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가 있으시다면 발부터 — 안 아픈 것이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통증과 대화하는 의사,
별내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입니다.
무릎이나 허리 때문에 오신 분께 당뇨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신발을 벗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발은 안 아픈데요?"
그리고 양말을 벗으시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두껍게 앉아 있거나 그 아래가 벌겋게 물러 있거나 발톱이 파고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모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오늘 글의 핵심은 그 한 문장입니다. 당뇨가 오래되면 "안 아픈 것"이 안심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아프지 않은 이유가 괜찮아서가 아니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 자체는 내과에서 보십니다. 그런데 발과 걸음, 감각과 균형은 제가 매일 보는 영역이고, 진료실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양말에 피가 묻어 있어서 그때 알았습니다."
"발이 화끈거려서 밤에 잠을 못 자요."
"굳은살이 두꺼워서 제가 깎다가 피가 났어요."
PART 1
왜 하필 발인가
이유는 두 가지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있을 때 문제가 커집니다.
두 가지가 겹칩니다
① 감각이 무뎌집니다 — 다쳐도 모릅니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으면 가늘고 긴 신경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몸에서 가장 먼 발끝이 가장 먼저이고, 대개 양쪽에 대칭으로 옵니다. 처음에는 저리거나 화끈거리다가, 진행하면 오히려 둔해집니다. 이 "둔해지는 단계"가 위험합니다. 돌을 밟아도, 신발에 쓸려도, 물집이 잡혀도 모르고 계속 걷게 되기 때문입니다.
② 피가 덜 갑니다 — 늦게 낫습니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면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보통이라면 며칠이면 아물 작은 상처가 몇 주씩 가고, 그 사이에 감염이 들어올 시간이 생깁니다. 발이 차갑거나 색이 창백하거나, 걸으면 종아리가 아파 쉬어야 한다면 이쪽을 함께 확인합니다. 전에 종아리에 쥐가 날 때의 글에서도 이 감별을 말씀드렸습니다.
③ 발 모양이 바뀝니다
덜 알려진 부분입니다. 발의 작은 근육들이 약해지면 발가락이 갈퀴처럼 굽고 아치가 무너지거나 반대로 높아집니다. 그러면 체중이 몇몇 지점에만 집중되고, 그 자리에 굳은살이 두껍게 앉습니다. 그 굳은살 아래가 상처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④ 그래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모양이 바뀌어 한 점에 압력이 몰리고 → 굳은살이 앉고 → 그 아래가 헐고 → 감각이 없어 모른 채 계속 걷고 → 혈류가 나빠 낫지 않고 → 감염으로 이어집니다. 이 사슬은 어느 단계에서든 끊을 수 있고, 앞쪽에서 끊을수록 쉽습니다. 오늘 글의 목적이 그것입니다.
PART 2
하루 1분 발 점검
가장 확실한 예방입니다. 어렵지 않고, 저녁에 씻으신 뒤 1분이면 됩니다.
1. 발바닥까지 보세요
가장 중요합니다. 발바닥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쉬우니, 바닥에 손거울을 놓고 발을 올려 비춰 보시면 편합니다. 허리나 무릎이 불편해 발을 들어 보기 어려우시면 가족분께 부탁하세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2. 발가락 사이를 벌려 보세요
잘 놓치는 자리입니다. 특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가 습해지기 쉽고, 무좀이나 짓무름이 여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씻은 뒤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물기를 꼭 닦아 주세요.
3. 굳은살과 물집, 갈라짐을 확인하세요
굳은살은 그 자리에 압력이 몰리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새로 생겼거나 두꺼워졌다면 신발이나 걸음에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고, 굳은살 주변이 벌겋거나 물러 있거나 검게 비친다면 그 아래에 상처가 있을 수 있어 바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4. 발톱을 보세요
파고들었는지, 색이 변했는지, 두꺼워졌는지. 발톱은 일자로 자르고 모서리를 너무 깊이 파내지 마세요. 보이지 않거나 손이 잘 닿지 않으시면 직접 하지 마시고 도움을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색과 온도, 부기를 보세요
양쪽을 비교하시면 알아채기 쉽습니다. 한쪽만 붓거나 유난히 벌겋거나 뜨겁거나, 반대로 창백하고 차갑다면 그건 그날 확인하실 일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보습도 중요합니다. 발등과 발바닥에 로션을 바르시되, 발가락 사이에는 바르지 마세요. 갈라진 뒤꿈치는 그 자체로 균이 들어오는 문이 됩니다. 그리고 맨발로 다니지 않으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집 안에서도 실내화를 신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PART 3
이건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흔하지만 위험한 대처들
✕ "굳은살은 제가 깎아 내면 되죠"
직접 칼이나 손톱깎이로 깎아 내지 마세요. 감각이 둔한 상태에서는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알기 어렵고, 그 상처가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티눈약처럼 살을 녹이는 제품도 임의로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꺼워진 굳은살은 왜 그 자리에 압력이 몰리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발이 시리니까 전기장판이나 찜질기를"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감각이 둔하면 뜨거운 정도를 정확히 느끼지 못해 저온 화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발이 시리다고 온열 기구를 발에 직접 대고 주무시는 것은 피하시고, 대신 양말을 신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실 때도 손이나 팔꿈치로 온도를 먼저 확인하세요.
✕ "안 아프니까 괜찮은 거죠"
오늘 글에서 가장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통증은 우리를 지켜 주는 경보 장치입니다. 그 장치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안 아프다"가 안전하다는 뜻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느낌 대신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상처는 소독하고 말리면 낫겠죠"
작은 상처라도 며칠 안에 아무는 기미가 없으면 그냥 두지 마세요. 당뇨가 있으신 분의 발 상처는 겉보기보다 깊거나 진행이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독한 소독약을 반복해서 쓰시는 것도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확인이 먼저입니다.
✕ "새 신발은 신다 보면 길들여지죠"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감각이 둔한 발에서는 "길들이는 동안" 이미 상처가 생깁니다. 새 신발은 처음에 짧게 신고 벗은 뒤 반드시 발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늘려 가세요.
"통증은 경보 장치입니다.
그 장치가 약해졌다면
느낌 대신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PART 4
신발과 걷기
실용적인 기준
① 신기 전에 손을 넣어 보세요
단순하지만 매번 하셔야 하는 일입니다. 작은 돌이나 접힌 깔창, 튀어나온 실밥을 감각으로는 못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손으로 안쪽을 한 번 훑어 보시는 데 3초면 됩니다.
② 신발은 오후에 고르세요
발은 하루 동안 조금씩 붓습니다. 아침에 딱 맞게 산 신발이 저녁에 조이는 이유입니다. 앞이 뾰족하지 않고 발가락이 눌리지 않는 것, 바닥이 딱딱하지 않은 것으로 고르세요.
③ 양말은 두툼하고 솔기가 적은 것으로
맨발로 신발을 신지 않으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발목을 조이는 양말은 피하시고, 땀이 많으면 하루 중간에 갈아 신는 것도 좋습니다.
④ 걷기는 좋습니다 — 다만 상처가 없을 때
걷기는 혈당과 혈액순환, 근력에 모두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발에 상처나 물집이 있을 때는 그 자리에 계속 압력이 실려 낫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걷기를 잠시 줄이고 실내 자전거나 상체 운동으로 바꾸시는 편이 낫습니다.
⑤ 근력과 균형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발의 감각이 둔해지면 균형을 잡는 정보가 줄어 넘어질 위험이 올라갑니다. 어두운 곳에서 특히 불안정해지시는 분이 많습니다. 한 발 서기 연습, 다리 근력 운동, 그리고 집 안 조명과 문턱 정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전에 기립성 어지럼과 낙상 글에서 다룬 내용과 이어집니다.
PART 5
재활의학과에서 보는 부분
당뇨 자체의 관리는 내과에서 하십니다. 제가 함께 보는 것은 그 결과가 발과 걸음에 어떻게 나타나는가입니다.
1. 감각이 어디까지 줄었는지 확인합니다
진찰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느 범위까지 둔해졌는지를 알면 얼마나 조심하셔야 하는지가 정해집니다. 본인이 느끼는 것과 실제 검사 결과가 다른 경우가 꽤 있습니다.
2. 발의 모양과 압력이 몰리는 자리를 봅니다
굳은살이 앉은 위치가 지도를 그려 줍니다. 발가락이 굽었는지, 아치가 무너졌는지, 엄지발가락이 휘었는지에 따라 압력이 몰리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필요하면 그 자리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법을 함께 찾습니다.
3. 발목의 유연성과 걷는 방식을 봅니다
발목이 뻣뻣하면 걸을 때 발 앞쪽에 압력이 더 몰립니다. 종아리 스트레칭 하나가 발바닥 앞쪽의 부담을 줄여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4. 저림과 통증을 다룹니다
발이 화끈거려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신경 쪽 통증은 일반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접근을 달리합니다. 수면이 무너지면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더 올라가므로 그 고리를 먼저 끊습니다.
5. 연계할 것은 연계합니다
제가 붙들고 있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혈당 조절은 내과, 상처와 궤양은 그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 혈관이 좁아진 것이 의심되면 관련 진료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판단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안내해 드립니다.
이런 경우는 그날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발에 상처나 물집, 헐어서 파인 자리가 생겼을 때 — 작아 보여도 미루지 마세요
발이 붓고 벌겋고 뜨거우며 냄새나 진물이 있을 때, 열이 함께 날 때 — 즉시 진료
발가락이나 발의 일부가 검게 변할 때 —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발이 창백하고 차가우며 색이 달라질 때, 걸으면 반복해서 종아리가 아파 멈추게 될 때
한쪽 발과 발목이 갑자기 붓고 뜨거운데 별로 아프지 않을 때 — 감각이 둔한 분에게 중요한 신호입니다
굳은살 아래가 물러 있거나 검게 비칠 때, 양말에 피나 진물이 묻어 있을 때
발의 감각이 눈에 띄게 둔해지고 있을 때, 밤에 화끈거려 잠을 못 주무실 때
정직하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당뇨 자체의 치료는 제 영역이 아닙니다.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한 바탕이며 그것은 내과 선생님과 이어 가셔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위에서 발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둘째, 이미 생긴 신경 손상을 원래대로 되돌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목표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진행하지 않게 하고, 그 상태에서 다치지 않게 하고, 통증과 수면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셋째, 발의 상처나 궤양은 저희가 붙들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경우에는 바로 말씀드리고 적절한 곳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넷째, 겁을 드리려는 글이 아닙니다. 매일 1분 확인하고, 맨발로 다니지 않고, 신발 속을 손으로 훑고, 상처가 생기면 미루지 않는 것. 이 네 가지만으로도 대부분의 큰 문제는 앞단에서 끊깁니다.
3줄 요약
당뇨가 오래되면 감각이 둔해져 다쳐도 모르고, 혈류가 줄어 늦게 낫습니다. 그래서 "안 아프다"가 안심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느낌 대신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하루 1분이면 됩니다. 거울로 발바닥까지, 발가락 사이, 굳은살과 물집, 발톱, 색과 온도. 그리고 굳은살을 직접 깎지 않기, 온열 기구를 발에 직접 대지 않기, 맨발로 다니지 않기, 신발 신기 전 손으로 안을 훑기가 핵심입니다.
작은 상처라도 며칠 안에 아무는 기미가 없으면 미루지 마세요. 붓고 벌겋고 뜨겁거나 진물·냄새가 나거나 발가락 색이 검게 변하면 그날 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걷기는 좋지만 발에 상처가 있을 때는 잠시 다른 운동으로 바꾸세요.
정리하자면 이 이야기는 발이 아니라 경보 장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통증은 불편하지만 우리를 지켜 주는 기능이고, 그 기능이 약해진 발은 스스로 신호를 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역할을 눈과 손으로 대신해 드려야 합니다. 하루 1분이면 됩니다.
진료실에서 당뇨가 있으시다고 하면 저는 꼭 신발을 벗어 보시라고 합니다. 그러면 "무릎 때문에 왔는데요" 하시며 웃으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봅니다. 그 자리에서 발견해 큰일을 면한 경우가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은 늘 양말과 신발 안에 있어서 가장 오래 방치되는 자리입니다. 오늘 저녁에 씻으시고 한 번만 들여다보세요. 거울 하나면 됩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통증 곁을 지키겠습니다.
당뇨가 있으시면서 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시거나, 감각이 둔해진 것 같아 걱정되신다면 편하게 오세요. 감각이 어디까지 줄었는지, 발의 모양과 압력이 몰리는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해 드리고, 신발과 걷기, 저림과 수면, 그리고 넘어지지 않기 위한 근력·균형까지 함께 잡아 드리겠습니다. 혈당 조절은 내과 선생님과 이어 가시는 것이 바탕이며, 상처나 궤양이 있으시면 붙들고 있지 않고 적절한 곳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저희는 평일 야간진료(화·목)와 주말 진료도 하고 있고, 다산에서는 8호선으로 한 정거장입니다.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이나 전화(031-523-8988)로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본 글은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 칼럼이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당뇨병 자체의 관리와 혈당 조절, 약물 치료는 담당 진료과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본문은 이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제시한 자가 점검과 관리 방법은 일반적인 안내로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 후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굳은살과 티눈의 제거, 발톱 처치는 임의로 시행하지 마시고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발의 상처나 궤양, 발적·부종·열감과 삼출물이나 악취, 발열, 발가락이나 발 일부의 색 변화, 발의 창백과 냉감, 보행 시 반복되는 하지 통증, 감각 저하의 진행, 야간의 심한 작열감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미 발생한 신경 손상의 회복과 특정 치료의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