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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에너지드링크, 수험생은 어디까지 — 각성은 '빌리는' 것입니다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지난 글에서 수험생의 잠 이야기를 드리며 카페인을 잠깐 언급했는데, 따로 다루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오늘이 그 이야기입니다.

별내역 근처 편의점에 가 보면 에너지드링크 진열대가 참 큽니다. 그리고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그 앞에 서 있는 학생이 늘어나죠. 오늘 드리고 싶은 핵심은 하나입니다. 카페인은 없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힘을 미리 당겨 쓰는 것입니다. 빌린 것은 갚아야 하고요.

"안 마시면 집중이 안 돼요."

"요즘은 두 캔은 마셔야 버텨요."

"가슴이 자꾸 두근거려요."

PART 1

카페인은 졸음을 없애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지점입니다.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 주는 물질이 아닙니다.

깨어 있는 동안 뇌에는 "이제 자야 한다"고 알리는 신호 물질이 조금씩 쌓입니다. 그 신호가 충분히 쌓이면 졸음이 오죠. 카페인이 하는 일은 그 신호가 접수되는 자리를 대신 차지해서, 졸리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피로 신호 자체는 계속 쌓입니다. 다만 안 들릴 뿐이에요. 그래서 카페인 효과가 떨어지는 순간 그동안 쌓인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오후에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화재경보기를 끄고 공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앞선 진통제 이야기에서도 같은 비유를 썼는데, 원리가 정확히 같습니다. 경보를 껐다고 불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PART 2

몸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나

이게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카페인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오후 3시에 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개인차 큼)

오후 3시

마심. 30~60분 뒤 효과가 가장 셉니다.

저녁 8시

몸에 절반 정도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새벽 1시

여전히 4분의 1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이 상태로 잠자리에 듭니다.

다음 날 아침

겉보기엔 잤지만 깊은 잠이 줄어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카페인을 찾습니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본인은 "커피 마셔도 잘 자는데요"라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잠드는 것과 깊이 자는 것은 다릅니다. 카페인은 잠드는 시간보다 잠의 질을 더 많이 건드립니다.

그리고 앞 글에서 말씀드린 고리가 완성됩니다 — 얕게 자고 → 낮에 졸리고 → 더 마시고 → 더 얕게 자고.

PART 3

에너지드링크는 커피와 다릅니다

같은 카페인인데 왜 따로 이야기할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양이 가늠되지 않습니다

커피는 "한 잔"이라는 감각이 있지만, 에너지드링크는 차갑고 달아서 음료처럼 빨리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제품마다 함량 차이가 커서 본인이 얼마를 먹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뒷면 표시를 한 번은 꼭 확인해 보세요.

2. 설탕이 함께 들어옵니다

당이 많은 제품은 마시고 30분쯤 반짝했다가 그 뒤 더 처지는 느낌을 줍니다. 카페인 효과와 겹쳐 기복이 커집니다.

3. 커피와 중복 섭취가 흔합니다

아침에 커피, 오후에 에너지드링크, 밤에 또 한 캔. 본인은 각각 한 개씩이라고 생각하지만 합치면 상당량입니다. 여기에 녹차·홍차·콜라·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있습니다.

4. 청소년은 성인보다 민감합니다

같은 양이어도 체중이 적고 대사가 달라 영향이 큽니다. 여러 나라의 권고에서 청소년은 성인보다 훨씬 적은 양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PART 4

진료실에서 보는 과다 섭취의 신호

수험생이 목·어깨 통증으로 오셨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카페인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신호들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가만히 있는데도요.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글씨 쓸 때 알아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시험 불안과 구분이 어려운데, 카페인이 불안을 실제로 키웁니다.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이뇨 작용 때문인데, 시험 중이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됩니다.

속쓰림과 메스꺼움. 빈속에 마시면 특히 그렇습니다.

두통 — 이건 양쪽 다입니다. 너무 많이 마셔도, 평소 마시던 것을 갑자기 끊어도 두통이 옵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특히 손 떨림과 두근거림, 불안이 함께 온다면 양을 줄여야 한다는 몸의 신호로 보시면 됩니다.

PART 5

그래서 어떻게 마실까

완전히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험생을 위한 현실적인 규칙

1. 오후 두세 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습니다. 이 한 가지만 지켜도 밤잠의 질이 달라집니다.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2. 하루 한 잔·한 캔 정도로 상한을 정해 둡니다. "오늘 몇 개째인지" 세는 습관만 있어도 과다 섭취가 줄어듭니다.

3. 졸릴 때마다 마시지 말고, 시간을 정해 마십니다. 졸릴 때마다 마시면 하루 총량이 통제되지 않습니다.

4. 빈속에 마시지 않습니다. 속쓰림과 두근거림이 훨씬 심해집니다.

5. 물을 함께 마십니다. 이뇨 작용이 있어 마실수록 몸은 마릅니다. 탈수는 두통을 부릅니다.

6. 줄일 때는 서서히. 갑자기 끊으면 두통·무기력·짜증이 옵니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줄이세요. 시험 직전에 갑자기 끊는 것은 특히 피하셔야 합니다.

졸릴 때 카페인 말고 쓸 수 있는 것들도 알려 드릴게요. ①일어나서 3분 걷기(가장 확실합니다) ②찬물로 세수하기 ③20분 짧은 낮잠 ④창문 열고 밝은 빛 보기 ⑤물 한 컵. 시시해 보여도 이 다섯 가지가 카페인보다 부작용이 없고 지속력도 낫습니다. 특히 첫 번째는 목·어깨 뭉침까지 같이 풀어 줍니다.

PART 6

시험 당일에는 평소대로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시험 당일에 평소와 다르게 하지 마세요.

✕ 평소 안 마시던 사람이 당일에 마시는 것 — 두근거림과 화장실 문제로 오히려 손해입니다.

✕ 평소 마시던 사람이 당일에 끊는 것 — 금단 두통이 올 수 있습니다. 이게 더 위험합니다.

✓바꾸실 거라면 지금부터 며칠에 걸쳐 조정해서, 시험 몇 주 전에는 이미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 두세요.

"카페인은 없는 힘을 만들지 않습니다.

내일의 힘을 당겨 쓰는 것이고,

빌린 것은 갚아야 합니다."

이런 증상이면 그날은 멈추고, 반복되면 진료를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맥이 불규칙하게 느껴질 때

가슴 통증, 숨이 차거나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을 때 —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손 떨림이 심해 글씨를 쓰기 어려울 때

불안과 초조가 심해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때

구토가 나거나 배가 심하게 아플 때

심장 질환이나 부정맥이 있는 학생, 불안장애 치료 중인 학생은 카페인 섭취 여부를 담당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카페인이 나쁜 물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적당한 양은 각성과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저도 진료 전에 커피를 마십니다. 문제는 양과 시간입니다. 둘째, 민감도에는 개인차가 아주 큽니다. 같은 한 잔에 밤을 새우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본문의 시간은 평균적인 설명이니 본인의 반응을 기준으로 삼으세요. 셋째, 이 글은 "끊어라"가 아닙니다. 수험 생활에 카페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졸릴 때마다 무제한으로 마시는 방식은 결국 잠을 갉아먹어 손해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넷째, 이건 잠 문제와 한 몸입니다. 잠을 확보하지 않은 채 카페인만 줄이면 그냥 졸릴 뿐이에요. 지난 글의 수면 관리와 함께 가야 효과가 있습니다.

3줄 요약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졸음 신호가 전달되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피로는 계속 쌓이고 있어서, 효과가 떨어지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몸에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 오후 3시에 마시면 밤 8시에 절반, 새벽 1시에도 4분의 1 정도가 남습니다. 그래서 잠드는 시간보다 잠의 질을 더 많이 해칩니다. 에너지드링크는 양을 가늠하기 어렵고 당이 함께 들어오며 중복 섭취가 흔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규칙 — ①오후 두세 시 이후 금지(가장 중요) ②하루 상한 정하기 ③졸릴 때마다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④빈속 금지 ⑤물 함께 ⑥줄일 때는 서서히. 졸릴 땐 3분 걷기·찬물 세수·20분 낮잠이 대안이고, 시험 당일에는 평소와 다르게 하지 마세요.

정리하자면, 카페인은 잘 쓰면 도구이고 함부로 쓰면 빚입니다. 수험 생활이 몇 달 남은 지금, 이 빚을 계속 늘리면 정작 중요한 시기에 갚아야 할 것이 커집니다. 오후 세 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는 것 하나만 지켜 보세요. 일주일이면 밤잠이 달라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한마디만요. 아이 책상 위에 빈 캔이 늘어나고 있다면 그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잠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야단치기 전에 잠 이야기를 먼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수험생 자녀분이 두근거림·손 떨림·불안으로 힘들어하거나, 목·어깨 통증과 두통이 잦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생활 습관과 자세를 함께 점검하고 필요하면 관련 진료과로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학원 마치고 들르시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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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카페인 섭취와 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와 대사 속도, 적정 섭취량은 나이·체중·건강 상태·복용 약물에 따라 개인차가 크며, 본문의 시간과 기준은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제품별 카페인 함량은 표시사항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심장 질환이나 부정맥, 불안장애 등이 있거나 관련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고, 심한 두근거림·흉통·호흡곤란·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있을 때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