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 근감소증 — 근육이라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세요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요즘 살이 좀 빠졌어요. 나이 드니까 살 빠지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그때 이렇게 여쭙습니다. "어디가 빠지셨어요? 배가 빠지셨나요, 다리가 가늘어지셨나요?"
다리가 가늘어졌다고 하시면,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근감소증, 나이 들며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이제는 하나의 질병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건 재활의학과가 가장 앞에서 다루는 문제입니다.
"요즘 걷는 게 느려졌어요."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짚게 돼요."
"장바구니가 예전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PART 1
근육은 통장입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자주 쓰는 비유가 있습니다. 근육은 통장에 넣어 둔 돈과 같습니다.
젊을 때 저축해 둔 만큼 노년에 꺼내 씁니다. 그런데 이 통장에는 특이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잔고가 줄어듭니다. 예금은 가만두면 그대로지만, 근육은 가만두면 사라집니다.
보통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줄기 시작해서, 나이가 들수록 그 속도가 빨라집니다. 문제는 이 감소가 서서히 진행돼 본인이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다"고 느끼시지만, 실은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빠져 온 것이죠.
가장 위험한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입원하거나 몸져누워 있는 1~2주입니다. 이 짧은 기간에 근육이 놀랄 만큼 빠집니다. "입원했다 나오시더니 확 늙으셨다"는 말, 진료실에서도 실제로 자주 확인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이나 입원 후 회복기의 재활을 특히 중요하게 봅니다.
PART 2
왜 그냥 마른 것과 다른가
근육이 줄면 단지 힘이 약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에서 여러 일이 함께 일어납니다.
근육이 줄면 벌어지는 일
1. 힘이 없어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그래서 더 안 움직입니다
2. 안 쓰니 근육이 더 빠집니다 — 가속이 붙습니다
3. 균형을 잡아 줄 근육이 없어 넘어지기 쉬워집니다
4. 뼈도 약해져 있으면 넘어지며 골절로 이어집니다
5. 골절로 누워 지내며 근육이 또 급격히 빠집니다 → 2번으로
앞서 「별내 골다공증 — 아프지 않아서 더 위험합니다」 글에서 낙상의 연쇄를 말씀드렸는데, 근감소증은 그 연쇄의 출발점입니다. 뼈를 지키는 것이 골다공증 관리라면,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근감소증 관리입니다. 둘은 한 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근육은 우리 몸에서 당을 가장 많이 쓰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근육이 줄면 혈당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께 제가 근력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PART 3
집에서 잔고 확인하기
병원에서는 근육량과 악력, 걷는 속도를 재서 판단합니다. 그 전에 집에서 해 보실 수 있는 것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자가 확인 — 진단이 아니라 신호 찾기입니다
① 종아리를 양손으로 감싸 보세요
양손 엄지와 검지로 종아리에서 가장 굵은 부분을 감쌉니다. 손가락이 넉넉히 겹쳐 남는다면 근육량이 적을 가능성을 봅니다. 딱 맞거나 안 닿으면 비교적 양호한 편입니다. 간편해서 제가 진료실에서도 종종 씁니다.
②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났다 앉기
팔짱을 끼고(손을 쓰지 않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앉기를 5번 반복합니다. 손으로 무릎이나 팔걸이를 짚어야만 가능하시다면 다리 근력이 떨어져 있다는 신호입니다.
③ 걷는 속도
평소 걸음으로 4미터를 걷는 데 5초를 넘긴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 전에 다 못 건너신다면 그것도 신호입니다.
④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
계단 열 칸 오르기가 힘든가, 무거운 물건 들기가 어려워졌는가,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든가, 최근 1년 사이 넘어진 적이 있는가. 두 가지 이상 해당되면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⑤ 체중 변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6개월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PART 4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
정직하게 먼저 말씀드리면, 근감소증에는 "이 약을 드시면 근육이 붙습니다"라고 할 약이 없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근육에 저항을 주는 운동, 그리고 단백질. 이 둘은 함께여야 효과가 납니다.
○ 근력 운동 — 주 2~3회, 걷기와 별개로
① 의자 스쿼트 — 가장 기본
의자 앞에 서서 엉덩이를 뒤로 빼며 천천히 앉았다가 일어납니다. 10회 × 3세트. 힘드시면 손으로 짚고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손을 떼세요. 더 익숙해지면 앉기 직전에 멈췄다 일어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② 뒤꿈치 들었다 내리기
식탁을 잡고 까치발로 섰다가 천천히 내립니다. 15회 × 3세트. 종아리는 걸을 때 몸을 밀어 주는 근육이라 보행 속도와 직결됩니다.
③ 앉아서 무릎 펴기
의자에 앉아 한쪽 무릎을 곧게 펴고 3초 유지 후 내립니다. 10회씩 양쪽 3세트. 무릎이 아프신 분도 대개 가능한 운동입니다.
④ 벽 밀기·밴드 당기기
상체 근육도 필요합니다. 벽에 손을 대고 팔굽혀펴기, 고무밴드를 가슴 쪽으로 당기기. 무거운 것을 들거나 문을 여는 힘이 여기서 나옵니다.
⑤ 한 발 서기 — 낙상 예방
식탁을 옆에 두고 30초씩 3회. 양치질하시는 동안 하시면 잊지 않습니다.
걷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걷기는 심장과 혈관에 아주 좋지만, 근육을 다시 붙이려면 "무겁다"고 느끼는 저항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어르신께 "많이 걸으시죠?" 다음에 반드시 "일어섰다 앉기는 하시나요?"를 여쭙는 이유입니다.
○ 단백질 — 운동만큼 중요합니다
매 끼니에 나눠 드세요
하루 총량도 중요하지만 한 끼에 몰아 드시는 것보다 세 끼에 나눠 드시는 편이 근육 형성에 유리합니다. 특히 아침에 단백질이 거의 없는 식사를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 밥에 국, 김치, 나물만 드시는 경우죠.
무엇을 드실까
달걀, 두부, 생선, 살코기, 콩, 우유·요거트. 매 끼니 손바닥 크기 정도의 단백질 반찬 하나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어르신은 씹기 편한 달걀찜, 생선, 두부, 갈은 고기가 실천하기 좋습니다.
운동 후에
운동한 날은 그 뒤 식사에서 단백질을 꼭 챙기세요. 운동만 하고 재료가 없으면 근육이 붙지 않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경우
신장(콩팥) 질환이 있으신 분은 단백질 섭취량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하셔야 합니다. 이 글의 일반적인 권고를 그대로 적용하시면 안 됩니다.
비타민D도 근력·낙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고용량으로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필요 여부와 용량은 검사 결과와 다른 약을 함께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육은 통장입니다.
다만 쓰지 않으면
잔고가 줄어드는 통장입니다."
이럴 때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6개월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 — 갑상선, 당뇨, 소화기 질환, 악성 질환 등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원인부터 찾아야 합니다
최근 1년 사이 넘어진 적이 있을 때 — 다음 낙상은 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쪽 팔다리에만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할 때 — 근감소증이 아니라 신경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근력 저하가 몇 주 사이 빠르게 진행될 때, 삼키기가 어렵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 — 다른 질환 감별이 필요합니다
입원이나 수술 후 확연히 못 걷게 되셨을 때 — 이때가 재활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 시기입니다
운동 중 가슴 통증, 심한 숨참, 어지러움이 있을 때 — 즉시 중단하고 진료를 받으세요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근감소증에 듣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단백질 보충제나 영양제만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보충제는 운동을 도울 뿐, 대신하지 못합니다. 둘째,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근육을 함께 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이 식사량을 줄여 살을 빼시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체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도 근력 운동과 단백질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셋째, 이 글의 자가 확인은 진단이 아닙니다. 실제 진단은 근육량·근력·수행 능력을 측정해서 하며, 체중 감소가 있다면 근감소증으로 넘겨짚기 전에 다른 질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운동 방법은 사람마다 달라야 합니다. 무릎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심장 질환, 신장 질환이 있으시면 강도와 종목을 조정해야 하므로 상의하고 시작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3줄 요약
나이 들어 살이 빠지는 것이 다 좋은 일은 아닙니다. 특히 다리가 가늘어졌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합니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잔고가 줄어드는 통장이고, 입원이나 몸져누운 1~2주에 놀랄 만큼 빠집니다.
집에서 확인해 보세요 — 양손으로 종아리를 감쌌을 때 손가락이 넉넉히 남는가, 손을 안 짚고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날 수 있는가, 걷는 속도가 느려졌는가, 최근 1년 내 넘어진 적이 있는가. 다이어트 없이 6개월 사이 체중이 줄었다면 다른 질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방법은 근력 운동과 단백질, 두 가지뿐이고 약은 없습니다. 걷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의자 스쿼트, 뒤꿈치 들기, 무릎 펴기를 주 2~3회, 그리고 매 끼니 손바닥 크기의 단백질 반찬을 나눠 드세요. 단, 신장 질환이 있으시면 단백질량은 반드시 상의하셔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근감소증은 병처럼 보이지 않아서 방치되는 병입니다. 아프지도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조금씩 걸음이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을 짚게 되고, 어느 날 넘어집니다. 골다공증이 뼈의 조용한 도둑이라면, 근감소증은 근육의 조용한 도둑입니다.
제가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요즘 계단 오르기가 수월해졌어요"라는 말씀을 들을 때입니다. 약으로는 만들 수 없는 변화이고, 본인이 해내신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별내에 계신 부모님께, 그리고 스스로에게 오늘 한 번 종아리를 감싸 보시고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나 보세요. 확인하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걸음이 느려지셨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지셨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근력과 보행, 균형 상태를 확인하고 지금 몸에 맞는 강도의 근력 운동과 낙상 예방 계획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무릎·허리 문제나 다른 질환이 있으셔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드립니다. 체중 감소의 원인 확인이 필요하면 해당 진료과로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자녀분과 함께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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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근감소증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자가 확인 방법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 설명으로 자가 진단 기준이 아니며, 실제 진단은 근육량·근력·신체 수행 능력의 측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나 근력 저하는 갑상선 질환, 당뇨, 소화기 질환, 신경근육 질환, 악성 질환 등 다른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운동의 종류와 강도는 관절 상태와 심혈관·신장 등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져야 하므로 상의 후 시작하시고,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심한 숨참, 어지러움이 있으면 즉시 중단하십시오. 단백질 섭취량은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제한이 필요할 수 있으며, 비타민D를 포함한 보충제의 복용 여부와 용량은 검사 결과와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