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이 치료, 꼭 필요한 걸까요 — 환자…
에세이

이 치료, 꼭 필요한 걸까요 — 환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으시다 오신 분의 진료 기록을 함께 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이겁니다.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받았어요. 이게 필요한 치료였는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 말씀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실 환자분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이 있거든요. 다만 아무도 알려드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은 그 방법들을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어느 병원을 겨냥하는 글이 아닙니다. 특정한 곳을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병원에 가시든 쓰실 수 있는 기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저희 병원도 포함해서요.

"이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게 맞을까요?"

"몇 번을 더 받아야 하는지 아무도 말을 안 해줘요."

"제가 낸 비용이 적정한 건지 모르겠어요."

PART 1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실 다섯 가지

어렵게 물으실 필요 없습니다. 아래 다섯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성의껏 답하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의무이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료실에서 그대로 쓰셔도 되는 질문

① "이 치료는 무엇을 목표로 하나요?"

통증을 줄이려는 것인지, 굳은 것을 풀려는 것인지, 근력을 키우려는 것인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치료는 끝나는 시점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② "이 치료를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대안이 있는지, 지켜봐도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통증은 시간과 운동으로도 좋아집니다.

③ "몇 번쯤 예상하고, 언제 효과를 판단하나요?"

재평가 시점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몇 주 해보고 변화가 없으면 방향을 바꾸겠다"는 답을 들으셔야 합니다.

④ "이건 급여인가요, 비급여인가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인지 아닌지는 시작 전에 설명받으실 권리가 있습니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⑤ "집에서 제가 할 일은 무엇인가요?"

근골격계 통증에서 집에서 할 운동이 하나도 없는 치료 계획이라면 한 번 더 여쭤보세요. 병원에서 받는 것만으로 몸이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PART 2

가장 경계하실 것 — '끝이 없는 치료'

제가 환자분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기준이 하나 있다면 이겁니다. 좋은 치료 계획에는 반드시 '중간 점검일'이 있습니다.

어떤 치료든 시작할 때는 "이 정도 해보고, 이 시점에 다시 평가하자"는 약속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셋 중 하나를 정해야 해요.

1. 좋아지고 있다 → 계획대로 이어갑니다.

2. 변화가 없다 → 진단부터 다시 봅니다. 같은 치료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3. 다른 문제가 의심된다 → 검사를 추가하거나 다른 과·상급 병원으로 의뢰합니다.

반대로 몇 달째 같은 치료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데 아무도 "이제 어떻게 할까요"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한 번 물어보셔야 합니다. "지금 계획대로 되고 있는 건가요?"라고요.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가 아닙니다.

PART 3

서류로 확인하실 수 있는 것

기억이 아니라 종이로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건 환자분의 권리입니다.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영수증만으로는 항목을 알기 어렵습니다. 세부내역서를 요청하시면 어떤 항목이 어떻게 계산됐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하실 수 있는 서류입니다.

진료기록 사본

환자 본인은 자신의 진료기록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의료법에 근거가 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의견을 구하실 때도 이 기록이 있어야 이야기가 정확해집니다.

비급여 항목 고지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이 미리 고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안내를 받지 못하셨다면 요청하세요.

다른 병원의 의견(세컨드 오피니언)

큰 결정 앞에서는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때 영상 CD와 진료기록을 지참하시면 훨씬 정확한 답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의사들도 이걸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PART 4

이상하다 싶을 때 이용하실 수 있는 창구

혼자 속앓이 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식적인 확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적 확인·상담 창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진료비 확인 요청

비급여로 부담하신 진료비가

정당하게 청구된 것인지 확인

해 주는 제도입니다. 심평원 누리집이나 방문·우편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확인 결과 과다 부담이 인정되면 환불 절차가 진행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 관할 보건소

보험 적용과 관련한 상담, 의료기관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입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치료 결과나 진료 과정에 대한 분쟁을

조정·중재

해 주는 기관입니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의료 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과 피해 구제를 다룹니다.

이런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환자분이 확인할 방법을 알고 계시면, 설명은 자연스럽게 더 친절해지니까요.

PART 5

다만 — 과해 보이는 게 다 과잉은 아닙니다

여기서 균형을 꼭 잡고 싶습니다. 저 역시 다른 병원의 기록을 볼 때가 있는데, 기록만으로 그날의 진료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1. 기록에는 그날의 상태가 다 담기지 않습니다. 그날 환자분이 얼마나 아파하셨는지, 어떤 요청을 하셨는지는 몇 줄로 남지 않아요.

2. 같은 진단에도 판단은 갈립니다. 더 적극적으로 하는 의사가 있고 지켜보는 의사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3. 그래서 확인 절차가 있는 것입니다. 개인이 단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기관이 기준에 따라 판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에 적어드린 창구가 그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의심이 드실 때 하실 일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확인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 편이 훨씬 힘이 셉니다.

"좋은 치료 계획에는

반드시 '언제 다시 판단할지'가 들어 있습니다."

정직하게 — 저희에게도 물어봐 주세요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조심한 것은 특정 병원이나 의사를 겨냥하는 글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병원의 진료를 평가할 자격이 없고, 제가 본 기록 몇 장으로 그날의 판단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비판이 아니라 사용법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저희 병원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제가 어떤 치료를 권해 드렸을 때 "그건 왜 해야 하나요",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언제 다시 판단하나요"라고 물어봐 주세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건 제 잘못입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않고, 판단이 틀리는 날도 있습니다. 다만 환자분이 물어보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까지가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줄 요약

치료 전에 다섯 가지만 물어보세요 — ①무엇을 목표로 하나요 ②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③몇 번쯤 하고 언제 판단하나요 ④급여인가요 비급여인가요 ⑤집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요. 성의껏 답하는 것은 의사의 의무이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장 경계하실 것은 '끝이 정해지지 않은 치료'입니다. 좋은 계획에는 중간 점검일이 있고, 그때 이어가기·방향 바꾸기·의뢰하기 중 하나를 정합니다. 몇 달째 같은 치료가 반복되는데 아무 말이 없다면 물어보셔야 합니다.

서류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진료기록 사본(환자 본인 요청 가능), 비급여 고지, 세컨드 오피니언. 의심이 드시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확인 요청 등 공적 창구를 이용하세요. 다만 기록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으므로, 화를 내기보다 확인을 요청하는 편이 훨씬 힘이 셉니다.

정리하자면, 환자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질문할 수 있고,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공적 기관에 확인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진료실에서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질문이 늘어나는 것이 의료 전체에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잘 물어보시는 환자분 앞에서 의사는 더 정확해지니까요.

진료실에서 "이걸 여쭤봐도 되나 모르겠는데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꺼내시는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그때마다 말씀드립니다. 여쭤보셔도 됩니다. 그게 환자분의 몸이니까요.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차도가 없거나 방향이 맞는지 궁금하시다면, 그동안의 진료기록과 영상 자료를 가지고 편하게 오세요. 지금까지의 경과를 함께 보고 지금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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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절차와 권리를 안내하기 위한 정보 칼럼이며,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진료를 평가·비판하거나 비방할 목적이 전혀 없습니다. 동일한 질환에도 의학적 판단과 치료 방침은 다를 수 있고, 진료기록만으로 특정 진료의 적정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료비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 기관의 확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의문이 있으신 경우 해당 기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각 제도의 신청 방법과 요건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용 전 해당 기관의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본 글은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