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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 꾀병일까 걱정되신다면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고3 아이를 데리고 오신 어머님이 진료가 끝날 무렵, 아이가 잠깐 나간 사이에 목소리를 낮춰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원장님,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얘 진짜 아픈 거 맞나요?"

죄책감이 묻어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아이를 의심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그렇다고 매번 "아프다"는 말에 다 학원을 빼 주자니 이러다 정말 못 견디는 아이가 될까 두려우신 것이지요.

이 질문에 저는 대개 이렇게 답합니다. "진짜 아픈 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게 꼭 몸이 망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장난처럼 들리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이해하시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매일 머리가 아프대요. 검사는 다 정상이라는데요."

"시험 기간만 되면 배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답니다."

"쉬라고 하면 또 게임은 잘하더라고요."

PART 1

검사에서 안 나온다고 없는 통증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시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계속 아프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마음의 문제인가? 꾀병인가?"

여기서 중요한 의학적 사실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증은 조직이 망가져야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뇌가 해석해서 만들어 내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같은 자극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건 기분 탓이라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신경계가 그렇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쉬운 예가 있습니다. 운동 경기 중에 다친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에야 통증을 느끼는 일은 흔합니다. 반대로 잠을 못 자고 긴장한 상태에서는 평소 아무렇지 않던 자극도 훨씬 아프게 느껴집니다. 조직의 손상은 같은데 통증은 다릅니다. 뇌가 위험 신호를 더 크게 증폭시키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의 몸은 통증을 크게 느끼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면 부족, 지속적인 긴장,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시간, 운동량 감소. 이 네 가지가 전부 통증 민감도를 올리는 요인입니다.

그러니 "검사에서 안 나왔으니 참아라"는 말은 의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큰 병은 아니지만 통증은 진짜다. 그리고 그 통증에는 원인이 있고, 다룰 방법도 있다."

PART 2

그래도 확인해야 하는 신호는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만 드리면 반대쪽 오해가 생깁니다. "그럼 다 스트레스니까 그냥 두면 되겠네"라고요. 그건 위험합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먼저 걸러야 할 것을 걸러 놓고 그다음에 기능적인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순서가 반대면 안 됩니다. 부모님도 아래 신호가 있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이런 경우는 반드시 진료를 받으세요

밤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 — 자세를 바꿔도 편해지지 않는 통증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림이 손끝·발끝까지 이어지는 경우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열이 나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

아침에 몸이 뻣뻣한 상태가 오래가고 여러 관절이 함께 아픈 경우

두통이 갑자기 아주 심하게 시작됐거나, 구토·시야 이상·의식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 즉시 진료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시작된 통증, 한쪽만 붓거나 모양이 달라진 경우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경우

반대로 자세를 바꾸면 덜하고, 주말에 쉬면 나아지고, 시험이 끝나면 좋아지는 통증이라면 대개 근육과 긴장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건 위험한 통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면 만성으로 갈 수 있는 통증입니다.

PART 3

시험 때만 아픈 것도 진짜 아픈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의심하시는 패턴이 이것입니다. "시험 기간만 되면 아프다고 해요."

먼저 말씀드리면, 이 패턴 자체는 꾀병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아주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긴장이 몸에서 하는 일

① 근육이 계속 힘을 씁니다

긴장하면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앞으로 나오고 턱에 힘이 들어갑니다. 본인은 모릅니다. 그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나면 근육은 실제로 지치고 아파집니다. 전에 턱관절 글에서 말씀드린 이악물기가 대표적입니다.

② 숨이 얕아집니다

목과 어깨 근육으로 숨을 쉬게 되면서 그 근육들이 과로합니다. 두통과 등 통증으로 이어지는 흔한 경로입니다.

③ 소화기가 먼저 반응합니다

배가 아프다, 속이 더부룩하다, 화장실을 자주 간다. 긴장에 대한 몸의 반응 중 가장 흔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필요하면 소아청소년과나 내과 진료를 함께 권해 드립니다.

④ 잠이 얕아지고, 그래서 더 아픕니다

여기서 악순환이 생깁니다. 아파서 잘 못 자고, 못 자니까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게임은 잘하더라"는 관찰도 꾀병의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주의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 통증은 실제로 줄어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운동선수 이야기와 같은 원리입니다. 아플 때 관심을 돌리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는 대처이기도 합니다.

PART 4

부모님이 하시는 말의 무게

이 부분은 의학적 조언이라기보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것입니다.

이런 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다들 그 정도는 참고 해"

사실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네 아픔은 인정받지 못했다"로 남습니다. 그다음부터 아이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되고, 정작 확인이 필요한 신호도 숨깁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잖아"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상 없음과 안 아픔은 다릅니다. 이 말은 아이에게 "그럼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혼란을 줍니다.

✕ "지금만 참으면 돼. 몇 달만."

의도는 알지만 통증에 대해 아무 대책도 주지 않으면서 시간만 견디라는 말입니다. 참는 동안 자세는 더 나빠지고 통증은 만성화될 수 있습니다.

✕ "자세 똑바로 하라니까"

전에 척추측만증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효과는 거의 없고 아이만 위축됩니다. 자세는 지적이 아니라 환경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대신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해 줄래?"

판단하지 않고 정보를 묻는 질문입니다. 아이도 자기 증상을 정리해 보게 되고, 부모님도 앞의 위험 신호가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아픈 건 맞을 거야. 원인이 뭔지 한번 확인해 보자."

인정과 행동을 함께 담은 문장입니다. 아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면서, 방치도 아닙니다.

③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의외로 중요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아픈 것 자체를 자기 관리 실패로 여기고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 죄책감이 통증을 더 키웁니다.

"진짜 아픈 게 맞습니다.

다만 몸이 망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PART 5

병원에 한 번 오는 것의 값

이 시기 부모님들이 병원을 미루시는 이유는 대개 "가 봐야 별거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시간도 아깝고요. 그런데 저는 한 번 확인하는 것에 세 가지 값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걸러야 할 것을 거릅니다

드물지만 확인이 필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확률이 낮다는 것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대부분은 괜찮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것 자체가 결과입니다.

2. 불안이 줄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이건 위로가 아니라 실제입니다. "혹시 큰 병이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통증을 증폭시킵니다.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뒤 통증이 실제로 줄어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그렇습니다.

3. 대책이 생깁니다

가장 실질적인 부분입니다. 목이 굳어서 생긴 두통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와 자세 조정이 있고, 수면 리듬이 무너진 것이 원인이라면 그것부터 잡습니다. "참아라"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차이입니다.

4. 필요하면 다른 진료로 연결합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불안이나 우울, 심한 불면이 통증보다 앞서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제가 몸만 붙들고 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렇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이것도 병원에 와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저는 진료실에서 "꾀병입니다"라고 말씀드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통증을 지어내는 아이는 제 경험상 드물고, 오히려 참다가 늦게 오는 아이가 훨씬 많습니다. 둘째, 그렇다고 모든 통증이 치료로 사라진다고 말씀드리지도 않습니다. 수험 생활이라는 조건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통증도 있습니다. 목표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견딜 만하게, 그리고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셋째, 이 시기 아이의 몸에 대해 부모님이 하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은 잠과 환경입니다. 치료보다 그쪽이 큽니다. 넷째, 마음의 문제가 앞서 있는 경우를 몸 문제로만 다루지 않겠습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적절한 진료로 안내해 드립니다.

3줄 요약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것과 아프지 않다는 것은 다릅니다. 수면 부족과 긴장,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조건은 실제로 통증 민감도를 올립니다. 시험 기간에만 아픈 것도, 게임할 때는 덜 아픈 것도 꾀병의 증거가 아닙니다.

다만 밤에 아파서 깨는 통증, 팔다리 힘 빠짐, 체중 감소와 발열, 여러 관절의 아침 경직, 갑자기 시작된 심한 두통은 다릅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다들 참는다", "이상 없다잖아"라는 말은 아이가 다음부터 아픔을 숨기게 만듭니다. 대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해 줄래", "아픈 건 맞을 거야, 원인을 확인해 보자"로 바꿔 주세요.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고 통증이 줄어듭니다.

정리하자면 이 시기 아이의 통증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지만, 대부분 진짜입니다. 이 두 문장이 함께 성립한다는 것을 아시면, 의심과 과보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를 믿어 주면서도 확인할 것은 확인하는 것. 그게 제가 부모님께 권해 드리는 태도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그 어머님께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집인 게 다행입니다." 진료실에는 혼자 참다가 결국 못 견뎌서 오는 아이들도 옵니다. 그 아이들은 대개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이미 배운 상태입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말한다는 것은, 아직 부모님을 믿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아이가 두통이나 목·어깨·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편하게 데려오세요. 확인이 필요한 원인이 있는지 먼저 걸러 드리고, 근육과 자세에서 온 통증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와 독서실에서 할 수 있는 관리 방법까지 잡아 드리겠습니다. 다른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자습이나 학원을 마친 뒤에도 오실 수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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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청소년기 통증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설명한 구분 기준은 병원 진료의 필요성을 가늠하기 위한 일반적 안내로 진단 기준이 아니며, 실제 진단은 진찰과 필요한 경우의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통증의 원인과 경과는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야간통이나 사지 근력 저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와 발열, 지속되는 아침 경직,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 구토나 시야 이상, 외상 후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불안·우울 및 수면 장애가 통증과 함께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를 받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