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이 휘었습니다 — 꼭 수술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이 이야기는 대개 신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다산과 별내에서 오시는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발만 신으면 여기가 까져서 아파요. 이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몇 켤레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오십니다. “결국 수술해야 하는 거죠?” 또는 반대로 “교정기 끼면 펴진다던데요.” 두 문장 다 절반만 맞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휘는지, 지금 아픈 진짜 이유가 어디인지, 그리고 수술을 이야기하는 시점이 언제인지입니다.
"엄지 옆이 튀어나와서 신발에 닿으면 화끈거립니다."
"요즘은 둘째 발가락 아래쪽이 더 아파요."
"엄마도 그랬는데 저도 똑같이 됩니다."
PART 1
왜 엄지발가락이 휘는가
가장 흔한 오해부터 풀겠습니다. 하이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겹쳐서 작용합니다
① 타고난 발의 모양
가족 중에 같은 모양인 분이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발의 앞부분이 넓게 벌어지는 구조, 인대가 유연한 체질이 바탕이 됩니다. “엄마도 그랬다”는 말씀이 괜한 것이 아닙니다.
② 신발
바탕이 있는 발에 볼이 좁고 앞이 뾰족하며 굽이 높은 신발이 더해지면 진행이 빨라집니다. 다만 신발만으로 없던 변형이 생긴다기보다, 있는 경향을 밀어 준다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③ 발 아치가 무너진 경우
평발 성향이 있으면 걸을 때 엄지 쪽으로 힘이 몰립니다. 그래서 발가락만 보지 않고 발 전체의 정렬을 함께 봅니다.
④ 시간
대개 수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아파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휘어진 각도와 아픈 정도가 비례하지 않습니다. 많이 휘었는데 통증이 거의 없는 분이 계시고, 조금 휘었는데 걷기 힘들어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의 각도보다 “지금 무엇 때문에 아픈가”를 먼저 봅니다.
PART 2
지금 아픈 이유는 둘 중 하나입니다
진료실에서 통증의 자리를 나눠 보면 대개 이렇게 갈립니다. 이 구분이 치료 방향을 정합니다.
1. 튀어나온 부위가 신발에 쓸려서
엄지 안쪽 돌출부가 빨갛게 되고 굳은살이 잡히며 화끈거리는 통증입니다. 신발을 벗으면 확실히 덜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경우는 신발을 바꾸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해결되는 분이 많습니다.
2. 체중이 옮겨 가서
엄지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둘째·셋째 발가락 아래로 하중이 넘어갑니다.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오래 걸으면 그 자리가 타는 듯 아픕니다. 이쪽이 더 성가신 통증이고, 전에 발바닥 앞쪽 통증 글에서 말씀드린 양상과 겹칩니다.
3. 발가락 저림이 함께라면
발가락 사이가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으면 신경이 눌리는 문제가 함께 있는지 확인합니다. “양말 뭉친 것 같다”는 표현을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4. 갑자기 빨갛게 붓고 심하게 아프다면
이건 결이 다릅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엄지 관절이 벌겋게 붓고 손도 못 대게 아픈 경우는 통풍이나 감염 같은 다른 원인을 먼저 감별합니다.
가장 많이 듣는 네 가지
✕ “교정기를 끼면 펴집니다.”
성인의 이미 진행된 변형이 보조기로 원래대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는 동안 사용하는 보조기나 발가락 사이 실리콘은 ‘펴기’가 아니라 ‘덜 아프게, 덜 쓸리게’ 하는 목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알고 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수술은 재발한다니까 안 하는 게 낫죠.”
한쪽으로 단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변형의 정도, 관절 상태, 나이와 생활에 따라 방법과 결과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수술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 이 통증이 비수술로 해결될 수 있는 종류인가’입니다.
✕ “아프니까 걷지 말아야죠.”
걷기를 줄이면 발 근육이 약해져 아치가 더 무너집니다. 아프지 않은 신발로, 아프지 않은 거리만큼 걷는 쪽이 낫습니다.
✕ “굳은살은 깎아 내면 되죠.”
그 자리에 체중이 계속 실리는 한 다시 생깁니다. 깎는 것은 잠깐이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쪽이 근본입니다. 특히 당뇨가 있으시면 직접 깎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PART 3
오늘부터 바꾸실 것
순서가 있습니다. 신발이 먼저, 운동이 그다음입니다.
1. 신발은 폭으로 고릅니다
길이가 아니라 앞볼의 폭과 높이입니다. 서 있을 때 발가락이 눌리지 않고 조금 움직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굽은 낮게, 앞이 뾰족하지 않은 것으로. 오후에 발이 부었을 때 신어 보고 고르시면 실수가 적습니다.
2. 아치를 받쳐 줍니다
기성 깔창으로도 앞쪽 하중이 줄어 편해지는 분이 많습니다. 둘째·셋째 발가락 아래가 아픈 분은 그 부위 바로 뒤를 받쳐 주는 형태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 발 모양을 보고 맞춰 드립니다.
3. 발가락을 벌리는 연습
발가락 사이에 실리콘을 끼우거나, 손으로 엄지를 부드럽게 벌려 20~30초 유지해 주세요. 변형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굳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4. 발바닥 속근육 깨우기
맨발로 서서 발가락을 구부리지 않은 채 아치만 살짝 들어 올려 5초 유지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는 것이 정상이고, 하루 열 번씩 며칠 하시면 감이 옵니다. 종아리 스트레칭도 같이 해 주세요.
5. 아픈 날은 식혀 줍니다
많이 걸어 화끈거리는 날은 차게 하고 발을 올려 두세요. 굳은살 부위에는 얇은 패드를 대어 마찰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럼 수술은 언제 이야기하나
저는 이런 경우에 수술을 상의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신발을 바꾸고 깔창과 운동을 충분히 해도 일상에서 통증이 계속될 때, 둘째·셋째 발가락 쪽 통증이나 변형이 함께 진행할 때, 걷는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 생활이 달라졌을 때입니다. 반대로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서두르는 것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발은 매일 써야 하는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PART 4
아이 발이 벌써 휘었다면
다산·별내처럼 아이가 많은 동네라 이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청소년에게도 생깁니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경우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진행 속도가 빠를 수 있어 지켜보는 간격을 좀 더 짧게 잡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도 첫 대응은 같습니다. 볼이 넉넉한 신발, 아치 관리, 발가락 운동입니다. “어릴 때 수술하면 깔끔하다”는 말은 조심스럽습니다. 성장이 남아 있는 시기에는 판단 기준이 달라, 정형외과와 함께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럴 때는 미루지 마세요
하루 이틀 사이에 엄지 관절이 벌겋게 붓고 열이 나며 심하게 아플 때
당뇨가 있으신 분에게 상처, 물집, 헐어 있는 부위가 생겼을 때
발가락 색이 창백하거나 검게 변하고 감각이 둔해질 때
발가락 저림이 계속되고 점점 넓어질 때
걷는 거리가 최근 몇 달 사이 뚜렷하게 줄었을 때
3줄 요약
무지외반증은 타고난 발 모양에 신발과 시간이 더해져 생깁니다. 휘어진 각도와 아픈 정도는 비례하지 않으므로, 사진의 각도보다 지금 무엇 때문에 아픈지가 먼저입니다.
통증은 대개 튀어나온 부위가 신발에 쓸려서거나 엄지가 일을 못 해 둘째·셋째 발가락 아래로 체중이 넘어가서입니다. 앞의 것은 신발을 바꾸는 것으로, 뒤의 것은 하중 분산과 발 근육 관리로 접근합니다.
보조기로 이미 휜 발가락이 펴지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비수술 관리에도 일상 통증이 남거나, 옆 발가락까지 변형이 진행하거나, 걷는 거리가 줄었을 때 수술을 상의합니다. 갑작스러운 발적과 부종, 당뇨 환자의 상처는 미루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문제는 “수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통증이 어디서 오는가”의 문제입니다. 같은 모양의 발이라도 어떤 분은 신발만 바꿔도 편해지고, 어떤 분은 앞발의 하중을 다루어야 합니다. 그 구분 없이 교정기부터 사거나 수술부터 알아보시면 시간이 아깝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이 증상으로 오신 분께 확인 한 가지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가장 오래 신는 신발 한 켤레를 그대로 가져오세요.” 바닥이 닳은 모양과 안쪽이 눌린 자국을 보면, 걸을 때 어디로 힘이 가는지가 꽤 정확히 보입니다. 사진 한 장보다 그 신발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줄 때가 있습니다.
엄지발가락 옆이 튀어나와 신발이 불편하시거나, 앞발바닥에 굳은살과 통증이 생기셨다면 편하게 오세요. 지금 아픈 이유가 쓸림인지 하중인지부터 구분해 드리고, 신발과 깔창, 집에서 이어 갈 발 운동 두세 가지를 정해 드리겠습니다. 수술을 상의할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연계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무지외반증 및 앞발 통증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엄지발가락 부위의 통증은 관절염, 통풍, 감염, 신경 눌림 등 여러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어 본문의 구분은 진단 기준이 아니며,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발적·부종·발열을 동반한 통증, 당뇨가 있는 분의 상처나 물집, 발가락 색 변화와 감각 저하, 지속적으로 넓어지는 저림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수술 여부와 방법은 개인의 변형 정도와 관절 상태에 따라 다르며, 본 글은 특정 치료의 효과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본원은 응급의료기관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