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밤에 다리 아프다고 할 때 — 성장통일까요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다산과 별내처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진료하다 보면 이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밤마다 다리 아프다고 울어요."
"아침엔 또 멀쩡하게 뛰어다닙니다."
"주변에서 다 성장통이라는데 정말 그런 걸까요?"
대부분은 정말 성장통이 맞습니다. 그리고 성장통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집니다. 그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꼭 전하고 싶은 것은 그 뒷부분입니다. "성장통"이라는 이름이 워낙 익숙해서, 성장통이 아닌 것까지 그 이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통의 전형적인 모습과 성장통이라고 보기 어려운 신호를 나란히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자다가 깨서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합니다."
"낮에 많이 뛴 날 저녁에 더 아파해요."
"한쪽 다리만 아프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PART 1
성장통은 사실 이름이 좀 이상합니다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성장통은 "뼈가 자라느라 아픈 것"으로 흔히 설명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키가 크는 속도와 이 통증이 뚜렷하게 연결된다는 근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에 많이 뛰어놀고 활동한 날 저녁에 더 아파하는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많이 쓴 근육이 저녁에 신호를 보내는 것에 가깝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통증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가 관여한다는 설명도 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크느라 그런 거야"라는 말은 부모님을 안심시키지만, 동시에 확인을 멈추게 합니다. 성장통은 "이것이 성장통이다"라고 증명해서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없을 때 붙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다른 원인이 없는지를 한 번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전에 척추측만증 글에서 "청소년 측만증은 대개 아프지 않으니,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측만증 탓으로 넘기지 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도 구조가 같습니다. 익숙한 이름 하나로 모든 증상을 덮지 않는 것. 소아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PART 2
전형적인 성장통은 이런 모습입니다
아래 특징에 대부분 들어맞는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쪽입니다.
안심해도 되는 쪽의 특징
① 양쪽 다리가 아픕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오늘은 이쪽, 내일은 저쪽처럼 번갈아 아프기도 합니다. 늘 한쪽만 아프다면 성장통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② 저녁이나 밤에 아픕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저녁 무렵부터 아파하고, 자다가 깨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뛰어다닙니다. 이 대비가 성장통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입니다.
③ 관절이 아니라 근육 부위가 아픕니다
허벅지 앞쪽, 종아리, 무릎 뒤쪽처럼 근육이 있는 자리를 아파합니다. 관절 자체를 콕 집어 아파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④ 주물러 주면 좋아집니다
부모님이 다리를 주무르거나 따뜻하게 해 주면 편해합니다. 만지는 것을 아파서 거부한다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⑤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없습니다
붓지 않고, 열감이 없고, 벌겋지 않고, 멍도 없습니다. 만져 봐도 특별히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⑥ 절뚝거리지 않습니다
걸음걸이가 평소와 같습니다. 아이가 절뚝거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PART 3
성장통이 아닐 수 있는 신호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겁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이 목록에 없으면 안심하셔도 된다는 뜻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는 성장통으로 넘기지 않습니다
✕ 늘 한쪽만 아프다
성장통은 대개 양쪽입니다. 같은 쪽 같은 자리만 반복해서 아파한다면 그 자리에 원인이 있을 수 있어 확인합니다.
✕ 아침에도 아프다
성장통의 가장 큰 특징이 아침이면 멀쩡하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뻣뻣해하거나 일어나기 힘들어한다면 다르게 봅니다. 특히 아침 경직이 오래가고 여러 관절이 함께 아프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 절뚝거리거나 걸음이 달라졌다
이건 그 자체로 확인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아이는 아픈 것을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해도 걸음으로 드러냅니다.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안 뛰거나 안아 달라고 하는 것도 같습니다.
✕ 붓거나 열감이 있거나 벌겋다
관절이 붓고 뜨겁고 벌겋다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감염이나 염증성 질환을 확인해야 합니다. 열이 함께 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성장통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몇 주에 걸쳐 계속 심해지는 방향으로만 간다면 다른 원인을 봐야 합니다.
✕ 열, 체중 감소, 밤에 나는 식은땀이 함께 있다
이 조합은 근육통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전신적인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 미루지 않고 검사합니다.
✕ 만지면 아파서 못 만지게 한다
성장통은 주무르면 편해합니다. 특정 부위를 만지는 것조차 거부한다면 그 자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PART 4
제가 꼭 확인하는 한 가지
소아 진료에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점이 있어 따로 적습니다.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할 때, 원인이 고관절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관절과 무릎은 신경이 이어져 있어, 고관절의 문제가 무릎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에게서 특히 중요합니다. 소아기와 청소년기에는 고관절에 확인이 필요한 상태들이 있고, 그중 일부는 시기를 놓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무릎을 아파해도 고관절을 함께 봅니다. 다리를 벌리고 돌리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지, 양쪽이 다른지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부모님도 집에서 아이가 양반다리를 할 때 한쪽만 잘 안 되는지 정도는 봐 두시면 좋습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불안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무릎이 아프다"는 말만 듣고 무릎만 보면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가 절뚝거리는데 무릎을 아파한다면 고관절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PART 5
집에서 할 것, 그리고 다른 흔한 원인들
성장통일 때 집에서 하실 것
① 따뜻하게, 그리고 주물러 주기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따뜻한 수건을 대 주거나 목욕을 시키고, 아픈 부위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세요. 많은 아이가 이것만으로 편해집니다.
② 자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
허벅지 앞뒤와 종아리를 부드럽게 늘려 줍니다.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짧게면 됩니다. 습관으로 만들면 밤에 깨는 횟수가 줄어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③ 신발을 한 번 보세요
많이 뛰어노는 아이일수록 신발이 중요합니다. 밑창이 닳아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은 다리에 부담을 줍니다. 아이 발은 빨리 크니 주기적으로 확인해 주세요.
④ 활동량은 줄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많이 물으시는 부분입니다. 성장통 때문에 운동이나 바깥 놀이를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별히 심했던 날 다음 날 정도만 조절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⑤ 아이 말을 그대로 들어 주세요
"꾀병 아니야?"라는 반응이 반복되면 아이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전에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에 관한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정작 확인이 필요한 신호까지 숨기게 되는 것이 가장 걱정입니다.
성장기 아이에게 흔한 다른 통증들
① 무릎 아래 뼈가 튀어나오고 아픈 경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무렵에 흔합니다. 무릎뼈 아래 튀어나온 부분이 도드라지고 누르면 아프며, 뛰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심해집니다. 대개 성장이 끝나면서 좋아지지만, 그동안 운동량 조절과 스트레칭이 필요합니다. 한쪽만 아픈 경우가 많아 성장통과 구분됩니다.
② 발뒤꿈치를 아파하는 경우
축구나 농구처럼 뛰는 운동을 하는 아이에게 흔합니다. 뒤꿈치를 양옆에서 누르면 아파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른의 족저근막염과는 다른 상태입니다.
③ 평발과 발 통증
어린아이의 평발은 대부분 자라면서 아치가 생깁니다. 다만 오래 걸으면 발이 아프다고 하거나, 신발이 한쪽만 유난히 닳거나, 자세가 눈에 띄게 무너진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④ 감기를 앓은 뒤 절뚝거리는 경우
아이가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자기 다리를 절거나 고관절 쪽을 아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저절로 좋아지는 일시적인 상태이지만, 열이 나거나 심하게 아파한다면 반드시 감별이 필요하므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성장통은 증명해서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없을 때
붙는 이름입니다."
이런 경우는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관절이 붓고 뜨거우며 벌겋고, 열이 함께 날 때 —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다리를 딛지 못하거나 절뚝거릴 때, 걸음걸이가 달라졌을 때
늘 한쪽만 아파하고 그 자리를 만지지 못하게 할 때
아침에도 아파하거나 아침 경직이 오래갈 때, 여러 관절이 함께 아플 때
열이 나거나 체중이 줄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릴 때, 유난히 창백하고 잘 지칠 때
통증이 몇 주에 걸쳐 계속 심해지기만 할 때, 밤마다 심하게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다친 뒤 시작된 통증이거나 붓기와 멍이 함께 있을 때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성장통은 다른 원인을 배제한 뒤에 붙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통이니 괜찮습니다"라고 먼저 말씀드리지 않고, 확인할 것을 확인한 뒤에 말씀드립니다. 둘째, 대부분은 정말 성장통이 맞습니다. 이 글의 경고 목록을 보고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목록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안심하셔도 되는 쪽입니다. 셋째, 성장통을 없애 드리는 치료는 없습니다. 따뜻하게 해 주고 주물러 주고 스트레칭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개 사라집니다. 넷째, 소아는 어른과 다르게 봅니다. 소아에게만 있는 질환이 있고, 더 자세한 소아 진료나 다른 과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3줄 요약
전형적인 성장통은 양쪽 다리가, 저녁이나 밤에, 근육 부위(허벅지·종아리·무릎 뒤)가 아프고, 주물러 주면 편해지며, 아침이면 멀쩡합니다. 붓거나 열이 나거나 절뚝거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부분 들어맞으면 안심하셔도 되는 쪽입니다.
반대로 늘 한쪽만 아프거나, 아침에도 아프거나, 절뚝거리거나, 붓고 열감이 있거나, 열·체중 감소가 함께 있거나,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면 성장통으로 넘기지 말고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도 원인이 고관절에 있을 수 있어 함께 봅니다. 특히 절뚝거리면서 무릎을 아파한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집에서는 따뜻하게, 주물러 주기, 자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 신발 점검이면 충분하고 활동량을 줄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성장통은 흔하고, 대개 괜찮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통증입니다. 다만 그 이름이 너무 익숙한 탓에 다른 것까지 덮어 버리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오늘 글의 목적은 부모님이 그 경계를 스스로 가늠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아이가 다리 아프다고 깨서 주물러 달라고 하면, 그 순간엔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크느라 그러겠거니 하시게 됩니다. 대개는 그 짐작이 맞습니다. 다만 위에 적은 몇 가지만 기억해 두셨다가, 하나라도 해당되면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아이가 다리나 무릎을 자주 아파하는데 성장통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우시다면 편하게 데려오세요. 확인이 필요한 원인이 있는지 먼저 걸러 드리고, 성장통이라면 집에서 해 주실 수 있는 방법과 신발·활동 조절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소아 진료나 다른 과의 확인이 필요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어린이집이나 학교, 학원을 마친 뒤에도 오실 수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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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소아·청소년기 사지 통증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성장통은 다른 기질적 원인을 배제한 후에 내려지는 진단으로, 본문에 제시한 특징과 경고 신호는 병원 진료의 필요성을 가늠하기 위한 일반적 안내이며 진단 기준이 아닙니다. 소아에서는 성인과 다른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는 조기 진단이 예후에 영향을 주므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관절의 발적·종창·열감과 발열, 보행 이상이나 체중 부하 불가, 지속되는 편측 통증, 아침 경직과 다발성 관절통,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나 야간 발한, 창백함과 쉽게 지침, 외상 후 통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자가 관리 방법은 다른 원인이 배제된 경우에 해당하며 통증의 치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