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터진 디스크는 몸이 치웁니다 — 허리…
허리

터진 디스크는 몸이 치웁니다 — 허리에서 시간이 편인 이유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사진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봉투를 건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터졌대요. 많이 터졌다고 하시던데요."

그 말을 하실 때 표정이 대개 비슷합니다. 터졌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건 수술해야 하는 거죠?"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허리에서 비수술을 먼저 권해 드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론을 먼저 적으면 이렇습니다. 터져 나온 디스크는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몸이 그것을 치우기 때문입니다.

"터진 건 다시 안 들어간다던데 맞나요?"
"기다리다가 신경이 죽으면 어떡하죠?"
"차라리 젊을 때 수술로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PART 1

몸은 그것을 이물질로 봅니다

먼저 구조부터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에 허리디스크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디스크는 병 이름이 아니라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부품의 이름입니다. 가운데에 젤리 같은 물질이 있고 바깥을 질긴 섬유가 감싸고 있습니다.

그 바깥 섬유가 찢어져 안쪽 물질이 밀려 나온 상태를 흔히 "터졌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물질이 신경 가까이에 자리를 잡으면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과 저림이 생깁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밀려 나온 그 물질은 원래 디스크 안쪽에 갇혀 있어야 할 조직입니다.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우리 몸의 면역계는 그것을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로 혈관이 자라 들어오고, 청소를 담당하는 세포들이 모여 조금씩 분해해 치웁니다. 동시에 튀어나온 조직의 수분이 빠지면서 부피 자체가 줄어듭니다. 시간이 지나며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이런 과정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 뜻밖의 이야기를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크게 터져 나와 바깥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경우가 오히려 잘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밖으로 나올수록 면역계와 접촉하는 면이 넓어져 청소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많이 터졌다"는 말이 곧 "더 나쁘다"는 뜻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이겠습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줄어드는 정도와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흡수됩니다"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니 그 시간을 벌어 보자"고 말씀드립니다.

PART 2

사진보다 증상이 먼저 좋아집니다

이 부분을 아셔야 기다리는 동안 불안하지 않으십니다.

통증이 줄어드는 것과 디스크가 줄어드는 것은 같은 속도로 오지 않습니다. 대개 증상이 먼저 좋아지고, 사진의 변화는 훨씬 뒤에 따라옵니다. 심지어 사진은 그대로인데 통증만 없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 증상이 먼저 좋아질까요

① 아픈 이유가 눌림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튀어나온 물질은 신경을 물리적으로 밀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경 주변에 화학적인 자극과 염증을 만듭니다. 다리로 타는 듯한 통증의 상당 부분은 이 염증에서 옵니다. 그리고 염증은 크기보다 훨씬 빨리 가라앉습니다.

② 신경이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신경은 눌린 상태에서도 주변 부기가 줄고 혈류가 돌아오면 기능을 회복해 갑니다. 같은 정도로 눌려 있어도 처음보다 덜 아프게 되는 이유입니다.

③ 몸이 자세와 움직임을 다시 배우기 때문입니다

아픈 동작을 피하고 버티는 근육이 살아나면 같은 상태에서도 생활이 가능해집니다. 사진을 바꾸지 않고도 삶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회복을 판단할 때 사진을 다시 찍자고 먼저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기준은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의 범위가 줄고 있는가,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늘고 있는가, 근력이 유지되는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좋아지고 있다면 사진이 그대로여도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PART 3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자주 듣는 오해들

✕ "한 번 터진 건 절대 안 들어갑니다"
정확히는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치워지는 것"입니다. 제자리로 밀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분해되어 줄어드는 과정이라 표현이 다릅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에서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실제로 관찰되는 일입니다.

✕ "기다리다가 신경이 죽으면 어떡하나요"
가장 많이 하시는 걱정이라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증과 저림만 있는 상태에서 몇 주를 지켜보는 것은 대개 위험하지 않습니다. 다만 힘이 빠지는 증상은 다릅니다.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거나 발이 끌린다면 그건 지켜보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으면 즉시 진료입니다. 이 선만 지키면 시간을 버는 것이 손해가 되지 않습니다.

✕ "젊으니까 수술로 빨리 끝내는 게 낫죠"
이해되는 생각이지만 남은 세월이 길수록 오히려 신중할 이유가 됩니다. 수술은 튀어나온 조각을 제거하는 것이지 디스크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연히 줄어들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지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물론 해야 합니다.

✕ "흡수될 때까지 누워 있어야죠"
오래 누워 있는 것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며칠 이상의 절대 안정은 회복을 오히려 늦추고 근육을 빠르게 잃게 합니다. 아픈 동작을 피하면서 일상 활동은 유지하는 쪽이 낫습니다. 전에 허리디스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서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 "어차피 재발할 테니 소용없죠"
재발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건 수술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스크가 있던 자리와 생활 습관은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택하든 회복 뒤의 근력과 습관이 결국 결과를 만듭니다.

PART 4

그 시간을 어떻게 버는가

"기다리자"는 말은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1. 통증은 적극적으로 낮춥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아파서 잠을 못 자고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이 빠지고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갑니다. 약과 필요한 경우의 주사는 시간을 버는 도구이며, 그 자체가 치료의 목적은 아닙니다.

2. 며칠 지나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급성기 며칠은 쉬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뒤로는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걷고 일상을 유지하는 편이 회복을 앞당깁니다. 완전히 멈추는 것과 조심하는 것은 다릅니다.

3. 앉아 있는 시간을 관리합니다

허리 디스크에는 앉은 자세가 가장 부담입니다. 오래 앉아 계셔야 한다면 50분에 한 번은 일어나시고, 엉덩이를 등받이까지 깊이 넣고 앉으세요. 푹신한 소파에 파묻히듯 앉는 자세가 특히 좋지 않습니다.

4. 신경을 자극하는 동작을 피합니다

허리를 굽힌 채 무언가를 드는 동작, 굽히고 비트는 동작이 대표적입니다. 물건은 몸에 붙여서 다리 힘으로 드시고, 세수나 양말 신기처럼 굽혀야 하는 일은 무릎을 굽혀 대신하세요.

5. 기준점을 정해 두고 확인합니다

불안하면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2~3주 뒤에 다리 저림의 범위가 줄고 있는지", "6주 뒤에 걷는 거리가 늘었는지"처럼 확인 시점을 미리 정해 드립니다. 다음 단계가 예고되어 있으면 기다리는 일이 훨씬 견딜 만해집니다.
기록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휴대폰 메모에 주 1회만 두 가지를 적으세요. ㉠ 저림이 어디까지 내려오는가(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 ㉡ 쉬지 않고 걸은 시간. 저림의 끝점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고, 이건 통증 점수보다 훨씬 정직한 지표입니다.
"터진 것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치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편이 됩니다."

PART 5

기다리면 안 되는 선

이 글이 "무조건 버티세요"로 읽히면 안 되기 때문에 분명히 적겠습니다. 아래는 시간을 버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미루지 않습니다

①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을 때

가장 급합니다. 소변이 안 나오거나 새거나,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하거나,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진다면 즉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 경우는 시간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② 힘이 빠지고 있을 때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아 발이 끌리는 상태는 지켜보지 않습니다. 통증만 있는 것과 근력이 떨어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며, 진행하는 근력 저하는 회복에 시간이 걸립니다.

③ 통증으로 일상이 불가능할 때

약을 써도 잠을 못 자고 화장실도 못 가는 정도라면 버티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이때는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잃는 것이라 다른 선택을 상의합니다.

④ 충분히 해 봤는데 그대로일 때

보존적 치료를 제대로 몇 달 해 보았는데도 다리 증상이 그대로라면 그때는 다음 단계를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해 보았는가"를 정직하게 따지는 것입니다. 전에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관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⑤ 다른 원인이 의심될 때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서 허리가 아플 때, 다친 뒤 시작됐을 때, 밤에 가만히 있어도 심해질 때는 디스크로 보지 않고 다른 원인을 확인합니다.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
대소변 조절에 변화가 있거나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할 때 — 즉시 응급 진료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질 때, 갑자기 걷기 어려워질 때
발이 끌리거나 발목·엄지발가락이 들리지 않을 때 — 지켜보지 않습니다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서 허리가 아플 때
다친 뒤 시작된 통증일 때, 특히 골다공증이 있으시거나 넘어지신 뒤라면
가만히 있어도 심해지고 밤에 통증으로 깰 때
약을 써도 조절되지 않아 일상이 불가능할 때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모든 디스크가 흡수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정도와 기간은 개인차가 크고,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간을 약속드리지 않고, 확인 시점을 정해 함께 지켜보는 방식으로 갑니다. 둘째, 수술을 반대하는 글이 아닙니다. 수술이 더 나은 상황이 분명히 있고, 특히 근력 저하나 대소변 변화가 있을 때는 미루지 않습니다. 그런 판단이 필요하면 붙들고 있지 않고 연계해 드립니다. 셋째, 기다리는 것은 참는 것과 다릅니다. 통증은 적극적으로 낮추고, 며칠 뒤부터는 움직이고, 확인 시점을 정해 두는 것까지가 한 묶음입니다. 넷째, 사진의 호전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목표는 다리 증상의 범위와 걷는 거리, 근력이며 사진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3줄 요약
터져 나온 디스크는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듭니다. 제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그것을 이물질로 인식해 분해하고 수분이 빠지면서 부피가 작아지는 과정입니다. 크게 터진 경우가 오히려 잘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많이 터졌다"가 곧 "더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진보다 증상이 먼저 좋아집니다. 다리 통증의 상당 부분이 눌림 자체보다 신경 주변의 염증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복의 기준은 사진이 아니라 저림이 내려오는 범위, 걷는 거리, 근력입니다.
다만 기다리면 안 되는 선이 분명히 있습니다. 대소변 변화, 진행하는 근력 저하와 발 끌림, 조절되지 않는 통증, 충분한 보존 치료 후에도 그대로인 경우입니다. 이 선만 지키면 시간을 버는 것이 손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허리에서 비수술을 먼저 권해 드리는 이유는 신념이 아니라 이 병의 자연 경과 때문입니다. 가만히 두어도 나빠지기만 하는 병이라면 저도 서두르시라고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런데 허리 디스크는 상당수가 시간과 함께 나아지는 쪽으로 갑니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진을 들고 오셔서 "터졌다"고 말씀하실 때, 저는 사진보다 먼저 다리를 봅니다. 어디까지 저린지, 발목에 힘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걸으실 수 있는지. 거기에 답이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개는 이렇게 말씀드리게 됩니다. "지금은 지켜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확인할 것을 정해 두겠습니다." 그 한마디로 표정이 풀리시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디스크가 터졌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시라면 편하게 오세요. 지금이 시간을 벌어도 되는 상태인지, 미루면 안 되는 상태인지부터 구분해 드리고, 기다리는 동안 통증을 낮추는 방법과 확인해야 할 기준을 정해 드리겠습니다. 근력 저하나 대소변 변화처럼 시간이 중요한 상황이면 붙들고 있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다른 병원에서 찍으신 영상 자료를 가져오시면 다시 찍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경과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설명한 자연 경과와 흡수 과정은 일반적인 경향에 대한 설명으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호전의 정도와 기간에는 개인차가 큽니다. 보존적 치료의 적용 여부와 기간, 수술의 필요성과 시기는 증상과 신경학적 소견, 영상 검사를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결정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배뇨·배변 장애나 안장 부위 감각 저하,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 진행하는 족하수,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 발열이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를 동반한 요통, 외상 후 발생한 통증, 안정 시에도 악화되는 야간통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본문은 특정 치료 방법의 우열을 주장하거나 수술적 치료를 배제할 목적이 없으며,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