쪽으로 올라오면 좋은 방향입니다. 허리만 조금 뻐근한 것은 대개 괜찮습니다.
"다리로 더 내려가면 멈추고
엉덩이 쪽으로 올라오면
맞는 방향입니다."
PART 3
대개 안전한 것들
방향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허리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만 골랐습니다. 자리에서 할 수 있고, 장비가 필요 없습니다.
1. 숨으로 배 속 근육 깨우기
코어 운동의 시작인데 대부분 건너뛰십니다.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배가 부풀도록 숨을 들이쉰 다음, 내쉬면서 아랫배를 살짝 안으로 당겨 5초 유지. 배에 힘을 꽉 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당기는 정도입니다. 10회면 충분하고, 이게 되어야 다음 단계가 됩니다.
2. 엉덩이 들어 올리기
허리를 지켜 주는 것은 사실 엉덩이 근육입니다.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골반을 들어 올린 뒤 5초 유지하고 천천히 내립니다. 허리로 들어 올리지 마시고 엉덩이로 미는 느낌이어야 합니다. 10회씩 두세 번.
3. 옆으로 누워 무릎 벌리기
엉덩이 바깥쪽 근육을 쓰는 동작입니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90도로 굽힌 채 발은 붙이고 위쪽 무릎만 천천히 벌렸다 모읍니다. 골반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고정하시는 것이 핵심입니다. 좌우 10회씩.
4. 고관절 앞쪽 늘리기
놓치기 쉬운데 효과가 큽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고관절 앞쪽이 짧아지고, 그러면 서 있을 때 허리가 대신 젖혀집니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다른 발을 앞으로 내민 자세에서 엉덩이를 앞으로 밀어 30초. 좌우 두 번씩.
5. 걷기
가장 저평가된 허리 운동입니다. 특별한 동작보다 매일 20~30분 평지를 걷는 것이 실제로 결과를 만듭니다. 한 번에 오래보다 나눠서, 그리고 아프기 전에 쉬는 방식으로 하세요.
기준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운동 중이나 후에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이 생기거나 심해지면 그 동작은 지금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어제보다 더 뻣뻣하면 지난번이 과했다는 뜻입니다. 전에 운동치료 글에서 드린 기준과 같습니다.
PART 4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이건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 윗몸일으키기
허리를 위해 가장 많이 하시는데, 가장 권해 드리지 않는 동작입니다. 상체를 말아 올리는 동작은 허리 앞쪽 디스크에 실리는 압력을 크게 올립니다. 배 근육을 만들고 싶으시면 앞서 말씀드린 숨 쉬며 아랫배 당기기나 엎드려 버티기 쪽이 낫습니다.
✕ 앉아서 다리 펴고 발끝 잡기
학교 체력장에서 하던 그 동작입니다. 앉은 자세 자체가 허리에 부담인데 거기서 깊이 숙이는 것이라 디스크가 밀려 나온 상태에서는 특히 좋지 않습니다. 허벅지 뒤를 늘리시려면 누워서 한 다리씩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하세요.
✕ 허리를 비틀며 반동 주기
허리 돌리기 체조를 세게 반동을 주며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리는 원래 회전 범위가 크지 않은 구조라, 억지로 비틀면 관절과 디스크에 부담이 갑니다. 회전은 허리가 아니라 등과 고관절에서 나와야 합니다.
✕ 거꾸로 매달리는 기구
시원한 느낌이 있어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다만 상태에 따라 권해 드리지 않고,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눈 질환이 있으시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당겨서 디스크를 제자리로 넣는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 아픈데 참고 횟수 채우기
허리는 과하면 그날 밤이나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반응합니다. "많이 할수록 좋다"가 통하지 않습니다. 적은 횟수를 매일이 원칙이고, 이건 어느 방향이든 같습니다.
PART 5
운동보다 큰 것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허리에서도 운동 20분보다 나머지 열 시간이 결과를 만듭니다.
먼저 손볼 것
① 앉아 있는 시간
허리에는 앉은 자세가 서 있는 것보다 부담이 큽니다. 50분에 한 번은 일어나시고, 엉덩이를 등받이까지 깊이 넣고 앉으세요. 소파에 파묻히듯 앉는 자세가 가장 좋지 않습니다.
② 물건 드는 방법
허리를 굽혀서 드는 것과 무릎을 굽혀서 드는 것은 몇 년 뒤 결과가 다릅니다. 물건은 몸에 붙여서, 다리 힘으로, 비틀지 말고. 세수나 양말 신기처럼 매일 하는 동작부터 바꾸세요.
③ 잠자리
하루 중 가장 오래 유지하는 자세입니다.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 엎드려 자는 습관이 허리에 좋지 않습니다. 전에 잘 때 자세 글에서 부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④ 체중과 잠
둘 다 통증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체중이 늘면 허리에 실리는 부담이 커지고, 잠이 부족하면 같은 자극도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는 자가 운동을 미루고 진료를 받으세요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거나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할 때 — 즉시 응급 진료
발이 끌리거나 발목·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을 때, 다리에 힘이 빠질 때
운동할 때마다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이 더 심해질 때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서 허리가 아플 때
다친 뒤 시작된 통증일 때, 골다공증이 있으시거나 넘어지신 뒤라면 더욱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밤에 통증으로 깰 때
암을 앓으신 적이 있으시거나 치료 중이신 경우의 새로운 허리 통증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PART 1의 자가 확인은 진단이 아닙니다. 방향을 가늠하는 데까지만 쓰시고, 확정은 진찰로 하셔야 합니다. 둘이 섞여 있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둘째, PART 3의 동작들도 모든 분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이나 근력 저하가 있으실 때는 진단을 확인한 뒤 시작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운동으로 디스크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목표는 버티는 힘을 만들어 지금 상태에서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넷째, 기구나 제품을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같은 비용이면 의자와 잠자리를 바꾸시는 편을 권합니다.
3줄 요약
허리 운동은 동작을 고르기 전에 방향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서서 숙여 보고, 살짝 젖혀 보고, 앉을 때와 걸을 때를 비교해 보면 대체로 갈립니다. 숙이면 편한 쪽과 젖히면 편한 쪽은 권해 드리는 동작이 반대입니다.
방향과 관계없이 안전한 것은 숨 쉬며 아랫배 당기기, 엉덩이 들어 올리기, 옆으로 누워 무릎 벌리기, 고관절 앞쪽 늘리기, 그리고 걷기입니다. 기준은 하나 — 다리로 더 내려가면 멈추고, 엉덩이 쪽으로 올라오면 맞는 방향입니다.
피하실 것은 윗몸일으키기, 앉아서 발끝 잡기, 반동 주며 허리 비틀기, 거꾸로 매달리기, 참고 횟수 채우기입니다. 그리고 운동 20분보다 앉는 시간·물건 드는 방법·잠자리가 결과를 더 크게 바꿉니다.
정리하자면 허리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운동을 안 해서가 아니라 방향이 반대인 운동을 열심히 해서 생깁니다. 같은 "허리에 좋은 운동"이라도 어떤 분께는 도움이 되고 어떤 분께는 그 반대라는 것이 이 글에서 꼭 남기고 싶은 부분입니다.
진료실에서 운동을 물으시면 저는 늘 두 가지만 드립니다. 지금 상태에 맞는 동작 두세 가지, 그리고 오늘 집에 가서 바꿀 것 하나. 열 가지를 드리면 아무것도 안 하시게 되고, 방향을 안 정해 드리면 잘못된 것을 열심히 하시게 됩니다. 오늘 딱 하나만 해 보세요. 누워서 무릎 세우고, 숨을 내쉬면서 아랫배를 살짝 당겨 5초. 열 번이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허리 운동을 해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아파지셨다면 편하게 오세요. 지금 통증이 어느 방향인지부터 확인해 드리고, 그에 맞는 동작 두세 가지와 집에서 바꿀 것을 구체적으로 정해 드리겠습니다. 다리 저림이나 근력 저하가 있으신 경우에는 원인을 먼저 확인하며, 다른 진료가 필요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퇴근 후에도 오실 수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요통의 운동 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자가 확인 방법은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일반적 안내로 진단 기준이 아니며, 실제 진단은 진찰과 필요한 경우의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제시한 운동은 진단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하지 않거나 상반될 수 있으므로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전문의의 진찰 후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역위 기구 등 일부 기구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안질환 등이 있는 경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임의로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배뇨·배변 장애나 안장 부위 감각 저하, 하지의 근력 저하와 족하수, 운동 시 악화되는 하지 방사통, 발열이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를 동반한 요통, 외상 후 발생한 통증, 안정 시 악화되는 야간통, 악성 종양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효과와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