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컬럼스테로이드의 역사와 부작용 — '기적…
주사치료

스테로이드의 역사와 부작용 — '기적의 약'과 '뼈주사 공포' 사이

연세편한재활의학과의원 · 홍진오 원장  |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스테로이드만큼 온도차가 큰 단어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그거 뼈 삭는 약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치시고, 어떤 분은 "그 주사 한 방 놔주세요, 그거 맞으면 싹 낫던데요"라고 하십니다. 같은 약을 두고 한쪽은 공포, 한쪽은 만능으로 여기는 셈이에요. 사실 이 극단적인 두 반응은, 이 약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처음에는 '기적'이라 불렸고, 곧 '남용의 대명사'가 되었거든요. 오늘은 스테로이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정말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해 드릴게요.

"뼈주사 맞으면 뼈가 삭는다던데 사실인가요?"

"스테로이드면 그 운동선수 도핑하는 약 아니에요?"

"저번에 맞았을 때 잘 들었는데, 또 맞으면 안 되나요?"

PART 1

전쟁, 소문, 그리고 기적의 주사

스테로이드의 역사는 부신이라는 작은 장기에서 시작합니다. 콩팥 위에 모자처럼 얹힌 이 기관이 생명 유지에 필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안의 물질을 찾는 경주가 시작됐어요.

1855년 — 부신이라는 수수께끼

영국의 토머스 애디슨이 부신이 망가진 환자들의 병(애디슨병)을 기술합니다. 이 작은 장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신 속에 무엇이 들었나"가 의학의 숙제가 됩니다.

1930년대 — 물질을 뽑아내다

미국의 켄들과 스위스의 라이히슈타인이 각각 부신에서 여러 호르몬을 분리해 알파벳으로 이름 붙입니다. 그중 '화합물 E'가 훗날의 코르티손이었어요. 다만 이때는 무엇에 쓸 약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1930~40년대 — 의사의 관찰

메이오클리닉의 류마티스 의사 필립 헨치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심한 관절염 환자가 임신을 하거나 황달을 앓으면 관절 통증이 거짓말처럼 좋아졌다가, 회복되면 다시 아파진다는 것. 그는 "몸 안에 염증을 눌러주는 어떤 물질 X가 있다"고 확신하고 그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2차 세계대전 — 소문이 만든 연구비

전쟁 중 "독일 조종사들이 부신 추출물을 맞고 고고도 비행을 견딘다"는 첩보성 소문이 퍼집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은 부신 호르몬 연구를 전시 최우선 과제로 지정하고 막대한 자금을 붓습니다. 소문 하나가 신약 개발을 몇 년 앞당긴 셈이에요.

1948년 9월 — 걷지 못하던 환자가 걷다

헨치는 극심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거동이 어렵던 환자에게 어렵게 확보한 '화합물 E'를 투여합니다. 며칠 만에 환자는 스스로 일어나 걸었습니다. 이듬해 발표된 이 결과와 환자들이 움직이는 영상은 의학계를 뒤흔든 '기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1950년 — 노벨상

켄들·라이히슈타인·헨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발견에서 수상까지 단 2년. 그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1940~50년대 — 값을 무너뜨린 사람들

문제는 가격이었어요. 처음엔 동물 담즙에서 수십 단계를 거쳐 겨우 만들어 금보다 비싼 약이었습니다. 이때 러셀 마커가 멕시코의 야생 마(얌)에서, 퍼시 줄리안이 콩(대두)에서 원료를 대량으로 뽑는 길을 열며 값이 폭락합니다. 특히 줄리안은 인종차별의 벽을 넘어 이룬 업적이라 더 유명해요. 기적의 약을 '보통 사람의 약'으로 만든 건 화학자들이었습니다.

1950년대 — 기적의 그늘

싸고 잘 들으니 온갖 병에 마구 쓰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얼굴이 붓고, 뼈가 약해지고, 감염에 취약해지고, 혈당이 오르는 부작용이 무더기로 드러납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남용의 경고로 바뀐 시기예요.

1954년 이후 — '덜 나쁜 스테로이드'를 향한 개량

그래서 의학은 약을 버리는 대신 다듬는 길을 택합니다. 부종을 덜 일으키는 프레드니솔론, 더 강력한 덱사메타손, 그리고 피부에 바르는 연고와 천식 흡입제처럼 필요한 곳에만 작용하고 전신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흡입 스테로이드는 훗날 천식 치료를 통째로 바꿔 놓았어요.

2020년 — 70년 된 약이 다시 생명을 구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대규모 임상에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값싸고 오래된 이 약이 전 세계 표준 치료가 되었어요. 스테로이드의 두 얼굴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습니다.

PART 2

가장 흔한 오해 — '그 스테로이드'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제일 먼저 풀어드려야 하는 오해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운동선수 도핑 약물과, 병원에서 쓰는 염증 치료 스테로이드는 이름만 같을 뿐 목적도 작용도 다른 약이에요.

부신피질호르몬 (병원의 스테로이드)

부신에서 나오는 호르몬 계열

역할: 염증과 면역 반응을 억제

관절염·자가면역질환·천식·알레르기·주사·연고

근육을 키우지 않습니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도핑 약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계열

역할: 근육량 증가

스포츠 도핑에서 문제되는 그 약

염증을 치료하지 않습니다

둘 다 화학 구조가 '스테로이드 골격'을 공유해서 같은 이름으로 묶일 뿐입니다. 제가 처방하는 스테로이드는 왼쪽이에요. 근육을 키우는 약도, 몸을 키우는 약도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스테로이드는 원래 우리 몸이 매일 만들어 쓰는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코르티솔이 바로 그것이죠. 즉 몸에 없는 낯선 독이 아니라, 원래 있는 것을 필요할 때 더 넣어주는 치료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양과 기간이에요.

PART 3

부작용 — '얼마나, 얼마나 오래'의 문제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이해하는 열쇠는 딱 하나입니다. 단기간 쓰는 것과 오래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 며칠 쓰고 끊는 것과 몇 달·몇 년 복용하는 것을 같은 무게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 겉모습의 변화

오래 복용하면 얼굴이 둥글게 붓고(달덩이 얼굴), 몸통 위주로 살이 찌고, 피부가 얇아져 멍이 잘 들고 튼살이 생깁니다. 가장 눈에 띄어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부분이에요.

2. 뼈 — '뼈가 삭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

장기간 복용하면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이 커지고, 드물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올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뼈 삭는다'는 공포는 여기서 나온 것인데, 이는 주로 전신적으로 장기간 복용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3. 근육이 빠집니다 — 재활의학과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면 특히 허벅지·엉덩이 같은 몸통 가까운 근육이 약해집니다. 통증은 줄었는데 계단 오르기와 일어서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죠. 그래서 저는 스테로이드를 쓰는 분일수록 근력 운동을 더 챙깁니다.

4. 혈당·혈압·감염

혈당이 오르고(당뇨가 있는 분은 특히 주의), 혈압이 오르며, 면역이 눌려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감기가 오래가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을 수 있어요.

5. 눈·위장·잠·기분

백내장·녹내장 위험, 속쓰림(특히 소염진통제와 함께 쓸 때), 불면과 예민해짐·기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는 성장 억제도 고려 대상입니다.

6. 가장 중요 — 갑자기 끊으면 위험합니다

오래 복용하면 몸이 스스로 호르몬 만드는 일을 쉬어버립니다. 이 상태에서 임의로 뚝 끊으면 무기력·저혈압·구토 등 위험한 상황(부신 위기)이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서서히 줄이며 끊습니다. 절대 스스로 중단하지 마세요.

PART 4

그래서 '뼈주사'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이제 가장 궁금하실 이야기입니다.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놓는 스테로이드 주사, 흔히 '뼈주사'라 부르는 그것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 전신 복용보다 부담이 적습니다

필요한 국소 부위에 직접 넣기 때문에, 같은 스테로이드라도 전신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작습니다. "주사 한 대 = 뼈가 삭는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아요.

✔ 확실히 잘 듣습니다

염증이 심해 밤에 잠도 못 주무실 정도일 때, 이 주사는 짧은 시간에 통증을 크게 낮춰 줍니다. 그 효과 자체는 진짜입니다.

✖ 그러나 반복하면 대가가 있습니다

같은 부위에 자주 반복하면 힘줄이 약해져 파열 위험이 커지고, 주사 부위의 피부가 움푹 꺼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으며, 연골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혈당이 며칠 오르기도 하고, 드물지만 감염은 가장 조심해야 할 합병증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원칙

주사는 '치료의 끝'이 아니라 '재활을 시작할 창'입니다. 너무 아파 운동조차 못 하실 때 통증을 낮춰, 그 사이에 굳은 걸 풀고 약해진 근육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에요. 횟수와 간격을 지키고, 주사 뒤에는 반드시 운동을 붙이는 것 — 이 두 가지가 '뼈주사 공포'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상황은 따로 있습니다. 아플 때마다 여기저기서 반복해서 맞고, 원인은 한 번도 손대지 않는 경우예요. 그러면 통증은 매번 잠깐 좋아지지만 관절과 힘줄은 조금씩 나빠지고,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습니다. 제가 주사를 놓기 전에 늘 여쭙는 것도 이것입니다 — "최근에 어디서 몇 번이나 맞으셨어요?"

이것만은 꼭

처방받은 스테로이드를 임의로 끊지 마세요. 특히 오래 복용 중이라면 갑작스러운 중단이 약보다 위험합니다. 줄이는 일정은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의하세요.

주사 맞은 곳이 며칠 뒤 더 아프고, 붓고, 열이 나고, 붉어지면 즉시 병원으로. 드물지만 감염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주사 후 하루이틀 일시적으로 아픈 것은 흔히 있는 반응입니다.)

당뇨가 있으시면 반드시 미리 알려 주세요. 주사·복용 후 며칠간 혈당이 오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디서 무엇을 맞으셨는지 기억해 주세요. "그냥 뼈주사요" 말고, 맞은 부위·시기·횟수가 중요합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시면 본인도 모르게 반복 노출될 수 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잘 듣는 약'을 조심하세요. 일부 정체불명의 관절약·한방 제제에 스테로이드가 몰래 들어 있어 문제가 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모르고 오래 먹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좋은 약도 나쁜 약도 아닙니다.

'얼마나, 얼마나 오래'가 전부입니다."

🧭 정직하게 — 두 극단 모두 틀렸습니다

이 글이 겁을 주려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테로이드는 류마티스 관절염, 자가면역질환, 심한 알레르기, 천식 발작, 중증 감염 상황에서 지금도 사람을 살리는 약입니다. 무서워서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것도, 잘 들으니까 반복해서 찾는 것도 둘 다 손해예요. 의학이 70년에 걸쳐 배운 답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 "필요한 곳에, 가장 낮은 용량으로, 가장 짧은 기간". 그리고 재활의학과의 몫은 그 다음입니다. 주사로 얻은 시간 동안 몸을 바꿔 놓아서, 다음 주사가 필요 없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스테로이드를 제일 잘 쓰는 방법입니다.

3줄 요약

스테로이드는 부신 호르몬 연구에서 출발해, 1948년 걷지 못하던 관절염 환자를 일으키며 '기적의 약'이 되었고 2년 만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남용으로 부작용이 드러나자 프레드니솔론·흡입제·연고처럼 덜 부담스럽게 쓰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2020년에는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며 다시 쓰임을 증명했습니다.

병원의 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 염증 억제)는 도핑 약물(근육 증가)과 완전히 다른 약입니다. 부작용은 주로 전신·장기간 복용에서 문제 되며 — 달덩이 얼굴, 골다공증, 근력 약화, 혈당·혈압 상승, 감염 취약, 백내장, 불면 — 무엇보다 갑자기 끊으면 위험하므로 절대 임의 중단은 안 됩니다.

'뼈주사'는 국소 주사라 전신 부담이 훨씬 적고 효과도 확실하지만, 같은 부위에 반복하면 힘줄 약화·피부 위축·감염 위험이 따릅니다. 원칙은 "주사는 재활을 시작할 창" — 횟수·간격을 지키고 주사 후 반드시 운동을 붙여 다음 주사가 필요 없는 몸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스테로이드의 70여 년은 기적에 열광했다가, 대가를 치르고, 결국 '적절한 자리'를 찾아낸 역사입니다. 그 결론은 지금 진료실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이 약은 잘 쓰면 통증의 고리를 끊어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그 자체로 병을 낫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사를 놓을 때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건 시간을 벌어드리는 겁니다. 그 시간에 몸을 바꿉시다."

무섭다고 무조건 피하실 필요도, 잘 듣는다고 반복해서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약이든 알고 쓰면 도구, 모르고 쓰면 위험이더라고요. 오늘 이 글이 그 판단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여러 번 맞으셨는데도 같은 부위가 계속 아프시거나, 주사 없이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면 편하게 상담 오세요. 지금까지의 치료 경과를 함께 살펴보고, 주사가 필요한지·필요하다면 언제인지부터 이후의 운동·도수·물리치료 계획까지 함께 잡아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어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도 오시기 편합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별내재활의학과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원장 #통증과대화하는의사 #스테로이드 #뼈주사 #스테로이드주사 #부신피질호르몬 #코르티손 #프레드니솔론 #덱사메타손 #스테로이드부작용 #골다공증 #근력약화 #관절주사 #힘줄파열주의 #국소주사 #항염치료 #도핑오해 #약물안전 #복약지도 #만성통증 #운동치료 #건강칼럼 #별내통증클리닉 #남양주재활의학과 #다산신도시병원 #별내야간진료 #주말진료병원

※ 본 글은 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의 역사와 일반적인 안전 정보에 대한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처방·복약 지도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의 종류·용량·투여 경로(복용·주사·흡입·연고)와 사용 기간, 주사의 적응증과 적절한 횟수·간격은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라며, 현재 처방받아 복용 중인 스테로이드를 임의로 중단하지 마십시오. 본문의 부작용은 주로 전신·장기 사용에서 보고되는 내용을 일반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제품·제조사·의료기관에 대한 광고나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주사 부위의 발열·발적·심한 부종과 통증 악화, 갑작스러운 무기력·구토·저혈압 등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