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날 때 — 그냥 쥐일까요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시다가 끝에 슬쩍 덧붙이시는 증상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자주 나요."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건 별거 아니죠?" 그러고는 제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이 들면 다 그렇다던데요" 하고 스스로 정리하십니다.
절반은 맞는 말씀입니다.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은 아주 흔하고, 대부분은 위험한 신호가 아닙니다. 다만 "흔하다"와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쥐처럼 느껴지지만 쥐가 아닌 경우가 있고, 그중 몇 가지는 미루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 가지를 나란히 적겠습니다. 흔한 쥐를 줄이는 실제적인 방법과, 쥐로 넘기면 안 되는 신호입니다.
"자다가 종아리가 뒤틀려서 소리를 지르며 깼습니다."
"한 번 나면 다음 날까지 종아리가 아파요."
"마그네슘을 먹어 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PART 1
쥐는 왜 나는가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쥐는 근육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강하게 수축한 뒤, 스스로 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근육이 짧아진 채로 굳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억지로 더 힘을 주면 더 아프고, 반대 방향으로 늘려 주면 풀립니다. 뒤에서 말씀드릴 대처법이 전부 이 원리에서 나옵니다.
왜 하필 종아리이고 밤일까요. 종아리 근육은 무릎과 발목 두 관절에 걸쳐 있어 잘 짧아지는 구조인 데다, 하루 종일 체중을 버티느라 가장 많이 일합니다. 그리고 잘 때 이불 무게에 눌려 발끝이 아래로 향한 자세가 오래 유지되면 종아리는 이미 짧아진 상태로 밤을 보냅니다. 거기서 조금만 힘이 들어가면 그대로 굳어 버립니다. 조건이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야간 종아리 경련의 원인은 아직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러 요인이 겹친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이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것만 하면 없어집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곳이 있다면 조금 신중하게 보시는 게 좋습니다.
PART 2
흔한 원인들
진료실에서 여쭤보면 아래 중 한두 가지가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먼저 확인하는 것들
① 수분이 부족합니다
여름이 지나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신 날, 술을 드신 날, 이뇨 작용이 있는 음료를 많이 드신 날 밤에 유독 쥐가 잘 납니다. 화장실 가는 것이 번거로워 저녁부터 물을 안 드시는 분도 많으시지요. 전에 폭염과 온열질환 글에서 다룬 내용과 이어집니다.
② 낮에 평소보다 많이 걸었습니다
가장 흔합니다. 등산, 오래 걷기, 갑자기 시작한 운동 다음 날 밤에 잘 납니다. 근육이 지치면 힘을 조절하는 기능도 함께 흔들립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앉아 거의 안 움직인 날도 원인이 됩니다. 양쪽 다 가능합니다.
③ 잘 때 발끝이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의외로 큰 요인입니다. 엎드려 주무시거나 이불이 무거우면 발등이 펴진 자세로 고정됩니다. 종아리가 짧아진 채로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전에 잘 때 자세 글에서 부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④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었습니다
중년 이후 확실히 늘어납니다. 근육량이 줄면 같은 일을 해도 더 쉽게 지치고, 지친 근육은 쥐가 잘 납니다. 그래서 이 증상은 근력 운동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 근감소증 글에서 "근육이라는 통장"으로 말씀드린 그 이야기입니다.
⑤ 드시는 약이 관련될 수 있습니다
혈압약 중 일부, 이뇨제, 콜레스테롤 약, 일부 호흡기 약 등이 근육 증상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약을 바꾸신 뒤부터 시작됐다면 그 시점을 꼭 말씀해 주세요. 다만 임의로 중단하지는 마시고 처방하신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⑥ 임신 중이거나 몸의 상태가 바뀌었습니다
임신 후반기에 특히 흔합니다. 대개 출산 후 좋아집니다. 전에 임신 중 통증 글에서 함께 다뤘습니다. 갑상선이나 혈당, 신장 기능처럼 전신 상태와 관련된 경우도 있어, 반복된다면 한 번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PART 3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흔한 오해들
✕ "쥐가 나는 건 칼슘이 부족해서죠"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야간 종아리 경련이 칼슘 부족 때문이라는 근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특정 영양소 하나로 설명되는 증상이 아닙니다. 부족한 것이 실제로 있는지는 짐작이 아니라 확인으로 판단할 일입니다.
✕ "마그네슘 먹으면 낫는다던데요"
드셔 보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도움을 받으셨다는 분도 계시고, 전혀 변화가 없다는 분도 계십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야간 경련에서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다만 임신 중처럼 상황이 다른 경우도 있어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드시려면 신장 기능이나 함께 드시는 약을 확인한 뒤가 순서입니다.
✕ "쥐 나면 힘껏 주무르면 되죠"
주무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짧아진 근육을 늘려 준 다음에 주물러야 훨씬 빨리 풀립니다. 아래에서 방법을 적겠습니다.
✕ "종아리가 뭉친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다릅니다. 뭉침은 뻐근하고 지속적이지만, 쥐는 갑자기 오고 근육이 눈에 보이게 딱딱해지며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풀립니다. 풀린 뒤에도 하루 이틀 뻐근한 것은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생긴 여파입니다. 이건 흔한 경과입니다.
✕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니까 방법이 없죠"
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흔하다고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분, 자기 전 스트레칭, 이불 무게, 그리고 종아리 근력. 이 네 가지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횟수가 줄어드는 분이 많습니다.
PART 4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먼저 쥐가 났을 때 그 자리에서 하는 법부터입니다.
1.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기세요
가장 확실합니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끝을 얼굴 쪽으로 당깁니다. 손이 닿지 않으시면 수건을 발바닥에 걸어 잡아당기시거나, 벽에 발바닥을 대고 밀어도 됩니다. 짧아진 종아리를 반대 방향으로 늘려 주는 동작입니다.
2. 일어나 벽을 밀어 보세요
움직일 수 있다면 이쪽이 더 빠릅니다. 벽을 짚고 아픈 쪽 다리를 뒤로 뻗은 뒤 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몸을 앞으로 기울입니다. 체중이 실리기 때문에 손으로 당기는 것보다 잘 늘어납니다.
3. 풀린 뒤에 주무르고 따뜻하게
순서를 지켜 주세요. 늘려서 푼 다음에 주무르고, 따뜻한 물수건이나 샤워로 마무리하시면 다음 날 뻐근함이 덜합니다. 굳어 있는 상태에서 힘껏 주무르는 것은 오히려 아픕니다.
4. 자기 전 종아리 스트레칭 30초씩 두 번
예방에서 가장 효과가 큽니다. 벽 밀기 자세로 뒤꿈치를 붙인 채 30초, 무릎을 살짝 굽혀서 다시 30초. 무릎을 펴고 굽힐 때 늘어나는 근육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하시는 것입니다. 양치질 뒤에 붙여 두시면 잘 지켜집니다.
5. 이불 무게와 물 한 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이불이 발등을 눌러 발끝이 아래로 향하지 않도록 발치 쪽을 조금 느슨하게 해 두세요. 그리고 저녁에 물을 아예 끊지 마시고, 자기 두 시간쯤 전까지 나눠서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종아리 근력 운동이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하루 15~20회 정도. 다만 평소보다 갑자기 많이 하시면 그날 밤에 오히려 더 날 수 있으니 조금씩 늘려 가셔야 합니다.
"쥐는 짧아진 근육이
스스로 못 푸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늘려야 풀립니다."
PART 5
쥐가 아닐 수 있는 신호
여기가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겁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안심하셔도 된다는 뜻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는 쥐로 넘기지 않습니다
①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져 쉬어야 할 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 걸을 때 생기는 증상이라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허리에서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진 경우에 이런 양상이 나타납니다. 앞으로 숙이면 편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에 척추관협착증 글에서 "걷다 쉬다"로 다룬 내용입니다.
②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종아리가 아파 멈추게 될 때
매번 비슷한 거리에서 아프고, 서서 쉬면 몇 분 만에 풀리고, 다시 걸으면 또 같은 거리에서 아프다면 다리로 가는 혈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발이 차갑거나 색이 달라지거나 발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루지 마세요.
③ 한쪽 종아리만 붓고 아프며 열감이 있을 때
이건 쥐가 아닙니다. 한쪽만 굵어지고 누르면 아프고 만졌을 때 따뜻하다면 다리 정맥의 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 앉아 이동한 뒤, 수술이나 깁스 뒤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고,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면 즉시 응급실입니다.
④ 쥐가 아니라 "가만히 못 있겠는 느낌"일 때
구분이 필요한 증상입니다. 저녁이 되면 다리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생기고, 움직이면 편해지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심해지는 양상이라면 경련과는 다른 상태입니다. 수면을 크게 방해하므로 따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⑤ 발끝의 저림과 감각 저하가 함께 있을 때
양말을 신은 것처럼 발끝 감각이 둔해지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함께 있다면 말초 신경 쪽을 확인합니다. 당뇨가 있으시거나 오래 앓으신 분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⑥ 근육에 힘이 빠지거나 눈에 띄게 줄었을 때
쥐가 자주 나면서 힘이 빠지고 근육이 마르는 느낌이 있다면 이건 다른 범주입니다. 드물지만 확인이 필요한 신경·근육 질환이 있어 미루지 않고 검사합니다.
이런 경우는 진료를 받으세요
한쪽 종아리만 붓고 아프며 따뜻하고 벌겋게 변할 때 — 즉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면서 다리 부기가 함께 있을 때 — 즉시 응급실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반복해서 종아리가 아파 멈추게 될 때, 발이 차갑거나 색이 변할 때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들 때, 발끝 감각이 둔해질 때
매일 밤 반복되어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실 때 — 수면이 무너지면 다른 문제가 따라옵니다
약을 바꾸거나 새로 드시기 시작한 뒤부터 생겼을 때 — 임의 중단은 마시고 상의하세요
다친 뒤, 수술이나 깁스 뒤에 시작됐을 때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야간 종아리 경련은 원인이 하나로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하면 없어집니다"라고 약속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줄일 수 있는 조건들을 하나씩 정리해 드리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둘째, 영양제를 먼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부족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시는 것은 순서가 아니고, 신장 기능이나 함께 드시는 약에 따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대부분은 위험한 신호가 아닙니다. 이 글의 경고 목록을 보고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안심하셔도 되는 쪽입니다. 넷째, 혈관이나 신경, 전신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제가 붙들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3줄 요약
쥐는 짧아진 근육이 스스로 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힘을 주거나 세게 주무르기보다 반대 방향으로 늘려야 풀립니다. 무릎을 편 채 발끝을 얼굴 쪽으로 당기거나, 벽을 짚고 뒤꿈치를 붙인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세요.
예방은 네 가지입니다. 저녁에 물을 아예 끊지 않기, 자기 전 종아리 스트레칭 30초씩 두 번(무릎 펴고·굽히고), 이불이 발등을 누르지 않게 하기, 종아리 근력 조금씩 늘리기. 칼슘 부족이라는 설명과 마그네슘의 효과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걸을 때 생기는 증상, 한쪽 종아리만 붓고 따뜻할 때, 힘이 빠지거나 발끝 감각이 둔해질 때는 쥐가 아닙니다. 척추관협착증, 다리 혈관 문제, 정맥 혈전, 말초 신경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한쪽만 붓고 아픈 경우는 미루지 마세요.
정리하자면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은 흔하고, 대개 위험하지 않고, 손쓸 방법이 있는 증상입니다. 그런데 너무 흔한 탓에 "나이 탓"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되고, 그 안에 섞여 있는 다른 신호까지 함께 덮이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오늘 글의 목적은 그 경계를 스스로 가늠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이 증상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걸로 병원 오기가 좀 그래서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이야기가 반갑습니다. 대개는 몇 가지 조정으로 줄어들고,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그 자리에서 걸러 낼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밤에 딱 하나만 해 보세요. 자기 전 벽을 짚고 종아리를 30초씩 두 번 늘리는 것. 그거 하나로 며칠 뒤 밤이 달라지는 분이 계십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밤마다 종아리에 쥐가 나서 잠을 설치시거나, 걸을 때 다리가 무거워 쉬어야 하신다면 편하게 오세요. 단순한 근육 경련인지, 허리나 혈관·신경 쪽에서 온 신호인지 먼저 구분해 드리고, 자기 전 스트레칭과 종아리 근력, 생활에서 바꿀 것까지 구체적으로 잡아 드리겠습니다. 다른 과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야간 하지 근육 경련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제시한 원인과 자가 관리 방법은 일반적인 안내로 개인의 건강 상태, 기존 질환,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양제의 복용은 신장 기능 등 개인의 상태와 병용 약물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라며, 처방받은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쪽 하지의 부종과 발적·열감, 보행 시 반복되는 하지 통증과 파행, 사지의 근력 저하나 근위축, 감각 저하, 발의 창백이나 냉감, 잘 낫지 않는 발의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호흡 곤란이나 흉통이 동반된 경우에는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본문의 방법이 증상의 소실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