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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가 존경하는 의사 — 대동맥을 지키는 사람들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의사들끼리도 서로를 존경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흉부외과 대동맥 분야가 그렇습니다. 오늘은 제가 오래 마음에 두고 존경해 온 선배 이야기를 드리려 해요.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송석원 교수님입니다. 저와 같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오신 선배이시고, 후배로서 솔직히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이 글은 한 사람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동맥 질환은 통증으로 시작되는데, 그 통증을 놓치면 손쓸 시간이 없는 병이거든요. 통증을 다루는 의사로서 반드시 알려드려야 할 이야기라 함께 적습니다.

"가슴이 갑자기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어요."

"등이 아파서 담이 걸린 줄 알았어요."

"대동맥이 뭐예요?"

PART 1

제가 존경하는 선배 이야기

알려진 이력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 국내 최초로 세워진 대학병원 대동맥 전담 병원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집도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으며, 개원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1,000례 이상의 대동맥 수술을 기록했습니다.

응급 대동맥 박리 환자의 치료 성적이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흉부외과학회(AATS) 대동맥 심포지엄 등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해 왔습니다.

숫자보다 제 마음을 움직인 건 그분이 만든 시스템이었습니다. 대동맥이 찢어진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응급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대신 곧장 수술실로 이동하는 체계를 갖췄다고 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이걸 실제로 돌아가게 만들려면 24시간 대기하는 팀과, 밤중에 울리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PART 2

대동맥 박리 — 시간이 곧 생명인 병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가장 굵은 혈관입니다. 호스로 치면 본관이에요. 이 혈관의 벽이 안쪽부터 찢어지면서 층이 벌어지는 것을 대동맥 박리라고 합니다.

왜 무서우냐면, 찢어진 부위가 계속 진행하면서 심장·뇌·장기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거나 혈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병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유형이라면 몇 시간 안에 결정이 나야 합니다.

고혈압 이야기를 여러 번 드렸는데, 여기서 다시 만납니다. 대동맥 박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고혈압입니다. 이 밖에 대동맥류가 있는 경우, 결합조직 질환(마르판 증후군 등), 흡연, 고령이 위험을 높입니다.

PART 3

통증 의사로서 — 이것만은 놓치면 안 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매일 가슴·등·허리가 아프다는 분들을 뵙습니다. 그 대부분은 근육과 관절의 문제예요. 그런데 아주 드물게, 절대 근육통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통증이 섞여 들어옵니다.

1. 시작이 '갑자기'입니다

근육통은 대개 서서히 시작되거나 무리한 다음 날 나타납니다. 대동맥 박리의 통증은 몇 시 몇 분에 시작됐는지 말할 수 있을 만큼 갑작스럽습니다.

2. 시작하자마자 최고 강도입니다

이게 특징적입니다. 보통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처음부터 인생에서 겪어본 적 없는 강도로 시작합니다. "찢어진다", "칼로 베는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통증이 '이동'합니다

가슴에서 시작해 등으로, 등에서 배나 허리 쪽으로 옮겨 가는 느낌이 있으면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근육통은 자리를 옮겨 다니지 않습니다.

4. 자세와 무관합니다

근골격계 통증은 움직이면 심해지고 자세를 바꾸면 덜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똑같이 극심하다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5. 몸 전체 신호가 함께 옵니다

식은땀, 창백함, 실신, 한쪽 팔다리 마비, 말이 어눌해짐, 양팔의 혈압이나 맥박이 다르게 느껴짐 — 이런 것이 동반되면 지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료실에서 "담이 걸린 것 같다"며 등 통증으로 오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중 압도적 다수는 실제로 근육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그 몇 가지 특징을 매번 확인합니다. 백 번 중 아흔아홉 번은 근육이지만, 그 한 번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증을 보는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아마 이 감별일 겁니다.

이런 통증이라면 병원을 고르지 마시고 119

갑자기 시작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가슴 또는 등 통증

통증이 가슴 → 등 → 배·허리로 옮겨 갈 때

식은땀, 창백, 실신이 함께 올 때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

고혈압이나 대동맥류를 진단받은 분에게 위와 같은 통증이 생겼을 때

이럴 때는 가까운 의원이나 정형외과가 아니라,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119에 "찢어지는 가슴 통증"이라고 정확히 말씀하세요.

PART 4

제가 진짜 존경하는 지점

이제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이런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대동맥 수술 1위 의사도 피할 수 없는 적자 걱정."

지난번 글에서 병원에는 운영할수록 손해가 나는 부서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대동맥 수술이 바로 그런 영역입니다. 한밤중에 팀 전체가 소집되고, 수술은 길고, 중환자실 관리도 오래 걸립니다. 사람과 시간이 극단적으로 많이 드는 일이에요. 그런데 그 비용이 온전히 보전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병원 경영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 분야는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한' 일이 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걸 합니다. 그것도 전담 병원을 세워서, 24시간 대기하는 팀을 꾸려서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건 수술 실력이나 숫자가 아닙니다. 손해가 나는 자리를 알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선택입니다. 대동맥이 찢어진 환자는 고를 수 있는 병원이 몇 곳 없습니다. 그 몇 곳이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이 살고 죽습니다.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계셔서, 저 같은 동네 의사가 "여기는 제가 볼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보내드릴 곳이 있는 겁니다.

"손해가 나는 자리를 알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보내드릴 곳이 있습니다."

정직하게

몇 가지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 같은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의학에 공식적인 단일 순위는 없고, 분야마다 뛰어난 분들이 따로 계십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대동맥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사 중 한 분"까지입니다. 본문의 이력과 수술 건수는 병원 측 공식 자료와 언론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저는 흉부외과 의사가 아닙니다. 대동맥 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제 영역이 아니고, 이 글은 통증을 보는 의사로서 놓치면 안 되는 신호를 알려드리려는 것입니다. 셋째, 이 글은 특정 병원으로 오시라는 안내가 아닙니다. 대동맥 박리가 의심되면 병원을 고르실 시간이 없습니다. 119가 판단해 가장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넷째, 가슴·등 통증의 대부분은 근육과 관절 문제입니다. 이 글로 불필요하게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만 위에 적은 몇 가지 특징이 겹칠 때만 기억해 주세요.

3줄 요약

제가 존경하는 선배 의사가 있습니다 —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송석원 교수님. 국내 최초의 대학병원 대동맥 전담 병원을 이끌며, 대동맥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집도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습니다(병원 자료 기준). 환자가 오면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술실로 가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대동맥 박리는 시간이 곧 생명인 병이고,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고혈압입니다. 통증의 특징은 — 갑자기 시작 / 시작하자마자 최고 강도 / 가슴→등→허리로 이동 / 자세와 무관 / 식은땀·실신·마비 동반. 근육통과 달리 자세를 바꿔도 덜해지지 않습니다.

대동맥 수술은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가 나기 쉬운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계셔서, 동네 의사가 "여기는 제가 볼 문제가 아닙니다"라며 보내드릴 곳이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건 실력이나 숫자보다 그 선택입니다.

정리하자면, 의료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동네에서 오래 아픈 분들의 허리와 무릎을 봅니다. 그리고 제 앞에 앉은 분의 통증이 제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순간, 보내드릴 곳이 있어야 제 진료가 완성됩니다.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안심하고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후배로서,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글에서 딱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신다면 이것입니다. 갑자기 시작된, 찢어지는 듯한 가슴이나 등의 통증은 담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참지 마시고 119에 연락하세요.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가슴·등·허리 통증이 자세에 따라 달라지고 서서히 시작된 것이라면 근육과 관절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인을 함께 찾고 운동·도수·물리치료 계획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다만 위에 말씀드린 응급 신호가 있을 때는 저희가 아니라 119가 먼저입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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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회와 대동맥 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담은 칼럼이며,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진료를 광고하거나 환자를 유인할 목적이 없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이력·수술 건수·평가는 해당 의료기관의 공식 자료와 언론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의학 분야에 공식적인 단일 순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동맥 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흉부외과 등 해당 전문 분야의 영역이며, 본 글은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가슴·등 통증의 대다수는 근골격계 원인이지만,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나 실신·마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