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서울대 의대에 갔더라면?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오늘은 좀 사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진료실에서 수험생 자녀 둔 부모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문득 제 옛날 생각이 나거든요.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합니다. "내가 만약 그때 그 몇 문제를 더 맞혔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제가 의대에 들어가던 그해, 저는 전체에서 딱 7문제를 틀렸습니다. 그중 2~3문제만 더 맞혔다면, 아마 서울대 의대에 갈 수 있었을 겁니다.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한 거리였죠ㅋㅋ 오늘은 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2~3문제가 그렇게 아쉽지 않으세요?"
"서울대 갔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요?"
"후회는 안 되세요, 원장님?"
PART 1. 그때 그 문제
손끝에서 갈린 두 개의 미래
수능을 치러본 분은 아실 겁니다. 한두 문제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요. 저에게도 그랬습니다. 채점을 하고 또 하면서, "이 문제를 왜 틀렸을까, 이것만 맞았으면…" 하고 몇 번이나 곱씹었는지 모릅니다. 겨우 2~3문제. 그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제 앞에는 서울대가 아니라 연세대(세브란스)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 당시엔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20살의 저에게 그 2~3문제는 '실패한 2~3문제'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2~3문제야말로, 지금의 저를 만든 문제였다고요.
PART 2. 가지 않은 길
만약 그때 서울대에 갔다면?
가끔 그 평행우주를 상상해 봅니다. 그 문제들을 맞히고, 서울대 의대에 간 또 다른 홍진오를요.
🌗 IF … 또 다른 홍진오의 인생
아마 그는 서울대병원의 연구실에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논문을 쓰고, 큰 학회에서 발표하고, 어쩌면 지금쯤 대학병원 교수가 되어 있을지도요.
그는 아마 '별내'라는 동네를 몰랐을 겁니다.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라는 말도 만들지 않았겠죠. 지금 제가 매일 만나는, 무릎이 아파 오신 그 할머니, 목이 뻐근하다는 그 직장인… 그 얼굴들을 만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쪽이 더 '화려한' 인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20년 의사 생활 끝에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PART 3. 진짜 질문
그런데, 그쪽이 정말 더 '행복'했을까?
이게 핵심입니다. 더 좋은 학교, 더 화려한 커리어 — 그게 곧 더 행복한 인생이었을까요? 저는 이제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수술칼 대신 환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논문 대신 한 사람의 통증을 봅니다. 큰 병원의 3분 진료 대신, 별내에서 이웃의 얼굴을 기억하며 진료합니다. 이 삶이 저에겐 '덜 화려한 차선책'이 아니라, '나에게 딱 맞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바로 그 2~3문제가 저를 데려다준 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믿게 됐습니다. 인생은 어느 문을 통과했느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문을 지나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로 결정됩니다. 서울대 문이든 연세대 문이든, 결국 중요한 건 문 너머에서 내가 무엇을 했느냐였어요.
"그때 틀린 2~3문제는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고마운 문제였습니다."
PART 4.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그 몇 문제에 인생을 걸지 마세요
그래서 지금 시험 앞에서 떨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그 옆에서 더 애태우는 부모님들께 이 이야기를 꼭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아요. 하지만 몇 문제를 더 맞히고 덜 맞히는 것이 여러분의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저를 보세요. 2~3문제 '덜' 맞히고도,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문제들 덕분에요.
아이가 원하는 점수에 못 미쳤다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실패한 게 아닙니다. 그건 그저 다른 문이 열린 것뿐입니다. 그 문 너머에서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저처럼요. ^^
PART 5. Q&A
솔직하게 답합니다
Q. 정말 후회 안 하세요? 조금도요?
사람인지라 아주 가끔 상상은 합니다ㅎㅎ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 이 동네, 이 삶을 다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거든요.
Q. 그럼 학교는 아무 상관 없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좋은 배움의 환경은 분명 소중합니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됐을 때 무너지지 말라는 이야기예요.
📌 마지막 3줄 요약!!
저는 의대 입학 때 딱 7문제를 틀렸고, 2~3문제만 더 맞혔으면 서울대 의대도 가능했습니다. 20살의 저에겐 아쉬운 '실패'였죠.
하지만 그 2~3문제가 저를 연세대 세브란스로, 재활의학과로, 별내로,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로 이끌었습니다. 지금 저는 이 삶이 최선이었다고 믿습니다.
인생은 어느 문을 통과했느냐가 아니라, 그 문 너머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로 결정됩니다. 그러니 그 몇 문제에 아이의 인생 전체를 걸지 마세요.
혹시 지금 아이의 시험 결과로 마음 졸이고 계신 부모님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문 하나가 닫히면, 대개 다른 문이 열리더라고요.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를 운영하고 있어, 바쁜 학부모님도 편하게 오실 수 있습니다. 진료차 오셨다가 마음속 이야기도 편하게 나눠 주세요. ^^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 또는 전화(031-523-8988)로 주세요.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원장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만약에' 시리즈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