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갈립니다 — 제가 지키려는 진료실의 선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개원을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진료의 질을 가르는 결정들은 대부분 환자분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내려진다는 겁니다. 어떤 바늘을 쓸지, 일회용품을 어느 등급으로 들일지, 치료를 몇 번에 끝낼지. 이런 것들은 설명해 드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시고, 사실 설명해 드려도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한 번은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양심이라는 말을 제 입으로 붙이기는 부끄럽지만, 제가 지키려고 애쓰는 선이 있어서요.
"병원마다 치료가 다 비슷한 거 아닌가요?"
"충격파는 몇 번 맞으면 되나요?"
"이거 아프기만 하고 효과가 있는 건가 싶어요."
PART 1
보이지 않는 곳의 첫 번째 — 바늘과 일회용품
주사 한 번을 놓아도 바늘의 굵기와 재질에 따라 환자분이 느끼는 통증이 다릅니다. 같은 부위, 같은 약이어도 그렇습니다. 소독포, 장갑, 드레싱 재료 같은 일회용품도 마찬가지예요. 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 비용은 줄지만 그만큼의 무언가가 환자분께 갑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이 차이를 환자분은 거의 알아채지 못하신다는 겁니다. 조금 더 아프면 "원래 주사가 아픈가 보다" 하고 넘어가시니까요. 그래서 이 항목은 원장이 스스로 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영역이 됩니다.
저는 여기서 비용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단한 신념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제 가족을 여기 앉히고 주사를 놓는다고 생각하면 답이 하나뿐이어서요. 감염 관리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인 영역이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티가 안 나는 영역이니까요.
PART 2
두 번째 — 충격파를 숫자로 끝내지 않습니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아보신 분들은 "타수"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계가 충격파를 몇 번 쏘았는지를 세는 숫자예요. 900타, 1,000타 하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물론 기준이 되는 범위는 있습니다. 부위와 질환에 따라 대략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이요. 문제는 그 숫자가 '목표'가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정해진 타수를 채웠으니 오늘 치료는 끝, 이렇게 되면 기계는 일을 마쳤는데 환자분의 통증은 그대로인 날이 생깁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같은 어깨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픈 지점이 한 곳인 분이 있고 여러 곳인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리치료사 선생님들께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매일 아침 제가 드리는 말
"숫자를 채우려고 하지 마세요. 그분이 오늘 어디가 아픈지부터 다시 물어봐 주세요."
"아픈 지점이 남아 있으면 거기에 시간을 더 쓰셔도 됩니다. 대신 반응을 보면서요."
"반대로 오늘 유난히 예민하시면 줄이거나 멈추는 것도 치료입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말씀드리면 무조건 많이 치는 것이 좋은 치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충격파는 강도와 횟수가 지나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거나 멍이 들 수 있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정해진 숫자를 채우고 끝내는 것도, 무작정 더 치는 것도 아니라 — 오늘 그분의 반응에 맞추자는 것입니다. 그게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매일 부탁드리는 거고요.
PART 3
세 번째 — 치료실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뵙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실제로 시간을 보내시는 곳은 치료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물리치료사 선생님들과 매일 이야기합니다. 이 분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지난번보다 나아졌는지, 오늘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1. 같은 진단명이어도 같은 치료가 아닙니다
어깨 통증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일하시는 자세, 통증이 심해지는 시간대, 어제 무엇을 하셨는지가 다릅니다. 그 정보가 치료실까지 넘어가야 치료가 맞춰집니다.
2. 환자분의 "괜찮아요"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으십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그러세요. 표정과 몸의 반응을 같이 봐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3. 치료가 끝나면 반드시 운동으로 이어갑니다
이건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통증을 낮춘 그 시간에 몸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주에 같은 자리에 다시 앉게 되니까요.
PART 4
그리고 — 제가 못 하는 것
이 글이 자랑처럼 읽히는 게 가장 걱정스러워서, 못 하는 것도 적겠습니다.
저는 모든 통증을 없애 드리지 못합니다. 오래된 문제일수록 시간이 걸리고, 어떤 불편은 관리하며 함께 가야 합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좋아지지 않아 죄송한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손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수술이 필요하거나 다른 과의 확인이 먼저인 상태라면, 저는 붙들고 있지 않고 보내 드리는 쪽을 택합니다. 그게 환자분께 이득이니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그래서 소박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대충 하지 않는 것. 그거 하나입니다.
"환자분이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일수록
더 신경 씁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신뢰입니다."
정직하게
세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첫째, 이 글은 다른 병원과 비교하려는 글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다른 곳이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하고, 알아도 평가할 자격이 없습니다. 제 진료실에서 제가 지키려는 기준을 적었을 뿐이에요. 둘째, 이렇게 한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료를 챙기고 시간을 더 쓴다고 모든 통증이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효과는 질환과 상태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가 큽니다. 셋째, 충격파는 많이 칠수록 좋은 치료가 아닙니다. 강도와 횟수가 과하면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멍이 들 수 있어, 적절한 범위 안에서 그날의 반응을 보며 조절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 양심은 자랑할 거리가 아니라 매일 반복해야 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매일 아침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3줄 요약
진료의 질을 가르는 결정은 대부분 환자분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내려집니다. 주사 바늘의 굵기와 재질, 일회용품의 등급 같은 것들이요. 알아채기 어려운 항목일수록 원장이 스스로 정해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해 여기서는 비용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체외충격파는 정해진 타수를 채우고 끝내지 않습니다. 아픈 지점이 남아 있으면 시간을 더 쓰고, 유난히 예민한 날은 줄이거나 멈춥니다. 다만 무조건 많이 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며, 과하면 통증이 심해지거나 멍이 들 수 있어 그날의 반응에 맞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치료실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물리치료사 선생님들과 매일 상의합니다. 그리고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 모든 통증을 없애 드리지는 못하고, 수술이나 다른 과의 확인이 먼저인 경우에는 붙들지 않고 보내 드립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지키려는 선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일수록 더 신경 쓰는 것, 숫자를 채우는 대신 그날의 몸을 보는 것, 그리고 제 능력 밖의 일은 정직하게 인정하고 보내 드리는 것. 매일 잘 지켜지느냐고 물으신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다만 매일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별내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있을 생각이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진료합니다. 아프신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시면, 별내에 홍진오가 있습니다. 편하게 오세요.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허리·목·어깨·무릎 통증으로 불편하시거나, 치료를 받아도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아프시다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원인을 함께 확인하고 지금 상태에 맞는 운동·도수·물리치료 계획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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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필자의 진료 원칙과 생각을 담은 칼럼이며, 특정 치료의 효과를 보장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의료인을 비교·비방할 목적이 없습니다. 체외충격파를 비롯한 모든 치료는 질환과 부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강도·횟수·기간이 다르며 치료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횟수나 강도가 과할 경우 통증 악화, 멍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시행되어야 합니다. 본 글은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